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변호사

며칠 전 기자로부터 문의 전화를 받았다. 대법원 판단이 나왔는데, 아무리 봐도 너무 당연한 거라 오히려 뭔가 숨겨진 다른 쟁점이 있는지 묻는 것이었다. 사안은 공동주택 관리·감독에 관련된 내용이었다.

A사는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위·수탁관리계약을 맺은 관리주체인데, 계약기간 도중 해지당했다. A사가 임명한 관리소장 경력이 위조됐다는 등의 사유로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같은 날 위탁관리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도 했다. 위 입찰 공고에는 ‘당 아파트는 중도 계약 해지된 단지로 위·수탁관리업체와 법률적인 분쟁 발생 시 선정된 위·수탁관리업체가 책임지고 대응해야 합니다’라는 문구(이하 본건 문구)가 기재돼 있었다.

관할 시장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의결하지 않은 본건 문구가 기재된 위 입찰 공고는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이하 본건 지침)을 위반한 것이고, 위 지침에서 정한 제한경쟁입찰 사유에도 해당되지 않으므로 이를 시정해 다시 입찰 공고하도록 시정명령을 했다(이하 1차 시정명령). 그러나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위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종전 입찰공고를 유지한 채 개찰일시와 장소를 공고했다.

뿐만 아니라 공고와 달리 입찰시간으로부터 몇 시간 지나 공고한 개찰 장소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일부 동별 대표자만 참석한 가운데 개찰을 실시했고, B사를 낙찰자로 선정했다. 이후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B사와 위·수탁관리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공고했다.

이에 관할 시장은 입찰절차가 무효라고 보고 입찰 결과를 시정해 결과를 보고하라는 시정명령을 했다(이하 ‘2차 시정명령’이라 약칭). 이후 관할 시장은 1, 2차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고지했다. 이에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위 시정명령이 위법하다며 과태료 처분을 다툰 것이다.

공동주택관리법은 지방자치단체장으로 하여금 일정한 경우 입주자대표회의의 구성 및 의결, 관리주체 및 관리사무소장의 업무 등 9가지로 열거된 업무에 관해 보고하도록 하거나 자료를 제출하게 하거나 그 밖에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고, 소속 공무원으로 해금 직접 출입해 조사하거나 검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공동주택관리법 제93조 제1항, 동법 시행령 제96조 제1항).

사안은 바로 ‘명령’에 관한 것인데, 물론 명령을 발동할 수 있는 요건은 제한돼 있다. 공동주택관리법은 감사에 필요한 경우, 이 법 또는 이 법에 따른 명령이나 처분을 위반해 조치가 필요한 경우, 공동주택 단지 내 분쟁의 조정이 필요한 경우, 공동주택 시설물의 안전관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입주자대표회의 등이 공동주택 관리규약을 위반한 경우, 그 밖에 공동주택관리에 관한 감독을 위해 필요한 경우로 열거하고 있다. 그리고 적법하게 내려진 명령을 위반한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법원은 지방자치단체 장이 위와 같은 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입주자대표회의 등을 감독해 공동주택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입주자 등을 보호하려는 데에 취지가 있다고 봤다. 명령을 발동할 수 있는 사유들을 살펴보면 위반 행위를 시정하거나 감독할 필요가 있을 때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하면서 그 내용을 제한하지 않고 있으므로 1, 2차 시정명령 모두 적법하다고 봤다.(대법원 2022. 2. 10. 2021마6763 결정)

지극히 당연한 판결이고 별로 코멘트할 것이 없을까. 이 사안 자체로만 보면 그렇다. 굳이 첨언하면 1차 시정명령을 받았을 때 입주자대표회의는 왜 잘못을 바로잡지 않았을까. 2차 시정명령도 무시하고 결국 과태료 500만원까지 맞다니.

그러나 내가 꼭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다. 시정명령이 무엇이든 통제하고 해결할 수 있는 만능키처럼 오남용되지 않도록 경계의 한 마디를 덧붙이고 싶다. 법원은 관할 구청장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입주자대표회의 선거를 실시하라고 시정명령하고, 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부과한 과태료 처분에 대해 이를 모두 위법하다고 본 바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11. 19자. 2018라569결정). 공동주택관리법상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부여된 지도감독권한에 분명한 한계가 있으며 시정명령의 근거 규정이 관할 관청에 무소불위의 도깨비 방망이를 준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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