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두 칼럼] 공유주차(3) 진정한 공유주차, 제도를 바꾸고 기술을 더해야
지금까지 우리는 두 편의 칼럼을 통해 심각한 도심 주차난의 근본적인 해법이 ‘공유’에 있으며, ICT와 AI 기술이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고 있음을 살펴봤다. 1세대 공유주차 모델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그 효용성을 입증했다면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도시의 모든 공간 자원을 낭비없이 활용하며 참여하는 모든 이에게 합리적인 이익이 돌아가는 ‘지능형 공유주차 생태계’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이를 위해 기술의 진보와 제도의 혁신을 동시에 이뤄야 한다.
기술적 진보의 첫 번째 과제는 사람의 수고를 덜어주는 ‘완전 자동화 시스템’의 구현이다. 주차 공간의 소유자가 매번 공유 가능 시간을 직접 설정하는 공유주차 방식은 번거롭고 지속되기 어렵다. 진정한 기술은 사용자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작동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각 주차면의 과거 입출차 데이터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소유자의 생활 패 턴을 정확히 학습해 가장 신뢰도 높은 유휴 시간대를 자동으로 예측하고 공유 매물로 등록하는 기술이 활용돼야 한다. 내가 아침에 차를 몰고 출근하면 나의 빈 주차 공간은 내가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아도 스스로 돈을 버는 자산이 돼야 한다.
두 번째 과제는 공유의 범위를 도시의 가장 깊숙한 모세혈관까지 확장하는 것이다. 사실 주차난이 가장 극심한 곳은 빌라나 연립주택이 빽빽하게 들어선 도심의 좁은 골목길이다. 하지만 이런 곳들은 주차 차단기를 설치할 공간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공유 주차의 혜택에서 소외돼 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크고 무거운 주차 차단기에서 벗어나 좁은 공간에도 손쉽게 설치할 수 있는 소형·경량화된 스마트 주차 차단기의 개발과 보급이 필요하다. 스마트폰 앱과 연동해 저전력으로 구동되는 이 작은 장치 하나가 그동안 잠자고 있던 수많은 골목길 자투리 공간을 귀중한 주차 자원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특히 빌라나 다세대주택 같은 집합건물에서 주차장을 공유하기 위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바로 소유자들의 동의다. 현행법상 공용부분의 관리나 변경을 위해서는 관리단 집회의 결의가 필요하지만 이해관계가 다른 소유자들의 동의를 얻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이 굳게 닫힌 빗장을 열기 위해서는 제도적 유연성이 필요하다. 공유주차 사업 활성화라는 공익적 목적을 위해 한시적으로 결의 요건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 공유주차 제도는 입주민들의 주차장 이용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남아도는 주차공간을 활용하기 때문에 소유자들의 엄격한 결의를 요구할 필요가 없다. 또한 지자체가 직접 주민 설명회를 개최하고 갈등을 중재하며 동의 절차 전반을 행정적으로 지원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수익의 합리적이고 투명한 보상 체계의 설계는 스마트 공유주차가 성공하기 위한 열쇠다. 만약 스마트 공유 주차를 통해 수익의 일정부분을 입주민들에게 귀속되도록 한다면 남는 주차 공간이 수익을 창출해 내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특히 소규모 공동주택의 경우 공유주차를 통해 발생한 수익을 건물의 노후 설비 교체나 도색 등을 위한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적립하도록 제도화한다면 이는 단순한 부수입을 넘어 건물의 자산 가치를 높이고 이웃 간의 갈등을 줄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결론적으로 최첨단 기술과 시민의 참여, 그리고 정부의 지혜로운 정책이 어우러지는 사회 시스템 디자인의 영역이다. 주차 관련 기업이 혁신적인 플랫폼을 만들고 시민들이 기꺼이 자신의 공간을 내어주며 정부가 이들의 활동을 가로막는 규제를 걷어내고 든든한 지원군이 돼줄 때 비로소 도심지역의 주차 전쟁에서 벗어나 보다 쾌적하고 효율적인 스마트 도시가 가능한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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