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언어로 소통하는 아파트 게시판
주생활연구소 인사이트
얼마 전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게시판의 게시물을 하나하나 읽어보는데, 괜스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왜 그럴까 생각해 봤더니 대부분의 게시물이 부정적인 언어로 가득 차 있었다.
“반려동물 배설물을 치우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유해 동물 비둘기 먹이 주기 금지, 먹이 주는 사람 발견 시 관리사무소로 신고하세요”와 같은 경고성 메시지가 주를 이뤘다.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혼이 나는 느낌이 들었다. 이러한 문구들은 아파트 생활 규칙을 안내하고 쾌적한 공동주거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관리사무소에서 정성껏 만든 것들이다. 하지만 표현 방식에 따라 입주민들에게는 자칫 불쾌감이나 반발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아파트 게시판은 단순히 공지 사항을 전달하는 공간이 아니라, 입주민들과 소통하며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게시물 작성 시 심리학에서 말하는 긍정 편향(Positive Bias)을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긍정 편향은 사람들이 긍정적인 정보를 더 쉽게 받아들이고, 부정적인 정보보다 긍정적인 정보를 우선으로 인식하는 심리적 경향을 말한다. 이는 인간의 생존 본능과도 연관이 있는데, 긍정적인 요소를 찾고 유지하는 것이 사회적 관계 형성이나 개인의 정신 건강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긍정 편향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긍정이 사회적 관계를 강화한다는 것인데, 인간은 긍정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더 호감을 느끼고, 공동체 내에서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면 구성원의 참여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긍정 편향을 게시물 작성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부정적인 표현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예를 들어 “지하주차장에 쓰레기를 버리지 마세요”라는 문구 대신 “깨끗한 지하주차장을 함께 만들어 가요. 쓰레기는 꼭 집에서 분리 배출해 주세요”라고 표현하면 훨씬 부드럽고 협조를 끌어내기 쉽다. 또한 입주민들의 참여와 성과를 강조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지난달 우리 단지의 공용전기 사용량이 20% 절감돼 관리비가 줄었습니다. 함께 이룬 값진 결과에 감사드립니다”라는 메시지는 아파트 공동체 안에서의 성취감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낸다. 나아가 단지 내 행사나 활동을 소개할 때도 긍정의 언어는 참여를 이끄는 좋은 도구가 된다. “이번 주말, 아파트 꽃 심기 행사에 함께해 주세요. 함께 심은 꽃이 우리의 공간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 줍니다” 같은 문구는 단순한 행사 일정 공지를 넘어 입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부드럽고 긍정적인 언어는 규칙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기보다 자연스럽게 수용하도록 돕는다. 불만 사항을 다룰 때도 따뜻한 어조로 접근하면 갈등을 줄이고, 서로 간의 신뢰와 존중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아파트는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작은 사회다. 그 안에서 나누는 말 한마디, 게시판에 붙은 한 줄의 문장이 분위기를 바꾸고 아파트의 문화를 만들어 간다. 오늘 작성할 게시물에 따뜻한 긍정의 언어를 담아보는 건 어떨까? 작은 표현 하나가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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