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노동자 고용승계 보장 다시금 화두로…문제점은?

관련 법안 발의·입법 촉구 시위 이어져 정부·업계, ‘계약 자유에 대한 제한’ 우려

2025-11-24     고현우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과 전국아파트경비사업단의 경비노동자 고용승계 입법 촉구 1인 릴레이 시위 참석자들이 시위를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아파트관리신문]

[아파트관리신문=고현우 기자] “경비회사 변경 시 경비노동자의 고용승계를 법으로 보장하라!”

경비회사 변경 시 경비노동자의 고용승계 문제가 다시금 관리현장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과 전국아파트경비사업단이 지난달 21일부터 국회로 들어서는 입구 곳곳에서 경비노동자 고용승계 보장 입법을 촉구하는 1인 릴레이 시위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경비노동자는 은퇴 이후의 고령 남성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마지막 일자리’로 불린다. 그러나 이들에 따르면 경비회사 변경 시 계약 종료, 1·3·6개월 단위의 초단기계약, 대규모 인원 감축 등 고용불안으로 인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 같은 현실에 이전부터 국회의원 주재 토론회 등을 통해 경비노동자 고용승계와 초단기계약 근절을 위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나 이와 관련한 제도의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한 일부 지자체에서는 초단기 근로계약을 개선한 단지에 보조금 지원사업에 가점을 부여하도록 관리규약 준칙을 개정했으나 그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해 경비회사 변경 시 경비노동자의 고용승계 보장 법제화에 나섰다. 이에 앞선 7월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도급 사업의 수급 사업체가 변경되더라도 노동자의 권리 또는 의무가 승계될 수 있도록 규정하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개정안들이 계류 상태에 머물러 있자 민주노총 일반노조와 전국아파트경비사업단은 매주 평일 오전 8시부터 9시, 11시 30분부터 12시 30분까지 입법 촉구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정의헌 전국아파트경비사업단 공동대표는 17일 본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경비노동자들이 가장 절박하게 원하는 것은 초단기계약의 근절이고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지만 국회 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1년 미만의 단기계약을 금지하도록 기간제법을 개정하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서 자유 계약의 원리를 훼손·부정하는 것으로 당장 실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며 “따라서 고용승계 보장 입법을 통해 경비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는 디딤돌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다만 고용노동부가 지난 6월 19일 국정기획위원회에 보고한 노동 분야 업무보고자료에서 고용승계 역시 ‘계약 자유에 대한 제한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명시한 점은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9월 14일 ‘내년 하반기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사·전문가 협의를 통한 사회적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밝힌 만큼 정 대표 역시 “법 개정 전까지 시위를 지속해 경비노동자들의 의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전했다.

경비노동자의 사용자인 경비회사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원하는 인원을 직원으로 선발하고 그에 따른 교육·노무·산업재해 발생 시 보상 등의 책임을 지게 되는데 고용승계가 의무화되면 자신들의 직원 선발 권리는 행사하지 못한 채 책임만 승계되기 때문이다.

A경비회사는 “당사는 입대의와의 협의를 통해 단지에서 원하지 않는 일부 인원을 제외하고는 이전 근로계약을 승계하고 있으며 다른 회사들도 대부분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단지에서 원하지 않는 인원 대부분은 입주민과 마찰을 빚는 인원인데 기왕이면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인원을 고용하고 싶은 것이 모든 경비회사의 마음일 것”이라고 답했다.

입주민들의 의견 역시 분분한 상태다. 경비회사 변경 과정에서 경비노동자 대규모 감축에 입주민들이 반발해 무산이 되는 사례가 있는가 하면 인원 감축을 조건으로 하는 경비회사 변경에 과반수가 찬성하는 사례도 있었다. 근무 인원을 유지하면서 경비회사만 변경하는 경우에도 입주민과 갈등이 있었던 경비노동자를 본래 근무하던 동에서 가장 먼 곳에 배치하도록 해 고용을 유지한 경우가 있었던 반면 일부 경비노동자와의 계약 종료를 조건으로 경비회사 변경 계약을 맺은 사례도 있다.

일각에서는 왜 공동주택만을 중심으로 고용승계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법의 적용 대상은 모든 용역노동자지만 공동주택이 경비노동자가 가장 많이 종사하는 대표적 근무현장이라는 점에서 논의가 집중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선종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인천시지부장은 “경비노동자는 입주민들이 더욱 편안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기에 대부분의 아파트에서는 그들과 상생하고자 한다”며 “다만 현실적으로는 입주민들과의 갈등이 지속되 인원, 업무 수행이 불량한 인원, 나이 문제로 근무를 지속하기 어렵다고 생각되는 인원 등은 단지 사정에 따라 경비회사 교체 시 근무 인력을 감축해야 하는 경우에는 계약 종료를, 근무 인원을 유지하는 경우에는 교체를 요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지부장이 언급한 경비노동자 근무 인원을 감축하는 단지의 사정은 대부분 관리비 절감이다. 입주민들이 관리비 절감을 요구하면 입대의 입장에서는 조절이 비교적 용이한 인건비를 줄이는 방법을 택하게 된다. 입대의는 경쟁입찰에서 낮은 금액을 써낸 경비회사를 선정하게 되고 이로 인해 정해진 금액에 따라 인력을 구성할 수밖에 없는 경비회사는 근무 인원을 감축하게 되는 것이다. 같은 상황에서 입주민들이 근무 인원의 감축을 원치 않는 경우에는 경비노동자들과 무급 휴게시간이 늘어난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는 등 또 다른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단지 관리에 필요한 업무량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인원이 줄어들면 남아있는 경비원 인원들에게는 과부하가 오고 휴게시간이 늘어난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그 휴게시간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다”며 “이에 따라 입주민들은 이전보다 낮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받게 되는 만큼 경비노동자와 입주민이 상생할 수 있는 계약을 맺어주기를 원한다”고 호소했다.

경비노동자들과 입주민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것은 ‘상생’이다. 이전부터 많은 아파트에서 고용승계, 초단기계약 지양, 경비노동자 근무 환경 개선, 입주민 인식 제고 등을 약속하는 ‘상생협약’을 맺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구체적 실천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상징적인 의미에 그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남우근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소장은 “상생협약이 경비노동자와의 상생 문화를 확산하는 데 기여했으나 고용불안 해소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상생협약에 대한 구체적 실천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차원에서 상생협약을 맺은 단지에 대한 지원의 범위를 확장하고 일정한 기준 이상을 충족한 인증단지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