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 때죽나무, 하얀 꽃이 시선을 사로잡다
오순화의 나무가 있는 풍경〈39〉
5월의 초록이 짙음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꽃 중의 하나가 때죽나무꽃이다. 아파트 산책로를 걷다 보니 흰 눈이 살포시 내려앉은 것처럼 밤새 꽃비가 내려 발길을 붙잡았다. 언제 이곳에 이렇게 큰 때죽나무가 있었던가.
아파트 외진 화단에 우뚝 서 아름드리 자란 모습이 어찌나 고맙고 예쁘게 보이는지 살랑대는 바람에 꽃잎이 떨어지는 아쉬움마저도 감성으로 가득했다. 때죽나무는 조경수로 많이 쓰이나 아파트에서는 어디에 심어져 자라는지 별로 주목받지 못하는 나무다. 하지만 봄의 끝자락을 하얀 면사포 날리는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좋은 조경수다.
• 알아두기: 키가 크지 않고 단정한 몸매, 청초한 하얀색 꽃, 병충해에도 강하며 어디서나 겸손하게 제 몫을 해내는 나무다.
• 분류: 진달래목 > 때죽나무과 > 때죽나무속
• 이름 유래: 열매껍질에 있는 ‘에고사포닌’이라는 성분은 독성이 무척 강해 열매를 빻아 물에 풀면 물고기가 떼로 죽는다고 해서 ‘떼죽나무’로 명명됐다가 때죽나무로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실제로 시골에서는 독성이 있는 덜 익은 열매를 물고기를 잡는 데 이용한다.
• 생태
때죽나무는 진달래목 때죽나뭇과에 속하는 낙엽활엽교목이다. 속명 ‘Styrax’는 그리스어 ‘storax’에서 유래했으며 향기로운 수지(樹脂)를 생산하는 나무를 지칭하는 말로 때죽나무 속(Styrax)의 일부 종들이 실제로 향긋한 수지를 만든다.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자라는 때죽나무 중에는 줄기에 흠을 내어 수지를 받아 안식향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한국, 중국, 일본 등지에 분포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중부 이남에서 흔히 볼 수 있다.
• 수고 10m 정도 자라고 줄기는 어두운 갈색으로 세로로 얕게 갈라져 있다. 어린 가지에는 별 모양의 털이 많이 나 있으나 자라면서 없어진다.
• 잎은 어긋나고 긴 타원 모양이며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거나 없다. 잎의 뒷면과 맥에도 별 모양의 털이 많다.
• 꽃은 5~6월에 총상꽃차례로 잎겨드랑이에서 피며, 크기는 1~2cm 정도로 조그만 흰색의 꽃이 고개 숙인 듯 아래로 향해 2~6개씩 줄지어 매달린 모습이 매우 아름답고 향기가 좋다.
• 열매는 7월경부터 파란 열매가 종 모양으로 늘어져 달리고 9월에 갈색으로 익는다. 때문에 영어로는 ‘Snow bell’이라고 부르며 외국에서는 가로수로도 많이 이용한다.
• 생육환경
○ 토양: 물 빠짐이 좋으면서도 비옥한 사질양토를 선호하지만, 토양 적응력이 뛰어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편이다.
○ 일조량: 건조에는 다소 약하나 양지에서 반그늘까지 모두 잘 자라지만 꽃을 풍성하게 피우기 위해서는 충분한 햇빛을 받는 곳이 좋다. 추위와 공해에 강한 편으로 중부지방 어느 곳이든 식재지로 적합하다.
○ 시비(비료 주기): 척박한 토양이라면 봄철 새순이 돋아나기 전 적정량의 유기질 퇴비를 주면 생육에 도움이 된다.
○ 가지치기: 꽃이 진 직후(5월 말~6월 초) 죽은 가지, 병든 가지, 너무 빽빽하게 자란 가지를 제거해 통풍과 채광을 좋게 하고 자연스러운 수형이 아름다우므로 과도한 전정은 피한다.
○ 병충해: 때죽나무는 전반적으로 병충해에 강한 수종이나 깍지벌레, 때죽나무 납작진딧물 등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발생 시 초기에 방제해주도록 하며 줄기 밑동에 개미집이 보일 때는 바로 살충 작업을 해줘야 개미 피해를 입지 않는다.
○ 식재 대상지: 아파트에서 식재 대상지로는 주거동 주변, 주차장 주변, 어린이 놀이터 주변, 공용공간, 외곽녹지, 절개지에 적합하다. 수고가 크지 않게 자라기 때문에 환경 적응력이 높고 병충해에 강해 도시 가로수로도 적합하다.
*총상꽃차례: 긴 꽃대에 꽃자루가 있는 여러 개의 꽃이 어긋나게 붙어서 밑에서부터 피기 시작하는 꽃차례. 총상화서(總狀花序)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