대법원 판결

[아파트관리신문=이인영 기자] 해임된 입주자대표회장이 직무대행자의 동대표 자격을 문제 삼아 대표회의 직인과 은행거래용 인감 등을 인계하지 않은 채 자신이 계속 행사해오다 대법원에서도 업무방해죄가 인정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지난달 12일 제주시 A아파트 전(前) 입주자대표회장 B씨에 대한 업무방해 상고심에서 피고인 B씨에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인정, B씨의 상고를 최종 기각했다.

B씨는 2014년 9월부터 2015년 5월 27일까지 입주자들의 해임투표로 회장에서 해임됐음에도 대표회의 직인과 은행거래용 인감 등을 보관하고 직무대행인 부회장 C씨에게 인계하지 않고 관리직원들에게 임금 등의 지출을 하면서 회장 지위를 행세해 관리직원들과 입주자들에게 회장임을 대외적으로 과시해 C씨에게 자유의사를 제압하는 등 압박을 가해 회장 직무대행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대해 B씨는 “C씨가 동대표로 활동하던 중 다른 아파트로 주민등록을 이전했다가 다시 이 아파트로 전입해 동대표 자격을 상실했으므로 회장 직무대행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며 “자신이 대표회의 직인, 통장, 인감을 가지고 모든 업무를 수행했기 때문에 C씨는 전혀 회장 직무대행 업무를 하지 못해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사건 항소심 재판부인 제주지법 제1형사부는 2017년 10월 19일 “피고인 B씨가 회장직에서 해임됐음에도 대표회의 직인, 은행거래용 인감도장 및 대표회의실 열쇠를 보관하고 있는 지위를 이용해 반환을 거부하면서 회장 행세를 하는 등의 행위는 당시 대표회의의 회장 직무대행자인 C씨의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해 자유로운 업무수행의 의사를 제압하기에 족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아파트 대표회의는 동대표 13명으로 구성된 자치관리기구로 C씨를 포함한 동대표 8명이 소집한 2014년 8월 18일자 임시회의에서 C씨를 부회장으로 선출했고, 당시 대표회장인 피고인 B씨가 입주민 투표를 통해 2014년 8월 31일 회장직에서 해임되자 C씨가 회장 직무대행 업무를 맡게 됐다”며 “설령 피고인 B씨의 주장과 같이 C씨가 이 아파트에서 다른 곳으로 주민등록을 이전했다가 다시 전입해 동대표 자격을 상실했더라도 임시회의 결의 및 이후에 진행된 민사소송, 가처분 신청사건 등에서 C씨의 동대표 자격이 문제된 적이 없는 이상, C씨의 입주자대표회의 부회장으로서 회장 직무대행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형법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업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B씨는 대표회의 직인, 은행거래용 인감도장, 통장 및 대표회의실 열쇠를 보관한 채 C씨의 반환 요청을 수차례 거부하면서 대표회의 소유 예금으로 관리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고 대표회의 명의의 공고를 붙이거나 아파트를 대표해 동사무소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는 등 종전과 마찬가지로 계속해 회장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했다”며 “피고인 B씨는 대표회의실 출입문을 시정한 다음 C씨의 항의에도 그의 출입이 가능하도록 열쇠를 주거나 문을 개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C씨가 대표회장 직무대행으로서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피고인 B씨에게 인감, 직인 등을 반환하라고 요청함으로써 회장 직무대행 업무를 개시한 것으로 판단되고, 피고인 B씨가 반환을 거부해 C씨가 더 이상의 업무 집행에 나아가지 못한 것은 피고인 B씨의 반환 거부 등 업무방해 범행의 결과”라며 “C씨가 실질적으로 집행한 업무가 없어 형법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업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피고인 B씨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