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두 칼럼] 공유주차-(2) 정보통신기술과 인공지능, 잠자는 주차 공간을 깨우다

2025-09-05     김영두
김영두             한국집합건물진흥원 이사장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칼럼에서 도심 주차난 해결을 위해 물리적으로 주차장의 공급을 확대하는 방법보다는 공유경제 모델에 기반해 주차 공간의 활용성을 최대화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모델의 성패는 결국 놀고 있는 주차 공간과 주차가 필요한 운전자의 수요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결하는지에 달려 있다. 과거에는 주차 공간소유자로부터 이를 빌리는데 수반되는 거래 비용이 지나치게 높아 놀고 있는 주차공간을 빌려주는 시장이 형성되기 어려웠다. 바로 이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춤으로써 공유주차라는 새로운 시장의 성립을 가능하게 한 것이 정보통신기술과 인공지능이다.

정보통신기술은 공유 주차라는 생태계가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디지털 인프라다. 운전자는 더 이상 주차장을 찾아 헤맬 필요 없이 스마트폰이나 자동차의 앱을 통해 공유 주차 온라인 플랫폼에 접속할 수 있다. 온라인 플랫폼에 접속해 목적지 주변의 이용 가능한 주차 공간을 실시간으로 검색하고, 예약과 결제까지 논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다. 그리고 지도 데이터와 GPS를 결합한 위치기반서비스는 내 위치에서 가장 가깝거나, 가장 저렴하거나, 혹은 동선에 가장 적합한 최적의 주차 공간을 즉시 찾아줄 수 있고 주차 공간의 탐색에 드는 시간과 노력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이는 단순히 운전자의 편의를 높이는 것을 넘어 교통 체증과 불필요한 탄소 배출까지 줄이는 사회적 편익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은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완벽한 비대면, 비접촉, 자동화 공유 주차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이 공유 주차 시장이 작동할 수 있는 기본적인 판을 깔아줬다면 인공지능은 그 판 위에서 이뤄지는 주차장 이용에 관한 거래를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지능적인 두뇌 역할을 수행한다. 인공지능은 단순히 가장 가까운 주차장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넘어선다. 수많은 운전자의 이용 패턴, 특정 시간대와 장소별 수요량, 날씨나 주변 이벤트 정보와 같은 방대한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미래의 주차 수요를 예측하고 이를 기반으로 가격을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역동적 가격 책정을 가능하게 만든다. 항공권 가격처럼 수요가 몰리는 시간에는 가격을 높여 불필요한 이용을 억제하고 한산한 시간에는 가격을 낮춰 주차 공간의 가동률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도 있다. 이는 공급자에게는 수익 증대를 가져다 주고 수요자에게는 합리적인 선택의 기회를 제공해 주차장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가 최대의 이익을 실현할 수 있게 만든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영국의 저스트파크(JustPark)나 미국의 스팟히어로(SpotHero) 같은 글로벌 플랫폼들은 이미 수백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며 개인 주택의 차고부터 대형 빌딩의 주차장까지 도시의 모든 유휴 주차 자원을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로 묶어내고 있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주차 앱들이 등장하며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서울시의 거주자우선주차장 공유사업처럼 공공이 민간 플랫폼과 연계해 공유하는 의미 있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공유 주차 모델 대부분은 공급자가 직접 자신의 유휴 시간을 설정하거나 일정한 주차 공간을 공유 주차만을 위해서 제공해야 하는 등 여전히 수동적인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 공유 주차 기술을 위해서는 사람의 노력을 최소화하고 자원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다음에는 이 도약을 위해 우리가 준비해야 할 구체적인 기술적, 제도적 발전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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