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로고스 권형필 변호사

집합건물법 제41조 제1항에 따르면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5분의 4 이상이 서면으로 합의하면 관리단집회에서 결의한 것’으로 보게 된다. 즉 서면에 의한 의결권 행사는 관리단집회에 직접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가지게 되는 것으로서 총회에 참석하지 않고도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서면결의서는 관리단집회에서 별도로 논의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구분소유자들의 안건에 대한 의사를 미리 표시하게 되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미 제출된 서면결의서를 미리 공개해도 무방한 것일까? 오늘은 이와 같이 관리단집회를 위해 제출된 서면결의서를 미리 공개한 경우 이를 중대한 하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사안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원고들은 이 사건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들이고, 피고는 집합건물법에 따라 이 사건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들을 구성원으로 해 설립된 관리단이다.

이 사건 집합건물의 관리위원회는 관리인 선출을 목적으로 하는 관리단집회를 2016년 8월 24일 17시에 개최하기로 하고, 그 절차를 진행하던 중 2016년 8월 23일 관리인 입후보자들에게 서면결의서를 다음날 오전 10시에 개봉하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했고, 실제 8월 24일 10시경 관리실 직원들이 서면결의서를 개표했다.

같은 날 17시 개최된 이 사건 관리단집회에서 A씨를 관리인으로 선출하는 이 사건 결의가 이뤄졌다.

이에 원고는 이 사건 관리단집회를 위해 제출된 서면결의서는 당시에 이미 개표까지 마쳐졌고, 피고는 이 사건 관리단집회 당시 소집통지 및 공고된 시간보다 7시간 앞서 모든 서면결의서를 사전 개표했던 중대한 하자가 존재해 그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관리인선임 결의가 무효임을 확인하는 소를 제기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관리인선출위원회는 후보자들과의 사전 합의도 없이 이 사건 관리단 집회 소집통지에서 정한 집회 시간보다 7시간 앞서 서면결의서를 개표했는바, 이는 선거인들의 자유로운 판단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서 선출절차의 기본이념인 중립성과 공정성을 현저히 침해하는 행위라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결의에는 결의 방법상의 하자가 존재한다”고 판시했다(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17. 11. 14. 선고 2017가합402290 판결 참조).

이와 같은 대상판결의 판단은 아직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서면결의의 결과가 미리 공개될 경우, 향후 의결권을 행사할 사람들이 원래의 자신의 의견과는 달리 여론에 따른 선택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고, 이는 선거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현저히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서면결의서는 관리단집회 전에 미리 제출되는 것이므로 자칫 이 사건의 피고와 같이 미리 공개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통상 사전투표나 언론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미리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는 것처럼 이미 서면결의가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를 공개하는 것은 금지된다.

따라서 관리단집회를 진행하는 구분소유자들로서는 서면결의의 결과를 관리단집회에 앞서 미리 개표하는 것은 결의 방법상 중대한 하자에 해당하게 되므로 그 결의 자체를 무효로 만들 수 있음을 반드시 유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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