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 러브버그 사랑의 계절

오순화의 나무가 있는 풍경〈34〉

2025-05-23     오순화
알고 보면 익충인 러브버그

주로 미국 남부와 중미 지역에서 발견되는 곤충인 러브버그는 1911년 미국 루이지애나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1940년 곤충학자 하디(D.Hardy)에 의해 명명됐다. 일명 ‘사랑 벌레’라고 알려져 있는 러브버그의 이름은 번식기간 동안 두 마리가 붙어 다니는모습에서 유래한 것이다.

러브버그는 털파리과의 우단털파리아과에 속하는 파리의 한 속으로 ‘붉은등우단털파리’다. 파리과의 다른 곤충처럼 변태 과정을 보면 알에서 애벌레-번데기-성충이 된다. 성충이 되면 수컷은 암컷을 만나 3~4일간 날아다니면서 교미하며 수컷은 교미를 끝내면 암컷에서 떨어져 죽는다. 암컷은 짝짓기 후 100~300개의 알을 부엽토가 썩은 땅이나 풀숲에 알을 낳고 죽는다. 알은2~4일 후에 부화해 썩어가는 유기물을 먹고 살다 4개월 후 번데기가 되며 일주일 후에 성충이 돼 날아다닌다. 애벌레가 모여있는 곳을 보면 진갈색으로 듬성듬성 털이 나있고 마치 구더기가 한곳에 모여 꾸물대는모습이 징그럽다.

러브버그

▶러브버그는 익충이다.
러브버그는 연중 두 번 주로 5월과 9월에 번식한다. 번식 기간 동안 성체는 약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생존하며 이 기간에 거의 항상 짝을 이뤄 붙어 다닌다. 그런데 다른 곤충에 비해 번식기간 내내 붙어서 교미를 오래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곤충 세상에는 수컷이 다른 수컷과의 짝짓기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장시간 교미를 하는 경우가 흔한데 그것은 자기만의 DNA를 남기기 위해서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22년부터 여름철 수도권에서 대량 발생했다. 불볕더위와 고온다습한 환경이 러브버그가 서식하기 좋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불쾌함을 호소했지만 사실 러브버그는 사람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 모기처럼 물지도, 파리와 같이 질병을 옮기지도, 중국에서 온 꽃매미처럼 농작물에 피해를 주지도 않는다.

러브버그는 오히려 익충이다. 가장 이로운 점은 애벌레가 썩은 식물 잔해를 먹이로 해 자연에서 분해자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흙에서 사는 유충이 나무와 낙엽을 분해하기 때문에 토양에 양분을 주고 성충은 꽃을 찾아다니면서 수분의 매개체 역할을 해 생태계를 지켜주고 있다.

하지만 파리가 날아다니면 본능적으로 쫓아내듯이 많은 개체수가 여기저기 붙어있고 두 녀석이 엉덩이를 포개고 찰싹 달라붙어 있는 모습은 그리 반갑다거나 흥미로운 대상이 될 수 없고, 징그럽고, 피하고 싶다. 사람에게 날아들고 산에서는 시야를 방해하고 귀찮게 하기도 한다. 특히 유기물이 풍부한 산지에서 러브버그 유충이 대거 서식해 떼를 지어 출몰해 등산객의 몸에 달라붙는 일로 불쾌감을 유발하고 있다.

러브버그 성충의 수명은 7일에서 10일 정도로 길지 않다. 러브버그를 없애려고 살충제를 뿌리게 되면 다른 곤충들도 죽을 수 있고 인간과 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 익충인 러브버그에게 최소한의 대처 방법만으로 자비를 베푸는 것은 어떨까.

▶러브버그 대처 방법
1. 물뿌리기 – 러브버그는 물기를 싫어해 물을 뿌리면 쉽게 날아가거나 떨어짐
2. 방충망 정비 – 찢어진 방충망이나 틀이 들뜨거나 틀어져 있으면 정비하여 러브버그가 들어오는 것을 사전에 막음
3. 끈끈이 트랩 사용 – 불빛 주변에 끈끈이 패드를 설치하여 달라붙게 함
4. 자동차 왁스 칠하기 – 자동차 그릴에 오일/왁스를 발라놓으면 벌레의 잔해가 붙어서 페인트가 부식되는 것을 예방
5. 밝은색을 좋아해 가능한 어두운 색 옷 입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