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톡톡] 비자발적 실업

2025-11-14     김태완
김태완 주택관리사

예전의 일이다. 불가피하게 경비원 한 명을 비자발적 실업으로 내몰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경비원들과의 1년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서 그동안 동료들로부터 심하게 민원이 제기된 경비원이 있었는데 경비원 간에 인수인계도 안 되고 입주민들에게도 불친절하고 근무 시간에 업무상 전화를 하면 잘 받지도 않는다고 불만이 많았다.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에게 일단 보고하고 경비업체에 A경비원은 계약만료 후 재계약이 곤란하다고 통보했다. 입대의 회장이 경비원에 대한 인사권은 없지만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하기 위해 재계약 불가 사유를 사전에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경비업체 관리이사가 A씨에게 관리소장이 재계약하지 않는다고 통보했다고 한 모양이다. 이런, 이럴 바에는 내가 직접 얘기하지!

A씨가 나를 찾아왔다. A씨는 입주민들에게도 친절하고 동료들과의 사이도 좋은데 일부 경비원들의 말만 듣고 자기를 해고하려고 하냐고 나에게 따진다. 그동안에 있었던 일에 대해 설명하고 불가피하게 그럴 수밖에 없다고 성의껏 설명해 줬지만 아무래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다음 날 억울한 심정을 담아 동대표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심지어 전화까지 했다고 한다. 들은 내용으로는 경비원 중 일부가 근무 중에 술을 마시다가 다툼이 있었는데 그렇게 물의를 일으킨 사람은 내버려 두고 그 사람의 말만 듣고 아무 잘못도 없는 자기만 해고하려고 하는 것이 너무 부당하다고 하소연을 했다고 한다. 동대표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일단 경비원 20여명과 개별 면담에 들어갔다. 기간이 만료되는 경비원 재계약과 관련해 경비원들의 근태를 점검하고 관련 내용을 녹취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면담한 결과 A씨에 대해서는 업무와 연관된 경비원들이 이구동성으로 불만을 표했고 다른 몇 명에 대해서도 경비원 간의 추가적인 불협화음이 발견됐다. 서로서로 저 사람이 그만 두지 않으면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해 결국 5명에게 재계약 불가 통보를 했다.

녹취한 내용을 토대로 보고서를 만들고 경비원 각자가 진술한 내용만 서명을 받고 경비원들에게 이유를 설명하며 재계약이 불가하다고 했더니 모두 수긍한다. 모두 계속 근무하고 싶어했지만 상대가 그만둔다면 자기도 기꺼이 그만두겠다고 한다.

나의 노력과 경비원들 스스로의 노력으로 한 달여 남은 재계약 기간에 거의 모두 재취업을 하긴 했지만 인간관계의 의외성에 대해 다시 한번 절실히 느끼게 됐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이 잘되는 것은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로 인해 자기가 손해 볼 게 뻔한데도 나름대로는 그게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동대표들에게는 회의에서 구두 보고하는 것으로 경비원 재계약 건은 마무리됐다.

단 경비업체 담당자를 불러 그동안의 처리 과정에 대해 상세히 알려주고 다음부터는 담당자가 자주 방문해 경비원의 근태나 애로사항을 파악하라고 관리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단순히 내 말을 전하는 역할만 한다면 우리가 경비업체를 선정해 관리할 이유가 없다고 단단히 주의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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