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 사람의 안전 위해 사용하는 제설제, 나무에는 독이 된다

오순화의 나무가 있는 풍경〈27〉

2025-02-14     오순화

겨울철 도심 도로의 눈을 녹이려다 가로수가 다 말라 죽는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겨울철 사고 예방을 위해 필요불가결하게 사용되는 제설제는 토양에 축적돼 나무에 염화칼슘 피해를 일으킨다. 2022년 경기 성남시의 경우 가로수가 6월인데도 앙상한 가지만 있고 일부 가지에서만 잎을 틔우고 있다는 민원으로 전체 가로수 4만7000여주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6%인 3000여주에서 이런 피해가 났다. 고사 원인을 밝히기 위해 토양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염분 함량이 적정치를 훨씬 넘어 염화칼슘 피해증상이었다. 토양의 적정 염분 함량 기준은 0.05% 미만인 데 비해 피해 가로수의 경우 적정치의 10배가 넘는 염분이 검출된 것이다. 우리나라 도로에 뿌려지는 제설제의 성분은 염화칼슘 성분이 흔하게 쓰이고 있어서 고속도로를 운전하다 보면 도로 옆 스트로브잣나무 잎들이 벌겋게 마른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바로 흩날려 퍼진 염화칼슘 피해로 봄철에 잎의 탈수 현상이다.

염화칼슘이 나무뿌리에 직접 닿게 되면 뿌리가 죽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유는 뿌리 안쪽에 있던 물이 토양 쪽으로 거꾸로 나오는 역삼투압이 일어나 나무의 수분흡수를 방해해 수분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제설제가 토양에 흡수되면 알칼리성 토양으로 변하며 토양산도가 pH7.2 이상이 되면 뿌리로부터 수분과 양분 흡수가 어렵게 돼 잎이 누렇게 변하고 말라 들어가 누적이 되면 고사에 이른다. 염소(Cl)는 식물의 광합성에 필요한 필수 원소지만 많은 양이 흡수되면 나무뿌리와 줄기, 잎 조직의 생장을 억제해 말라 죽게 한다. 칼슘도 식물 속 유해 물질을 중화시키는 중요한 원소지만 지나치면 철이 흡수되는 것을 방해한다. 철은 식물이 엽록소 만드는데 관여하는 원소다.

이외에도 식물의 삼투압 작용을 방해하고 토양에 과도한 양의 나트륨은 식물의 칼륨 흡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또한 염화물계 제설제는 동물에도 피해를 줘 반려견의 발에 제설제가 묻으면 피부병을 일으키고 염화칼슘을 먹은 야생조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 2021년 경기 수원시 광교 웰빙타운 가로수 100그루의 고사 원인은 염화칼슘에 의한 염해였다.

그렇다면 나무에 염화칼슘 피해증상이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이 짠 음식을 먹으면 물을 많이 마셔 나트륨을 배출하듯이 나무도 염분을 흡수하게 되면 빠른 시간내에 물을 많이 주고 영양제를 투여해주면 소금기가 빠져나가 회복을 도울 수 있다. 만약 염화칼슘으로 인해 나무가 죽었다면 토양을 갈아주고 다시 심어야 한다. 염화칼슘 피해는 강수량과도 연관이 있다. 강수량이 적은 겨울철보다 비가 내린 겨울철에는 염화칼슘을 사용하더라도 비가 오면서 토양의 염분 수치를 낮춰주기 때문에 나무에 끼치는 영향이 줄어든다. 일례로 2022년 염화칼슘 피해가 심했던 성남시의 경우 강수량이 136mm에 그쳐 전년도와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었다고 한다. 사람이 강수량을 조절할 수 없으므로 겨울철 빙판길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부득이한 경우에는 친환경 제설제를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염화칼슘에 비해 가격이 다소 비싸지만 공동주택의 화단은 인도와 가깝기 때문에 친환경 제설제의 사용이 나무와 자연이 입는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겨울철 도로 위에 염화칼슘 살포는 염소 성분으로 인해 산화력이 강하고 매우 유독해 나무에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아스팔트, 자동차, 철 구조물을 쉽게 부식시키고 도로의 ‘포트홀’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염화칼슘의 단점 때문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980년 염화칼슘 제설제 사용을 경고했다. 이러한 이유로 해외에서는 친환경 제설을 위해 제설제 사용보다는 제설 장비를 이용한 기계적 제설을 우선시하고 독일의 경우 경사가 급한 곳에서만 쓸 수 있도록 제설제의 양을 제한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한 경우 엄청난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필자는 공동주택에 근무할 당시에 눈이 많이 오는 날은 ‘내 집 앞 눈 치우기 행사’를 진행했었다. 편리성보다 환경의 중요성이 커지는 요즘 올겨울 나무는 괜찮은지 안부가 궁금해진다.

참고 국립산림과학원 수목진료기술4, 기상청 블로그

※염화칼슘 피해를 방지하지 위한 대책으로는
첫 번째, 겨울에 접어들기 전에 가로수 식재지 주변에 ‘짚으로 만든 보호막’을 설치해 눈이 왔을 때 염화칼슘이 녹아든 물이 차량 통행 등으로 가로수 토양에 유입되지 않게 함.
두 번째, 제설작업 시 염화칼슘이 함유된 눈을 가로수 주변, 화단에 쌓아두지 않도록 함.
세 번째, 인도나 산책로 주변 등은 힘들더라도 눈을 쓸어내고 제설제 사용을 자제함.

◉염화칼슘 피해증상: 그해 겨울에는 피해가 눈에 띄지 않으나 최저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는 3월부터 잎에 탈수 현상이 나타나고 광합성 기능 저하, 5~6월 잎이 누렇게 되거나 잎끝이 갈색으로 타들어 가고 조기에 낙엽이 됨. 수종별 반응은 잣나무의 경우 구엽과 새잎 모두 마르고 갈변, 소나무는 구엽부터 마름, 구상나무는 새잎 끝부터 갈변. 느티나무는 봄에 잎이 나면서 마르고 낙엽이 짐, 이팝나무는 잎끝부터 마르거나 반점이 나타나면서 전체적으로 갈변, 남부 수종의 경우 동백나무는 새잎의 잎 가장자리가 괴사, 구엽은 갈색반점이 나타남. 후박나무는 개엽이 늦어지고 잎의 가장자리 변색, 반점이 나타나는 특성이 있다.

◉염화칼슘 민감도가 높은 수종: 이팝나무, 칠엽수, 산벚나무, 단풍나무(활엽수), 구상나무, 잣나무(침엽수)

◉친환경 제설제: 염화칼슘과 염화나트륨보다 염소 함량을 40%가량 줄여 염소보다 독성이 약한 유기산을 원료로 사용해 제조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