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 인쇄물 수거 행위, 문서은닉죄 될 수 있을까?
윤정원 변호사의 집합건물 법률 Q&A 102
[질문]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의 입주민 우편함 인쇄물 수거 행위는 문서은닉죄에 해당될 수 있을까?
[답변]
최근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입주민이 배포한 ‘관리규약 개정안 반대’ 인쇄물을 회수해 폐기한 사건에서 문서은닉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며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피고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작성자가 표시되지 않은 인쇄물은 문서가 아니며 우편함에 넣은 이상 소유자 없는 문서이므로 은닉죄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허위사실이 담긴 인쇄물로 입주민들의 법익을 보호하기 위해 회수한 것이므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이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① 작성자가 명시되지 않았더라도 사회적으로 중요한 내용을 담은 인쇄물은 문서로 인정되며 ② 우편함에 투입된 순간 해당 세대 입주민이 문서의 소유자가 된다고 봤다. 따라서 회장이 이를 임의로 수거·폐기한 행위는 입주민의 문서를 은닉해 효용을 해한 것으로 문서은닉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또한 법원은 “설령 인쇄물에 허위사실이 포함되어 있었다 하더라도 즉시 회수 외에도 시정권고나 공지문 부착 등 다른 조치를 취할 수 있었던 점에서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아파트 단지 내의 홍보물·안내문 등을 둘러싼 분쟁이 형사문제로 비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관리소나 대표회의가 ‘관리질서 유지’나 ‘허위정보 차단’을 이유로 입주민의 인쇄물을 임의로 제거하거나 폐기하는 것은 형법상 범죄가 될 수 있으므로 매우 신중해야 한다.
특히 관리규약상 ‘불법광고물 제거’ 조항이 있더라도 영리 목적이 아닌 입주민의 의견표현물까지 포함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법원도 이번 사건에서 “해당 인쇄물은 영리목적의 홍보물이 아니므로 즉시제거 대상이 아니다”라고 명확히 밝혔다.
결국 아파트 공동체 내에서 의견이 다르더라도 표현의 자유와 입주민의 권리를 존중하는 절차적 접근이 필요하다. 관리소나 대표회의는 입주민의 게시물·인쇄물을 임의로 수거하기보다 정정 요청이나 공지를 통한 대응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