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참여만으로도 의미 있는 그림 대회”

'제3회 우리관리 어린이 그림 대회' 심사위원장 경희대 교육대학원 아동미술교육자과정 김경희 주임교수 

2025-11-03     서지영 기자
제3회 우리관리 어린이 그림 대회 심사 총평 중인 김경희 주임교수. [사진제공=우리관리]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아동미술연구소의 주임교수로 재직하면서 어린이 그림대회에도 관심을 갖고 심사위원으로도 적극 임하고 있는데. 

너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미술대회나 공모전에서 수상하지 못한 아이들이 받는 상처로 인해 미술과 멀어지는 현상에서부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5세에서 9세들의 미술대회 참여를 반대하기도 했는데 이 시기는 정성적 평가인 미술대회에서 수상과 낙선이라는 딜레마를 이해하기 어려운 나이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수상을 위해 연령에 맞지 않게 과도하게 지도하는 현상과 다양한 교재가 출시되는 가운데 어린이들이 무조건적으로 모방해서 그리는 그림들이 수상하면서 미술대회가 비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후 아예 미술대회나 공모전에 수상한 작품들이 바른 인식개선에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연령에 적합한 지도가 이뤄진 작품, 아이들의 정성과 독창성이 잘 반영된 작품을 심사의 기준으로 잡고 전국의 다양한 미술대회와 공모전에 심사를 주관하고 있다. 

미술대회나 공모전 모두 아이들이 참여하는 행사다. 두 행사의 목적은 어린이들의 참여하는 과정에서 바른 인식에 대해 관심을 갖고 형성된 인식을 통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성장해 가는 것이다. 올바르지 못한 목적으로 수상에 의미를 두게 된다면 낙선한 아이들은 공모전이 갖는 인식의 개선보다 오히려 부정적인 인식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늘 염두하면 좋을 것 같다. 

▶이번 대회의 주제가 ‘안전한 삶의 터전, 행복한 우리 아파트’였다. 수상작을 선정할 때 어떤 부분에 중점을 뒀는지. 

수상작품을 보고 안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내용면에 중심을 두고 심사했다. 아이들이 수상작품들을 보고 ‘와~ 그림 잘그렸다’라고 생각하기 이전에 ‘아! 안전을 위해 이런 부분을 조심해야 하는구나’와 같이 메시지를 전달받을 수 있는 작품을 위주로 봤다. 특히 해당연령이 이해할 수 있는 인지발달적 차이를 감안해 심사했다. 안타깝지만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표현을 너무 잘한 그림도 순위에서 내려왔다.    

▶유치부, 저학년, 고학년으로 나뉘어 있다 보니 표현 방식이나 그림에 담긴 메시지가 조금씩 달랐을 것 같다.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면. 

유아들은 자신들이 받은 교육 내용을 배경으로 그린 그림이 많았다. 저학년의 경우 개인의 경험이 많이 반영돼 있었다. 강아지의 입마개에 대한 작품은 자신이 경험한 강아지에 대한 무서움을 표현해줬는데 심사위원 모두 빙그레 웃으며 아이의 마음을 한층 더 이해할 수 있었다. 고학년들은 추상적 사고가 시작되는 시기로 미래지향적인 메시지를 담거나 계몽적인 내용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많은 아이들이 작고 사소한 상황에서 아이들이 느끼는 안전에 대해 표현해줬다. 특히 지하 주차장에서 엄마아빠와 안전선으로 걸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은 어른들이 생각하지 못한 안전에 대한 아이들의 시선을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부모님과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의 의견을 반영해준 좋은 작품이었다.   

▶어린이 그림 대회다보니 수상을 하지 못한 어린이들은 조금 속상한 마음이 있을 것 같다. 이번 대회에 작품을 제출해 준 어린이들에게 응원의 한 말씀 부탁드린다. 

우리마을 안전관리와 같은 인식개선 공모전을 참여했다는 자체가 중요하다. 그림을 그려보는 시간 안에서 아이들은 안전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내 주변을 살피는 눈을 갖게 된다. 나도 동대표로 활동하면서 아파트를 보는 시선이 확 달라졌다. 이후 아파트를 더 사랑하게 되고 주민들에게 인사도 더 하게 됐다. 아이들에게는 이번 경험이 아파트에 대한 인식을 높여 줄 것이다. 수상하지 못해 속상해 하고 있다면 “그림을 못 그려서가 아니라 너무 많은 아이들이 참가해서 아쉽게 줄 수 있는 인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해주면 좋겠다. 과정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갖게 되는 주인의식과 가치로움을 선물받은 우리 아이들을 가정에서도 많이 격려해달라. 심사위원으로서  ‘우리 아파트 어린이 동대표’로 임명해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