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령·규정 등 준수하며 투명한 관리해야"

[적시된 내용이 ‘공공의 이익’ 위할 때는 명예훼손 아니다
의혹 발생시 감정적 대처 금물…합리적 절차로 해결해야]

명예훼손도 아파트에서 자주 발생하는 분쟁 중의 하나이다.
최근 들어 아파트에 거주하는 입주민들이 많아지고, 아파트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관리를 둘러싼 입주민간, 입주민과 관리주체간의 명예훼손 사건이 증가하고 있다.
명예훼손과 관련된 분쟁은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주체가 아파트 관리와 관련해 규정과 절차를 준수하지 않는데 그 원인이 있으며,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는 입주민들도 감정에 의존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명예훼손 사건이 몇 건씩 진행되고 있으며, 이와 관련 손해배상 청구소송뿐만 아니라 명예훼손 혐의로 수차례 고소를 일삼아 무고죄로 처벌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명예훼손 관련 분쟁과 판결례를 살펴보고, 이같은 분쟁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살펴보자.

▣ 명예훼손 해당 사례
명예훼손과 관련해 법원은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적시한 내용이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으로서 허위여야 하며, 피고인이 그와 같은 사실이 허위라고 인식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2000년 2월 2일 선고 99도4757).
이러한 재판부의 판단 기준에 따라 대법원은 지난 2002년 12월 자신의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이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인쇄물을 배포한 혐의로 기소된 전북 전주시 J아파트 입주민 하모 씨에 대한 명예훼손 상고심(사건번호 2002도5286)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비록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입주자대표회장을 비방하는 내용의 인쇄물을 입주민에게 배포했더라도 그 내용이 허위사실이라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대법원은 아파트 전 대표회장이 하자보수 공사업체 대표와 공모해 공사완료 확인서를 발급했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유인물에 적시한 동대표들에게 벌금형을 확정(2003도4956)했다.
이밖에 법원에서 명예훼손이 인정된 사례로 ▲대표회장을 비방하는 기사를 잡지에 게재한 행위(대법원 2002도5236) ▲관리비 체납사실 등을 담은 문서를 만들어 입주민들에게 우편으로 발송한 행위(대법원 2002도6954) ▲대표회장 성희롱 사실을 입주민에 공지한 행위(대전지법 2003노1570) 등을 꼽을 수 있다.

▣ 손해배상 책임도 잇따라
이와 같이 형법상 명예훼손죄가 인정되면 이와 별도로 가해자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법원이 이를 인정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아파트 동대표 9명이 명예훼손을 한 입주민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 신모 씨에게 1백50만원, 나머지 원고들에게 각각 1백만원을 지급하라.”며 원심을 확정, 피고 배모 씨의 상고를 기각했다.<사건번호 2003다38689>
재판부는 “피고가 오로지 입주민들의 공익을 위해 이같은 행동을 했다고 주장하나, 설사 피고가 그와 같은 동기를 가졌더라도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이의제기를 하거나 시정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사실인 것처럼 유포해 원고들에게 피해를 입혔으므로 피고의 행위에 위법성이 있다.”며 “이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입은 원고들에게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원심을 인정했다.
이와 함께 부산지법은 “피고가 동대표로서 대다수 입주민들의 동의를 얻어서 입주민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라도 위자료의 액수를 산정함에 있어 하나의 참작 사유가 될 뿐 명예훼손의 면책사유는 될 수 없으므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2003나1660).

▣ 공공의 이익 위할 때 명예훼손 아니다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더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할 때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형법 제310조는 ‘명예훼손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여기서 ‘진실한 사실’이라 함은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사실이라는 의미로 세부에 있어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무방하다.”는 판결을 내렸다.<2003도7301>
이와 함께 대법원은 “진실한 사실이라는 점이 증명되지 않아도 그 행위자가 그 사실을 진실하다고 믿었고,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명예훼손의 불법행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94다35718>
또한 재판부는 “형법에 규정된 ‘공공의 이익’은 널리 국가·사회,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된다.”며 “공공의 이익 여부는 적시 사실의 내용과 성질, 표현의 방법 등에 관한 제반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그 표현에 의해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해석했다.<대법원 2002도5768>
이에 따라 명예훼손에 해당되지 않는 사례로 ▲대표회의 임원들의 비리사실을 담은 고발장을 입주민에게 배포한 행위(대법원 2001도88) ▲입주민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객관적인 사실 내용을 행정관청 홈페이지에 게시한 행위(대법원 2003도699) ▲대표회의의 무리한 공사계약 추진 등 유인물 게시·배포 행위(대법원 2002도5515) 등이 있다.

▣ 고소 남발…‘무고죄’ 처벌도
이와 같이 각종 의혹을 적시한 행위자가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 법원의 판결을 받을 경우 오히려 고소한 사람이 무고 혐의로 법의 심판을 받기도 한다.
수원지법 평택지원은 지난해 10월 입주민 등을 상대로 수차에 걸쳐 고소와 진정을 거듭해 무고 혐의로 기소된 안성시 T아파트 동대표 민모 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기도 했다.<사건번호 2003고단1248>
재판부는 “피고인은 대표회의에서 과반수의 동의로 동대표 자격을 박탈당한데 앙심을 품고 관리소장, 새로 선임된 회장, 입주민 등을 명예훼손, 횡령 등으로 수차례에 걸쳐 악의적인 고소, 진정을 거듭해 이들은 모두 혐의가 없거나 각하 됐다.”며 “피고인이 무고한 사실이 인정돼 유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명예훼손 등 보복성 고소, 진정 등은 오히려 무고죄로 처벌받게 되므로 신중함을 기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줬다.

▣ 해결방안은 없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아파트에서 많이 발생하는 명예훼손 관련 분쟁은 관리비나 각종공사, 용역계약 등 아파트 관리와 관련된 의혹에서 출발한다.
관련 전문가들은 “아파트 관리업무 가운데 불특정 다수인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동대표들은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업무 집행절차 및 방법 등이 적정하지 못한 경우 입주민들이 의혹을 제기하고, 동대표들은 고소 등으로 대처해 명예훼손 등의 분쟁으로 이어진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파트 대표회의나 관리소는 각종 의혹이 발생되지 않도록 법이나 관리규약 등 규정에 따라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관리업무를 처리해 분쟁을 방지해야 한다.
또한 입주민들도 어떤 의혹이 있을 때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이의제기를 하거나 시정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며,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유포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법률 전문가들은 “명예훼손 사건은 대부분 사람들간의 감정 싸움에서 비롯된다.”며 “아파트에서 어떤 의혹 발생 등 분쟁이 있을 경우 감정적인 대처를 자제하고, 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리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황태준 기자> nicetj@ap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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