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아파트 운동 활성화 방안 모색해야

[최근 각 지역 시민단체의 아파트 관련조직 개편·해체
주택정책 제안·공동체 프로그램 개발 사업 등 특화 필요]

아파트 공동체 운동에 실천적·이론적 토대를 제공해 왔던 시민단체의 아파트 운동이 최근 침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시민단체의 아파트 운동은 아파트 현장에서 작은권리찾기·환경·문화 등의 사업을 통해 폐쇄적인 아파트 공동체에 활기를 불어 넣으며 새로운 도시 공동체 실현으로 각광을 받아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각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던 시민단체 내 아파트 관련 조직이 잇따라 해체 또는 조직개편을 이루며 그 활동영역이 축소되고,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아파트 활동가들을 하나의 구심체로 묶어 주었던 ‘전국 아파트공동체 네트워크’의 활동도 중단되면서 아파트 시민운동에 위기가 온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아파트 시민운동의 성장과 침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아파트 시민운동은 90년대 초·중반까지는 아파트 입주민 등을 대상으로 한 시민학교, 법률상담 등의 지엽적 활동이 대부분이었으나 지난 98년에 아파트생활문화연구소(대구), 참여연대 아파트공동체연구소(서울) 등이 각각 출범하며 아파트 시민운동에도 질적 차별화가 이뤄졌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99년 3월부터 4월 말까지 두 달 여간에 걸쳐 경찰청에서 실시한 전국 아파트 관리·운영비리 특별단속은 일반 대중의 관심 밖에 있던 아파트 관리 문제를 사회문제로 표면화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이를 계기로 전국의 주요 시민단체에서는 아파트 시민운동을 주요 사업으로 규정해 입주민 작은권리찾기·환경·문화·임대아파트 문제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게 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아파트 시민운동은 아파트 담당 인력의 수급 부족·장기적인 사업 아이템 부재 등의 어려움을 겪으며 다수의 시민단체에서 관련 기구를 폐지(참여연대, 청주시민회, 분당청년회 등)하거나 축소(부산경실련은 올해부터 아파트주거센터를 도시주거팀으로 전환)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아파트 시민단체와 활동가들간에 연대의 구심체가 되었던 ‘전국 아파트공동체 네트워크’도 지난 2001년 8월 제3차 모임을 개최한 이후 활동을 중단한 상태에 있어 그동안 각 지역의 경험과 실천사례들을 공유할 수 있는 통로가 막혀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전(前) 인천 연수구아파트연합회 황충하 회장은 “시민단체의 아파트 현장경험 부족이 장기적인 전망에서의 공동체 운동을 어렵게 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아파트 문제를 법률적으로만 접근하는 구태의연함, 매년 변하지 않는 시민학교의 교육 프로그램 등으로 인해 활동 인자 재생산, 다양한 사업 아이템 개발 등을 이룰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 침체의 원인과 과제
아파트 시민운동의 침체의 원인은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되고 있다.
아파트생활문화연구소 강현구 사무국장은 최근의 아파트 시민운동의 침체 원인을 시민단체가 장기적인 측면에서 운동을 이끌어 나가지 못한 내부적인 원인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강 사무국장은 “아파트 공동체 운동은주민공동체 운동이면서 그동안 시민단체들이 많은 비판을 들어왔던 시민 없는 시민운동을 극복할 수 있는 대표적인 운동”이라며 “하지만 시민단체에서 이처럼 광범위한 생활개혁운동을 장기적인 측면에서 접근하지 않고 조급하게 성과를 거두려하다 보니 최근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한 “기존 시민운동과는 달리 아파트 공동체 운동은 4~5년 정도 준비기간이 필요하고 전문지식과 노하우를 갖춘 활동주체들을 만들어 가야 한다.”며 “시민단체가 너무 의지만 앞서나간 채 실제 생활주체인 아파트 입주민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지 않았었나 반성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강 사무국장은 “아파트 공동체 운동은 장기적인 운동으로 인식하고 이를 성공적으로 꾸려 나간다면 한국사회 전체를 바꾸는 개혁이 될 것”이라며 “최근 임대아파트 문제를 이슈화시키며 아파트 사업을 시작한 김해YMCA, 아파트 교육사업 등을 통해 2년만에 아파트 사업을 재개한 울산참여자치시민연대 등 아직도 여러 곳에서 아파트 사업을 모색하고 있는 만큼 향후 아파트 시민운동의 전망은 밝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아파트공동체운동본부 강석권 부장은 현재 아파트 시민운동의 침체 원인을 전환기에 발생한 필연적인 결과로 규정하고, 시민단체의 능동적인 변화를 강조했다.
강 부장은 “아파트 입주민들의 권리의식이 향상돼 최근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가 출범돼 활동을 전개하고, 주택관리사(보)의 단체인 (사)대한주택관리사협회도 법정 단체로 새롭게 출범을 준비하는 등 아파트 관리분야가 변화를 맞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 역시 이같은 전환기에 맞는 모습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며 “아파트 입주민, 주택관리사, 시민단체가 각각의 고유한 활동영역을 개발해 상호 연대를 추진할 때 아파트 시민운동도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최근 공포된 주택법에 이미 동별 대표자에 대한 교육 등이 명시돼 있는 만큼 시민단체에서는 입주민에 대한 교육은 지자체와 입주민 단체 등에 일임하고, 주택정책 제안·공동체 프로그램 개발·전국적인 공동체 네트워크망 구축 등 시민단체 특유의 사업 영역에 집중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아파트 생활공간을 인간중심의 공동주거문화 공간으로 가꾸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용섭 기자> poem1970@ap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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