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유사민원 건별로 과태료 처분한 지자체

한 단지서 3년간 과태료 14건
“악성민원인에 의한 과다 처분”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부산 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2019년 2월부터 올해 초까지 단지 관리업무와 관련한 입주민의 지자체 민원 제기가 수차례 잇따라 해당 단지를 관리했던 소장들과 관리업체가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이 아파트에서는 해당 기간 9건의 과태료 부과 처분이 이뤄지고 5건의 과태료 부과 사전통지가 이뤄졌다. 14건 모두 입주민의 민원 제기에 따른 것으로, 동대표들과 관리주체에 불만을 가진 한 입주민이 악의적으로 구청에 민원을 넣었다는 것이 소장 등의 주장이다. 

월 위탁수수료 172만원인데
관리주체에 과태료 총 2700만원

과태료 부과 사유는 주로 계약업체 선정결과 미공개(3건), 과태료 처분 미공개(5건), 계약서 미공개(5건) 등으로, 사소한 실수인 경우가 많았다. 비슷한 사유가 각 계약별로 따로 민원 제기됐고, 구청이 이를 각각으로 처리하면서 과태료가 건별로 부과됐다. 

이에 이 아파트에서 해당기간 위·수탁관리계약을 맺고 단지를 관리해온 관리주체가 남구청으로부터 부과 및 사전 통지받은 과태료는 총 2700만원이다. 

해당 관리업체가 3000여 세대인 이 아파트에서 받던 위탁수수료는 월 172만원이었다. 관리직원들에 대한 급여는 아파트 관리비 통장에서 직접 지급되고 관리업체가 가져가는 수익은 위탁수수료가 전부다. 이는 본사 직원 급여 및 관리직원 교육 등 운영비에 쓰인다. 

그런데 관리업체에 부과된 과태료가 2700만원에 이르고 대부분의 과태료가 월 위탁수수료보다 많은 200만원 이상이 부과돼 업체 측은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한다. 

이 단지를 관리했던 한 소장은 “초기 동대표들과 사이가 안 좋았던 한 입주민이 그 동대표들이 선정한 관리업체에 불만을 갖고 소소한 것까지 하나하나 눈에 불을 켜고 살피며 트집을 잡았다”며 그 입주민의 잇따른 민원 제기와 괴롭힘에 소장들이 손을 들고 나와 관리기간 3년 동안 6명이 넘는 소장들이 단지에 부임했다가 금방 떠나게 됐다고 전했다.  

소장들과 관리주체 측은 구청이 민원인의 말만 듣고 제대로 현장 조사를 통해 사안을 살펴보지 않은 채 제출된 자료와 진술 등만 들으며 과태료를 결정한 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업체 선정결과 공개를 정해진 시간에서 몇 분 정도 지났다는 이유로 무조건 과태료를 매기는가 하면, 새 소장이 단지에 부임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업무 인계 및 파악이 아직 안 됐고 관련 법 조항이 시행에 들어간 지 4일 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태료 처분 미공개에 대한 과태료가 부과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아 주의나 시정명령 등으로 처리할 수도 있는 사안에 대해 무조건 과태료 부과가 결정돼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더군다나 관리소장이나 관리주체의 사리사욕을 위한 일도 아니었고, 위 행위들로 입주민들에게 무형의 피해를 일으킨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구청의 과태료 처분이 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질서위반행위규제법과 공동주택관리법 등에서 여러개의 위반행위에 대해 가장 중한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는데 건별로 과태료를 부과한 것은 구청이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부당한 처분이라는 지적이다. 
 

“2개 이상 위반행위 경합 시
가장 중한 과태료 부과해야”

질서위반행위규제법 제13조 제2항에서는 ‘2 이상의 질서위반행위가 경합하는 경우에는 각 질서위반행위에 대하여 정한 과태료를 각각 부과한다. 다만 다른 법령에서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법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은 별표 9 ‘과태료의 부과기준’에서 하나의 행위가 2개 이상의 질서위반행위에 해당하거나, 2개 이상의 질서위반행위가 경합하는 경우에는 그 위반행위 중 가장 중한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정하고 있다. 

