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과정에서 제출된 입주자 개인정보, 괜찮을까?
이지원 변호사의 아파트 법률 Q&A 98
[질문]
입주자대표회장이 재판과정에서 입주자들의 개인정보를 제출하면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이 될까?
[답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또는 관리사무소가 입주자들의 개인정보를 재판과정에서 제공하거나 입대의 회장이 해임 절차 요청에 동의한 세대 명부를 열람 및 제공받거나 아파트 CCTV 열람 중 해당 화면을 몰래 촬영하는 등의 행위는 모두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여부와 연관돼 형사상 문제가 되고는 한다.
특히 7월 18일 입대의 회장이 입주자들의 개인정보를 재판과정에서 제공한 건으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바, 위 사건을 중점으로 해서 아파트의 개인정보 활용에 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해당 사건에서는 입대의 회장이 직무집행정지 사건의 담당 재판부의 요청에 따라 관리사무소에서 보관 중이던 세대주, 직업, 차량번호, 가족 사항, 세대원 생년월일, 전화번호 및 주소 등의 개인정보가 기재된 입주자카드 총 584장을 제공했는데, 그 과정에서 입주자들의 개별 동의는 받지 않았다.
이에 관해 원심은 회장과 개인정보처리자인 관리소장이 재판부로부터 요청받아 입주자카드를 증거로 제출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 및 ‘누설’에 해당한다고 봐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 행위가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 및 누설에 해당한다는 점은 원심과 같게 보면서도 재판과정에서 소송상 필요한 주장의 증명을 위해 개인정보가 포함된 소송서류나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는 경우에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해 형법 제20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봤다. 즉 ①이 가처분 사건의 주된 쟁점은 입대의 해산결의에 필요한 정족수가 충족됐는지 여부였는데, 그 전제인 서면동의나 철회의 효력에 관해 당사자들의 주장이 대립됐으므로 입주자카드를 통해 서면동의서 등을 작성한 자가 실제로 이 사건 아파트에 거주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고 ②담당 재판부가 2주 내로 자료를 제출할 것을 명했으므로 현실적으로 그 기간 내에 개인정보 제공에 대한 입주자들의 동의를 받을 수 없었으며 ③주민등록번호 뒷자리 등 침해의 위험성이 큰 정보에 대해서는 가림으로써 어느 정도의 보호조치를 취했고 ④법원에 제출된 소송기록의 열람 및 복사 등의 절차에는 개인정보 등을 보호하는 관련 규정이 적용되므로 입주자카드에 기재된 개인정보가 이 사건 가처분 사건과 무관한 제3자에게 제공될 위험성도 크지 않다는 점을 정당행위의 근거로 본 것이다.
별론으로 위 사건 외에 아파트에서 개인정보 보호법이 문제가 된 사례에 대해 보면 입주민이 경찰 제출자료 열람 목적으로 관리사무소에 요청해 CCTV를 보던 중 해당 영상을 휴대전화로 사진 촬영해 경찰에 제출한 사안이 있었다. 수사기관에서는 위와 같은 행위를 목적 외 ‘이용’이라고 봐 기소했으나 법원은 위 입주민이 개인정보처리자가 아니며 ‘이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는 취지로 무죄라고 판단했다.
이처럼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제70조 이하에 처벌규정을 두고 있으나 그 처벌 대상을 대부분 ‘개인정보처리자’ 혹은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로 규정하고 있고 개인정보처리자가 아니거나 개인정보처리자를 통하지 않고 개인정보를 수집한 자에 대한 처벌규정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즉, 앞서 본 대법원 사안처럼 개인정보처리자인 관리소장으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아 이용했다면 특별한 위법성 조각 사유 등이 없는 이상 개인정보처리자와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 모두가 처벌받는 데 반해 아래에서 본 사안처럼 개인정보처리자가 모르게 개인정보를 취득해 수집한 경우 그 당사자조차 처벌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아파트는 여러 입주자 등이 함께 거주하고 있는 만큼 개인정보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바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 분쟁을 미연에 방지할 필요가 있겠다.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