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아파트 단지 내 영역성···개선방안 연구

연세대 한주연 씨 등 논문서 주장

연세대학교 실내건축학과 한주연 씨와 김석경 교수는 최근 한국주거학회 논문집에 게재된 ‘아파트 단지 내 영역성 관련 갈등의 현황과 개선방안 연구’ 논문에서 영역성 갈등 해결을 위해 입주민의 양보와 배려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라는 인식에서 공공의 지원과 제도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주연 씨 등은 “아파트의 층간소음, 시공상의 하자, 관리비의 징수와 사용, 관리규약 등 주거갈등의 본질을 들여다보면 거주자 각자의 물리적·심리적 영역을 타인이 침범해 갈등이 시작됨을 알 수 있다”며 “단지의 구조적, 시공적 측면보다는 영역성에서 비롯된 갈등에 주목해 해결방안을 제안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연구는 2012년 1월 1일부터 2022년 3월 31일까지 작성된 최근 10년간의 인터넷 등재 기사를 대상으로 했다.

조사결과 영역성 관련 갈등의 종류는 크게 4가지로 ▲입주민-지역주민 갈등 ▲입주민-물류 갈등 ▲임대 입주민-분양 입주민 갈등 ▲입주민-공동사용자 갈등이다.

24건의 기사화된 갈등 중 과반인 15건(62.5%)이 입주민과 지역주민 갈등으로 이 가운데 73%(11건)는 통행로 폐쇄로 인한 우회에서 비롯됐고 공공보행통로 갈등이 2건 있었다. 수목의 상태 불량, 보행로 협소, 벤치 이격 미확보 등으로 인해 공공보행통로 갈등이 발생하는 사례가 존재했다.

한 씨 등이 인용한 논문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공공보행통로의 유지관리비를 지자체에서 지원하고 이를 차단할 경우 지자체의 개입이 가능하도록 관련 조항을 법에 신설하는 등 공공주체의 개입, 법과 제도의 보완을 기반으로 해결돼야 하는 문제라고 제언했다. 또 단지 입주민과 지역주민 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주택관리사의 역량 함양 등도 제시했다.

임대 입주민과 분양 입주민 간의 갈등은 주로 단지 내에서 영역성을 나누는 것에서 분쟁이 비화했다. 사용 가능한 엘리베이터를 분리하거나 단지 내 철조망을 설치하고 별도 도색을 선정해 색채로 분리하는 등의 갈등이 있었다.

최근 들어 영역성 양상의 갈등이 급격히 증가했는데 특히 입주민과 물류 갈등 3건은 전부 2021년 이후 발생했다. 한 씨 등은 코로나로 인한 운수 물량의 증가에 따른 갈등 양상의 변화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택배 운송 차량의 높이는 2.5m 전후로 지하주차장 천장고 2.7m 이상을 확보하지 못한 아파트에서 갈등이 발생한다. 택배 차량이 출입하지 못하는 단지는 2021년 4월 기준 전국 419곳으로 공원형 아파트의 확대로 지상 차량 출입을 금지하는 아파트 단지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씨 등은 택배 갈등을 겪고 있는 아파트 입주민에게 영역성에 대한 ‘갑질’을 근거로 양보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 단지 설계 자체에서의 개선안을 요구했다. 또한 어느 아파트에서 택배기사들이 단지 앞의 지정된 장소로 택배를 배송하면 노령인구가 집 앞까지 다시 배송을 하는 방법(실버택배)으로 갈등을 해결한 사례를 소개했다. 비용 소모적이라는 지적이 있으나 노령인구의 일자리 창출과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감소, 커뮤니티 인식 개선을 고려하면 손해보다는 이익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한 씨 등은 “소개된 사례는 영역성 갈등은 일방적인 희생과 포기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단지를 보다 거대한 영역인 지역 커뮤니티 아래에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지역의 맥락과 상생하는 방식으로 이해와 타협을 갈구할 때 해결될 수 있는 것임을 시사한다”며 “임대·분양 갈등의 경우 갈등 자체의 해결방안을 쉽사리 제시하지 못하는 실정으로 다각적인 측면에서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보다 포괄적이고 실질적인 해결방안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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