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가 관리현장 어려움 초래···최적의 역할 수행 바라”

사업장 지도·감독 시 불필요한 감사 종종 있어 과태료 부과 등 제재보다 계도 중심 행정 필요해

2025-09-22     고현우 기자
[아파트관리신문]

[아파트관리신문=고현우 기자] 지방자치단체는 공동주택관리의 안전성·투명성 확보를 위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관리주체의 공동주택관리법·관리규약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장기수선충당금의 적립과 사용 계획이 제대로 운영되는지 감독하고 필요시에는 회계 감사, 운영 실태 조사 등을 실시하는 지도·감독자의 역할, 주차·층간소음 등의 이유로 인한 입주민 간 또는 입주민과 관리주체 간 갈등을 조정하는 중재자의 역할, 관리주체·입주자대표회의를 대상으로 법정교육을 실시하거나 공동주택 관리 매뉴얼을 제작하고 필요 시설 신설·개선 비용을 지원하는 등 지원자의 역할 등이다.

그러나 일부 관리종사자들은 이러한 지자체의 역할이 너무 과하거나 부족해 오히려 관리현장에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며 최적의 역할 수행을 바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감사 요청 납득 어렵기도 해, 법률 개정 뒷받침 필요”

본지와 주생활연구소는 지난 7월 15일부터 18일까지 현직 관리사무소장 43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이하 본지 설문)를 실시했다. 공동주택관리법 제정 10주년을 앞두고 공동주택관리법의 문제점과 개정이 필요한 조항은 없는지 등에 대한 관리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당시 설문 참여자들은 ‘공동주택관리법에서 개정이 시급한 조항(복수 응답)’ 3위로 ‘지자체 감사 관련’을 뽑았다.

공동주택관리법 제93조 제2항에 따르면 공동주택 입주자등은 관리사무소·입대의 등이 주어진 업무를 적법하게 수행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되는 경우 전체 입주민 10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 지자체에 감사를 요청할 수 있다. 같은 조 제3항은 지자체는 그 요청이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 남동구의 A관리소장은 “동료 소장들에 의하면 입주민들의 민원 때문인지 납득하기 어려운 감사가 다수 이뤄지고 있다”며 “사실상 감사 요청은 입주민 동의 요건만 갖춰지면 이뤄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한 본지 설문 ‘과태료 관련 개선돼야 할 사항’ 질문의 응답률 3위(13%)가 ‘불필요한 감사 요청 사전 차단’인 점을 비춰볼 때 많은 관리소장들이 A소장과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강은택 대한주택관리사 정책제도실장은 “공동주택관리법 제93조 제3항의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를 관리주체와 입주민 모두가 납득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가 감사 요청의 적정성을 판단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또한 ‘감사 요청이 없더라도 공동주택 관리의 효율화와 입주자등의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감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한 같은 조 제4항 역시 일부 입주민들의 민원으로 인해 좌우될 수 있으므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입주민 피해 없는 단순 행정착오, 과태료 대신 행정지도 이뤄져야”

지자체 감사가 관리현장의 어려움으로 작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감사가 과태료 부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그 법령 위반 사항이 매우 경미하거나 입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행정지도 없이 과태료를 부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표적인 사례는 경기 파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트렌치 덮개 교체 비용 약 44만원을 장기수선충당금이 아닌 수선유지비로 지출했다가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은 일이다.

이 때문에 본지 설문 참여자 과반이 ‘과태료 관련 개선돼야 할 사항’으로 ‘과태료 부과 전 행정지도’(58.6%)를 꼽았다.

경기 성남시의 B아파트에서 근무했던 한 관리소장은 “B아파트에서 근무했을 당시 ‘관리비 부과내역·2022년도 회계감사보고서를 각 동 출입구 게시판에 게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태료 처분을 받은 바 있는데 입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엘리베이터에 게시물을 게재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했고 이를 입주민들에게 사전 고지했음에도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됐다”며 “이 외에도 재직 당시 사소한 이유로 몇 차례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은바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을 제출해도 담당 공무원은 법원 소명을 통해 취소 처분을 받으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결국 법원 소명을 통해 취소 처분을 받았지만 법원 판단을 통해 취소될 정도의 사안이라면 왜 지자체 차원에서 취소 처분을 해주지 않는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강 실장은 “과태료 처분이 가장 잦은 장기수선계획 위반,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 위반의 경우 입주민들에게 전혀 피해가 발생하지 않거나 잘못된 사항을 시정할 수도 있는 사례도 상당히 많다”며 “이러한 경우에는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 등 법령이 처벌이 아닌 행정지도 중심으로 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관리 안전성·투명성 확보, 제재보다 지원·교육으로”

일각에서는 “공동주택 관리현장에서 지자체의 역할로 인해 어려움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공동주택관리의 안전성·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이 지원·교육보다 사후 제재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본지 설문에서 지자체에 요구되는 역할 중 ‘관리주체 지원의 필요성’에 관한 질문에 ‘그렇다’로 응답한 사람(필요하다+매우 필요하다)은 전체 응답자의 92.1%를 차지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중 가장 필요한 것’을 묻는 질문(2개 응답)에는 ‘관리업무(전반에 대한) 지원’이 가장 높은 응답률(55.6%)을 기록했다. 이 같은 설문 결과는 일선 관리현장에서 체감하는 지자체의 지원이 부족하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0일 인천시의회에서 개최된 ‘홈네트워킹과 시민 사생활 보호를 위한 해킹대응방안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다섭 법무법인 민우 대표변호사는 홈네트워크의 안전관리는 사후 제재가 아닌 지원·교육을 통해 이뤄져야 함을 제언하며 “이는 비단 홈네트워크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관리업무 전반에 해당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 차원에서 전문성을 가진 기관을 지역별 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로 둬 공동주택관리에 대한 지원·교육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본지 설문에서도 ‘지역 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의 필요성’에 대한 4점 척도 질문에서 3.33점의 평점을 기록하는 등 이러한 주장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