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수암 선임연구위원

코로나19가 시작된 지 근 2년이 됐다. 비대면 생활에서 올해 11월부터 위드 코로나 단계로 접어들었으나, 계속적인 변이체 발생에 이어 전염력이 더 강한 새로운 변이체인 ‘오미크론’이 확산세에 있어 다시금 일상생활을 긴장상태로 만들고 있다.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은 어느덧 일상처럼 변했고 밖으로 나가면 하루 사용하고 버리는 필수제품 마스크도 패션화되고 있다. 의례히 일반건물이든 음식점을 들어가면 발열체크와 백신접종이력을 체크하는 것은 기본인 생활로 변했다. 일부업체나 업종에서만 드물게 있었던 재택근무도 확산됐고, 학생들의 대면수업도 온라인 학습으로 일상화되다시피 했다. 회사의 봄, 가을이면 하던 단체모임이나 대규모 워크숍이 없어졌고, 업무회의도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것이 대세가 됐다. 단체모임이나 퇴근 후 회식문화도 사라졌고, 규모도 대폭 축소됐다. 사람들이 모이던 취미활동도 동아리활동도 뜸해졌다. 피트니스센터에서 하던 운동도, 팝콘을 먹으면서 보던 영화 관람도 어려워졌다. 집밖에서 이뤄지던 일상생활의 허용범위가 수시로 변화·축소했고, 집 밖에서 이뤄지던 많은 활동이 집안 생활로 전이됐다. 주택은 휴식과 취침과 식사·휴식과 같은 기본적인 생활공간역할에서 집밖의 생활도 동시에 수용하는 다기능 생활공간으로 변화했다.

이러한 생활환경변화 속에서 신규 주택시장의 상황은 어떻게 진행됐을까. 주택시장에서는 생활변화를 반영하는 공간변화를 동반한 계획과 분양이 이뤄졌다.  

2020년에는 코로나의 감염방지에 대응한 건강과 위생이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이슈였다. 주택 특히 공동주택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접촉하거나 모이는 밀폐, 밀집, 밀접한 공간과 개인 세대의 전이공간에 대한 건강과 위생에 대한 배려가 먼저 이뤄졌다. 공동현관의 위생 강화와 세대현관의 위생공간구역(Clean Zone)화다. 공동현관, 엘리베이터, 세대현관에 이르는 동선상에 위치한 문이 비접촉 자동계폐와 위생공간화됐다. 더불어 세대현관은 유모차, 외출복 등에 대한 외부의 미세먼지나 균에 대한 살균공간, 드레스룸 및 의류관리기 설치, 세면실 및 욕실, 세탁실 연계 설치, 중문설치 등 위생공간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두 번째는 집안 공간에서 이뤄지는 재택근무 공간이나 온라인 학습공간, 운동공간 등의 확보다. 발코니 확장 등을 통해 이미 적용해 왔던 여분의 공간인 알파룸을 이러한 용도공간으로 설정하는 제안이다.

세 번째는 집안 생활의 확대로 인한 가사노동 공간의 효율화다. 부엌을 중심으로 하는 팬트리 혹은 현관과 연계한 수납확대, 순환동선 구축 및 사용효율화, 밝고 개방적인 공간구성에 대한 방향과 세탁물의 수납·세탁·건조·정리 또는 화장실과 연계성 강화 등의 원스톱화 등이다.

이 3가지 특성은 올해 조사발표 자료와 관련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올해 3월에 발표한 조사자료(직방)에 의하면 주택공간에서 필요한 내부공간기능은 취미, 휴식 및 운동기능(홈 트레이닝, 홈 카페, 홈바 등)이 가장 많고(47.9%), 방역, 소독, 환기기능, 업무기능, 유대감 형성기능 순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한편 8월에 발표된 ‘2021 상반기 커머스 트렌드’에 따르면 대다수 소비자들이 ‘레이어드 홈’(김난도 교수의 정의) 트렌드에 따른 소비행태를 보인 것으로 취침·휴식·식사 등 주택의 기본기능에 더해 재택근무와 같은 업무와 취미·여가문화생활이 더해진 집의 기능 확장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주택의 기능과 역할의 확장은 코로나 이후 현재까지 공동주택 공간변화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지난해 코로나19 초기에는 공간계획을 기반으로 한 상품개발의 방향이었다면, 후반기부터는 분양아파트에 순차적으로 공간변화와 관련된 기술을 적용해 가는 단계로 볼 수 있다. 더불어 장기간 코로나로 인한 이전의 일상생활과 달라진 우울한 실내생활을 해소하기 위한 힐링에 초점을 맞춰 공간의 개방감과 밝은 실내공간 조성을 모색하고 있기도 하다. 

아울러 11월에 발표된 ‘피데스개발’의 발표에서는 수도권 소유자들이 주거시설을 구입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내적요인으로 ‘내부평면구조’(22.9%)를 꼽았다고 한다. 더불어 내부평면구조가 중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6년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는 경향이라고 한다. 건설업체에서 상품으로 분양하고 있는 공간계획은 시대의 트렌드로서 수요자의 요구를 반영하고 있어, 앞으로 당분간 이러한 경향이 세분화와 적용 후 평가를 거쳐서 정착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업체에서 이달 초에 발표한 ‘2022~2023 공간 7대 트렌드’는 개인의 취향을 반영하는 공간, 공간수요 증가에 따른 넓은 집 선호, 주택 내 방의 용도분화나 특화 등 주택의 다양한 기능 등의 방향 등에서도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주택공간의 방향은 좀 더 다양화될 것으로 보인다.

공동주택의 내부공간은 2005년 발코니 확장 합법화 이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발코니 확장을 전제로 한 평면개발과 확장 옵션으로 베이(bay) 전쟁이라고도 할 만큼 전면 칸수를 늘리는데 치중했다. 더불어 증가한 발코니 면적을 활용해 방의 개수와 거실·부엌·식당 등 기존의 nLDK(n=방의 개수)에서 소위 알파룸으로 지칭되는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여분의 방을 탄생시켰고 또한 드레스룸, 팬트리 등의 부속공간을 추가시켰다.

미세먼지의 증가로 인한 건강의 중요성을 감지한 일부 업체에서 미세먼지 제거를 위한 위생기능을 부가한 현관공간이 코로나19를 맞아 위생과 살균을 위한 전이공간으로서 진화하는데 기여했다. 이와 함께 재택근무와 온라인 학습·운동·취미·문화생활 등의 공간 필요성, 주택에 머무는 시간 증대에 따른 가사업무 증대와 연계한 가사노동 공간의 효율화 등이 코로나 장기화에 따라 주택의 복합기능으로써 역할하게 됨에 따라서 공동주택 공간은 또 한 번의 변화를 겪고 있다. 여기에 IoT기술의 발전과 적용 확대로 편리성도 증가해 공간변화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코로나19는 주택공간을 다기능공간으로 변화시키는 변화의 주요요인이 됐다. 코로나19에 따른 공간 변화의 영향은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는 위드 코로나 시기에는 주요 트렌드로 정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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