또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6년 1월 14일 위반행위가 둘 이상인 경우의 과태료 부과기준과 관련해 “과태료 부과대상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여러 건 적발해 과태료 부과 시, 다수의 위반행위 중 가장 중한 과태료만 부과”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이에 지금까지 부과된 과태료들도 같은 날 개별적으로 통지된 것들은 함께 묶어서 가장 중한 과태료 1건을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 업체 측의 입장이다. 

B사 관계자는 “초기에 민원이 잇달아 몇 건 정도 제기됐을 때 구청에서 직접 현장에 감사를 나와서 전체적으로 상황을 살펴보고 문제가 있으면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시정명령을 하는 등 제대로 된 행정청의 역할로서 지도·계도를 통해 단지 정상화를 유도해줬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또 다른 전직 소장은 “구청에서 민원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해당 민원인이 직무유기를 이유로 구청 감사과에 민원을 넣거나 고발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아 담당 주무관도 어쩔 수 없이 민원 대응을 곧이곧대로 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단지에서는 그 민원인의 눈에 걸리지 않으려고 사소한 서류 작업 등에 신경을 쓰다 보니 정작 단지와 입주민들에게 정말 필요한 공사나 미화, 조경 관리 등 관리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해 결국 입주민들의 피해로 이어진다”고 호소했다.  

구청에서는 과태료 부과에 불만이 있으면 이의신청을 통해 과태료 재판을 진행하라는 식이지만 관리업체는 그 과정에서 송달료, 인지대 등 소송비용이 들고 인력과 시간이 낭비되는 손해가 있다. 또 그렇게 과태료 재판이 진행되면 과태료 부과 취소나 감액 판결이 나는 경우도 많아 결국 지자체의 과태료 처분이 옳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한편 부산에 소재한 한 관리업체 관계자는 “지자체가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민원인에게 휘둘려 잘못의 시정과 개선이 아닌 과태료를 위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른 업체 소속의 한 사업장에서는 10개월간 이어진 민원 제기로 2억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를 전하기도 했다. 

A아파트 민원건을 처리한 남구청 공동주택팀의 담당 주무관은 본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단지에 감사를 나가서 위반행위를 적발 시에는 가장 중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겠지만 민원 제기의 경우 각 건마다 처리를 할 수밖에 없다”며 “시에는 공동주택 감사를 할 수 있는 관리감독 권한이 있지만 구청은 최소한의 관리 권한만 있어 자체적인 판단으로 감사를 나가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문제되는 사항에 대해 곧바로 과태료 부과를 결정하는 것이 아닌 주의나 시정명령 등으로 처리할 수 없었는지에 관한 질문에는 시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이미 결과가 나온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 최근의 민원제기 5건(계약서 미공개 관련)은 과태료 부과처분 사전통지를 한 것으로, 관리업체로부터 의견을 제출받고 과태료 결정을 검토 중인 사안이라고 전했다. 

국토교통부 주택건설공급과에서 과태료 관련 사항을 다루는 한 사무관은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의 별표 9에서 여러 위반행위 시 가장 중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 지자체의 감사뿐만 아니라 민원제기에 따른 과태료 부과 시에도 적용될 수 있겠으나 실질적인 민원내용이 무엇인지에 따라 사안별로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감사 관련 사항을 다루는 또 다른 사무관은 “광역 지자체뿐만 아니라 기초 자치단체 또한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는 단지 등에 수시감사를 나가볼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위 민원 제기건들 중 몇 건을 본인이 한 것이라고 밝힌 한 입주민은 모든 민원을 자신이 제기한 것은 아니라면서 본인은 관리소장과 관리주체가 실제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돼 입주민 피해를 막기 위해 민원을 넣은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관리업체는 이미 과태료 부과 처분된 9건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한 상태로, 관할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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