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고/발언대 메인이미지
‘넛지’를 적용한 공동주택 관리전문가 기고 : 주생활연구소(심리학 용어로 풀어보는 공동주거관리)
승인 2022.05.05 17:59|(1387호)
주생활연구소 aptnews@aptn.co.kr

#0_ 연재를 시작하며

‘공동주거관리’는 건물의 물리적인 유지와 안전관리, 관리를 수행하기 위한 조직의 운영, 아파트 입주민의 주거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매우 중요한 단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공동주거에서의 관리는 천덕꾸러기가 됐다. 관리업무에 대한 투명성에 의문을 가지거나 이웃과 함께하는 생활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종종 다툼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정작 중요하게 다뤄야 할 관리 사안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결국은 불만의 악순환이 계속돼 결국 관리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어쩌다 이런 상황이 초래됐을까?

관리현장에 고질적인 악습이나 제도적 모순은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하는 경향이 있고, 입주민은 관리나 공동생활에 관심과 배려가 점점 줄어든다.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관리가 잘 됐으면 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지만 정작 ‘스스로 행동에 나설 생각’은 없다.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 ‘다들 하는데 왜 나만 참아야 하나?’

공동체를 통해 가치를 높여야 하는 공동주거관리를 대하는 이런 생각들이 아직은 지배적인 듯하다.

원효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의상대사와 빈 초막에서 하룻밤 잠들었을 때 밤중에 심한 갈증을 느껴 잠을 깬 원효는 주위를 더듬다가 그릇에 들어있는 물을 마시고 다시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살펴보니 그가 잠들었던 곳은 초막이 아니라 무덤이었으며, 맛있게 들이켰던 물은 해골에 괴인 썩은 물이었다. 그 사실을 알자마자 원효는 뱃속에 든 것을 전부 토해내고 말았다. 이 일화는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 있다는 깨달음을 준다.

우리가 공동 주거의 관리를 바라볼 때 색안경을 쓰지 않는다면, 관리업무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쏟는다면, 이웃을 배려하고 이해하도록 조금씩 마음을 움직인다면 어떨까?

우리의 마음가짐에 따라 공동주거관리도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심리학 용어에 공동주택을 둘러싼 다양한 관리문제, 생활문제에 관한 현상을 비춰 보고자 했다.

#1_ 다수를 움직이는 지혜로운 선택 : 넛지(Nudge)

공중화장실 남자화장실의 소변기 안쪽에 파리 그림을 그려놓은 아이디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는 약간의 아이디어로 많은 사람이 좋은 선택을 하도록 유도한 좋은 예다.

이러한 현상을 넛지(nudge)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넛지란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라는 뜻으로 강압적이지 않고 부드러운 개입으로 사람들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뜻하며, 주의를 환기하거나 부드럽게 경고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한다.

똑같은 식단이라 할지라도 음식의 배열을 달리해 학생들이 영양가 많은 음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서머타임(summer time)을 도입해 여름철 비교적 긴 낮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넛지를 적용한 사례다. 큰 품을 들이지 않고 같은 조건 속에서 똑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넛지를 통해 사람들이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을 선택 설계자(choice architect)라고 한다. 이들은 사람들에게 어떤 선택을 금지하거나 경제적인 인센티브를 훼손하지 않고도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

공동주택 관리현장에서는 관리사무소장과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입주민의 좋은 선택을 돕는 선택 설계자가 될 수 있다. 입주민이 공동체 생활 속에서 서로 배려하는 선택을 하고 단지의 관리 방향에 동참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내 보면 어떨까.

[공동주택에 ‘넛지’ 적용하기]

1. 시각적인 자료를 만들자

한국디자인진흥원은 2011년 3개월간 한 공동주택 단지를 대상으로 에너지 절약형 고지서를 만들어 배포하고 실제로 에너지 절약에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에너지 절약형 고지서에는 빨강, 초록, 노랑 등 색깔을 이용한 경고 표시, 동일면적 이웃집과의 비교등수 표시, 구체적인 에너지 절약 실천방안 시각화, 캐릭터 사용 등의 아이디어가 적용됐다. 실시 결과 단지의 에너지 사용량은 전국 평균 대비 7.2~12.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 쓰레기가 쌓이는 곳에는 예쁜 화분을

공동주택을 다니다 보면 유독 음료수병, 담배꽁초 등 쓰레기가 자주 쌓이는 곳이 있다. 이런 곳에는 ‘쓰레기를 버리지 마시오’라는 경고문구보다 예쁜 화분을 가져다 놓거나 그림을 걸어두게 되면 쓰레기 버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불법 주차가 잦은 곳에도 화분을 두면 불법 주차를 막을 수 있다.

3. 층간소음, 금연 관련 슬로건 공모

공동주택 생활민원 중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층간소음과 흡연문제일 것이다. 게시판에 아무리 층간소음, 금연에 대해 안내를 해도 그 효과는 미미하다. 입주민을 대상으로 층간소음 방지, 금연에 대한 슬로건 등을 공모해 입주민의 흥미와 참여를 이끌어 낸다면 자연스레 이웃을 배려하는 문화를 인식시킬 수 있다. 설문 조사를 하는 것도 유용하다. 질문을 받았을 때 자신의 답변에 행동을 일치시킬 가능성이 높다.

4. 화단 샛길이 문제라면 샛길을 만들어주자

조금이라도 빠른 길을 택하기 위해 화단을 가로지르는 입주민이 있다. 처음 한 사람이 다니기 시작하면 이 사람 저 사람 모두 샛길로 다녀 금세 예쁜 화단이 망가지고 만다. 처음 하나였던 샛길은 여러 개로 늘어나게 되는데 이럴 때 차라리 샛길을 만들어주는 것이 화단 관리 차원에서 좋다.

<화단 샛길 공사 전(좌), 후(우)>

출처: 우리관리(주)(www.woorihom.com)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생활연구소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aptn 포토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채용안내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282(금강펜테리움 IT타워) A동 18층 1802호  |  전화 (02)873-1114  |  팩스031-423-1143
발행인 : 김한준  |  청소년보호책임자 : 온영란  |  등록번호 : 경기 다 50451  |  등록일자 : 1992. 12. 21.
Copyright © 2007-2022 아파트관리신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