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관리사보 시험 출제, 누가 어떻게 하길래 이토록 문제인가 

주택관리사보 자격시험 문제 분석 ④ 출제

2025-11-07     서지영 기자

출제위원 대부분 대학 교수…아파트 관리 대한 이해 부족

관성적 출제 개선하고 문제 전면적 검토 필요

제28회 주택관리사보 2차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수험생들. [아파트관리신문]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주택관리사보 자격시험이 올해 28회가 되도록 실무와 동떨어진 문제들로 치러진 것은 전문가의 부재와 제도적 무관심이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결국 정책적 문제들로 인해 시험 합격 후 바로 공동주택 현장에서 입주민 안전과 재산을 지켜야 할 주택관리사들이 급하게 실무공부를 따로 해야 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주택관리사보 자격시험 운영은 공동주택관리법령에 따라 한국산업인력공단에 위탁돼 있다. 공단은 자격시험 출제위원을 상시로 모집해 심의를 거쳐 인력풀(pool)에 등재하고 시험 때마다 출제, 검토, 정답심사 등 관련 업무에 필요 인원을 위촉한다. 

출제위원 자격기준은 ▲학계: 대학교에서 관련 분야 조교수 이상으로 재직하고 있는 자 ▲정부: 해당 자격분야에서 6급 이상 공무원으로 5년 이상 재직하고 있는 자 ▲산업계: 해당 자격분야 석사학위 취득 후 동일 분야에서 7년 이상 재직하고 있는 자, 해당 자격분야 박사학위 취득 후 동일 분야에서 5년 이상 재직하고 있는 자, 해당 자격분야 10년 이상 실무에 종사한 자 ▲기타: 해당 자격 취득 후 실무경력 5년 이상인 자, 공인회계사, 변호사 등 자격 취득 후 실무경력 5년 이상인 자, 위와 동등한 자격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 등이다. 

시험의 공정성에 대한 시비 우려가 있는 학원강사나 수험서 집필자 등은 출제위원 자격에서 제외된다. 

출제위원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산업인력공단의 사회과학출제부 관계자에 따르면 출제위원 대부분은 대학의 건축, 회계, 법학 전공 교수들이다. 회계원리 과목에서는 회계사나 세무사 등도 출제위원에 포함된다. 

문제는 이들 위원 대부분이 건축, 회계 등 해당 분야에서는 전문가들이겠지만 ‘공동주택 관리’라는 특수한 업에 대해서는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관리업계 전문가들은 “공동주택 관리에 필요한 건축, 회계, 법 지식은 일반적인 지식과 다르고 좀더 특화될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자격시험의 회계원리 과목에서는 기업의 원가회계보다는 ‘공동주택회계처리기준’을 중심으로 한 관리회계 관련 문제가 더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출제위원 인력풀이 좀더 관리현장을 잘 아는 전문가들로 구성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함께 이전의 문제들을 그대로 답습하는 관성적인 출제 경향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동주택관리법령에 따라 공단에 시험 과목 조정과 선발인원, 합격기준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한 시험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있지만 이는 형식적으로 운영될 뿐 문제 경향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출제위원들이 합숙을 통해 시험 문제를 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년도 시험 동차합격자 중 공단이 선발한 ‘모의시험요원’들도 합숙을 하며 출제위원들이 낸 문제들을 검토하는 과정을 거치지만 이 또한 해당 문제들의 오류나 난이도를 살피기 위함일 뿐 이 과정에서 실무와 상관없는 자격시험의 전체적인 문제에 대한 의견 조회는 이뤄지지 않는다. 

공단 관계자는 “시험이 공단에 위임돼 있긴 하지만 시험 전체를 공단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고 국토교통부와 협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이며 법에서 출제영역을 정하고 있기 때문에 법이 바뀌어야 출제영역도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 시행령 별표7에서 주택관리사보 자격시험의 시험과목에 대해 규정하면서 각 과목에서 포함하는 내용들을 나열하고 있지만 회계원리 과목의 경우 별다른 설명이 없어 공단과 출제위원들이 기존의 기업회계 중심 문제들을 공동주택 회계 중심으로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다. 다만 그동안 공단이 시험계획 공고에서 회계처리 등과 관련된 시험문제를 공동주택회계처리기준이 아닌 상장사들과 관련된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을 적용해 출제한다고 공고한 부분에 대해서는 변경이 필요하다. 

다른 과목들 또한 구체적인 문제의 내용은 얼마든지 공동주택 관리 중심으로 개선이 가능하다. 

김영아 국토교통부 주택건설공급과 과장은 “주택관리사보 자격시험은 산업인력공단에 일괄적 위탁해 운영하다 보니 출제 문제의 경향이나 과목 조정에 대해 국토부에서 직접적인 관여는 하고 있지 않다”며 “예전부터 주택관리사 협회 등에서 과목 변경 요청 목소리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시험에 대한 재검토 등 계획이 있지는 않고 급진적인 변경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서 김 과장은 “현재 산업인력공단이 운영하는 국가자격시험이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어 고용노동부에서 재검토를 하려 한다는 얘기가 나와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면 그때 주택관리사보 자격시험의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를 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