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은 전·현 입대의, 피해는 애꿎은 입주민”

오산 모 아파트, 과태료 미납으로 시 지원금 미지급 위기 처해 전 입대의 과실 인한 과태료 현 입대의 부과 문제 수면 위로

2025-11-18     고현우 기자
야간경관조명 설치 보조금 지원사업 선정 당시 B아파트 공고문 [사진=A씨]

[아파트관리신문=고현우 기자] “입주자대표회의가 과태료를 납부하지 않아 시 지원금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시 지원금을 받지 못하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입주민에게 부담될 것입니다. 과태료를 납부하지 않는 이유가 전임 입대의와의 갈등 때문이라는데 고래(전·현 입대의) 싸움에 새우(입주민) 등 터지는 꼴 아닌가요?”

제보자 A씨에 따르면 경기 오산시 B아파트의 제3기 입대의와 전임 기수였던 제2기 입대의의 갈등이 매우 심각했다. 그 갈등은 지난해 4월 30일 제3기 입대의가 제2기 입대의가 재임했던 기간(2020년 8월 17일~2022년 8월 16일)에 대한 경기도 감사를 요청하는 것으로까지 치달았다. 시간이 흘러 지난해 9월 제4기 입대의가 구성됐고 그 이후인 3월 ‘장기수선충당금의 용도외 사용 등의 위법 사항이 있었다’는 경기도 감사 결과에 따라 제4기 입대의와 당시 위탁관리회사인 C사에 과태료 1000만원이 각각 부과 통보됐다.

C사는 이의신청을 제기해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나 제4기 입대의는 ‘제2기 입대의 회장이 직접 소명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의신청과 비송사건 접수를 모두 거부했다. 이로 인해 제4기 입대의에 대한 과태료 1000만원 부과가 5월 확정됐다.

그러나 제4기 입대의는 ‘제2기 입대의의 과실로 인한 과태료를 납부할 이유가 없다’며 과태료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제2기 입대의는 ‘변호사 자문 결과 과태료 납부 의무는 현 입대의에 있으며 제4기 입대의가 과태료를 납부하고 제2기 입대의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으나 제2기 입대의의 책임은 10%로 제한될 것’이라는 내용의 게시글을 게재했다. 제4기 입대의는 해당 게시글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을 하지 않고 있으면서도 약 반년이 지난 12일 현재까지도 과태료를 납부하지 않고 있다.

B아파트는 오산시의 야간경관조명 설치 보조금 지원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총사업비 약 6700만원의 조명 설치 사업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오산시는 ‘이달 30일까지 과태료를 납부하지 않는다면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공문을 B아파트에 전달했다. 과태료 미납으로 인해 시 지원금에 해당하는 약 4700만원의 공사 대금을 입주민들이 부담해야 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제보자 A씨는 “과태료가 부과된 것은 제4기 입대의의 잘못은 아니지만 과태료 미납은 구성원 간 사이가 좋지 않다고 알려진 제2기 입대의와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함이라는 느낌”이라며 “이는 입주민에게 전가될 피해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위”라고 분개했다.

장성학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는 “최근 판례를 보면 이의신청 여부는 구상금 또는 손해배상 청구 인용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과태료를 기한 내 납부하지 않아 발생하는 가산금에 대한 책임은 현 입대의에 있기 때문에 구상권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제4기 입대의에게도 손해가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또한 지자체 보조금을 받아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법령 위반이 발생하여 과태료 부과 및 기지급된 보조금이 환수된 사안에서 공사 당시 입대의 구성원들의 책임을 일부 인정한 바 있으나 시 지원금 지급 대상이었다가 전임 입대의의 위반행위로 과태료가 부과됨에 따라 대상에서 제외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만큼 판결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B아파트와 같이 전임 입대의의 과실로 인해 발생한 과태료를 현 입대의가 납부하게 됨에 따른 갈등은 이전부터 존재해 왔다.

질서위반행위규제법 제5조에서는 ‘과태료는 위반행위의 당사자가 납부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의 오인으로 전임 관리주체의 과실로 인한 과태료가 현 관리주체에 통보되기도 한다. 이 경우 현 관리주체는 의견제출을 통해 소명하고 지자체는 이를 검토해 과태료 부과 원인이 전임 관리주체의 과실임이 확인되면 이를 바로잡아 전임 관리주체에게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와 달리 입대의에 대한 과태료 부과는 전임 입대의 구성원들의 과실로 인한 것이라도 현 입대의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공동주택관리법령상 과태료 부과 주체로 명시적으로 규정된 것은 입대의며 이를 이루는 구성원 개인은 포함되지 않고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변경될 수도 있는 관리주체와 달리 입대의는 구성원이 바뀌더라도 입대의라는 단체는 존속하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현 입대의가 전임 입대의의 의무를 승계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B아파트 입주민의 질의에 ‘제4기 입대의가 과태료 납부 주체’라고 응답한 오산시청 관계자는 “현 입대의의 지자체에서는 관련 법리를 그대로 적용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대다수의 아파트에서는 전임 입대의로 인해 부과된 과태료를 현 입대의가 납부하고 전임 입대의 회장이나 임원 등에게 구상금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경기 고양시의 한 아파트에서는 입대의가 ‘장기수선계획 기록 누락으로 인해 과태료를 부과받았다’는 이유로 전임 입대의 회장 2명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전남 순천시의 한 아파트에서는 입대의가 ‘생활폐기물 보관시설을 설치하면서 장기수선계획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장기수선계획에서 정한 10개소가 아닌 12개소를 설치해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는 이유로 전임 입대의 회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전임 입대의의 구상권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앞서 언급된 두 건의 청구 역시 법원에 의해 기각됐다.

이에 대해 최승관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관련 판례를 보면 무보수 봉사·명예직인 입대의 구성원들이 개인의 사익을 위해서 위법행위를 저지른 것이 아닌 법령 숙지 미숙 등 고의성이 없는 과실에 대해서까지 손해배상의 의무를 부담시킬 수 없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앞서 언급된 판결의 취지대로라면 입대의의 고의성이 없는 과실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 자체의 개선이 필요하다. 입대의의 고의성이 없는 과실 대부분은 공동주택 관리 전문가가 아닌 구성원들의 장충금과 수선유지비 항목에 대한 착오로 이뤄지고 있고 이는 공동주택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관리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한 개선안으로 ‘과태료 부과 이전 계도 절차’를 제시하고 있다.

다만 그럼에도 반복되는 실수로 인해 과태료를 부과해야 하는 단계까지 도달하게 된다면 부과 주체를 법령 위반행위 당시 입대의 구성원으로 구체화하는 등의 법령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처럼 구상금 청구가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임 입대의로 인해 발생한 과태료를 현 입대의가 납부해야 한다면 입대의는 ‘전 입대의의 책임을 떠안는 자리’로 인식될 우려가 있고 이를 둘러싼 전·현 입대의 간 갈등이 입주민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