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현화성원아파트 권성균 관리소장

실무적인 대처법 알아야 되지만
근본적 변압기 용량증설이 우선

권성균 관리소장

지난 여름 그 날은 수요일이었다. 무더웠다. 늦은 밤 정확히는 9시 2분 경리주임에게서 전화가 왔다. 친동생 식구가 아파트에 살고 있어 퇴근하고 집에 있는데 방금 친동생에게서 아파트가 정전돼 전기 불이 다 나갔다고 전화가 왔다는 것이다.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뿐으로 멍해졌다. 얼마 전 위탁사 시설팀장이 점검차 근무하는 아파트를 다녀가면서 전기실에 와서는 복전 매뉴얼을 ACB(Air Circuit Braker: 진공차단기) 겉 패널에 붙이라고 하던 게 생각났지만 후회가 될 뿐이었다. 우선 전기안전관리 대행업체 담당자에게 전화했다. 전화를 받아서 다행이었으나 술자리를 하고 있어 아파트에는 올 수 없으니 한전 고객센터에 먼저 전화해 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거리가 좀 가까운 직원을 알아봐서 아파트로 보내겠다고 했다. 아파트는 10분 거리 밖에 안 되는 거리이니 옷을 대충 차려입고 급히 나서면서 한전에 계속 전화를 걸었으나 연결이 안 됐다. 멀리 사거리 신호등에서 아파트를 보니 5개동 중 한 개 동만 불이 들어와 있고 나머지 4개동은 컴컴한 상태였다. 아파트를 들어서니 여기저기 주민들이 나와서 서성이고 있었다.

그 다음날 한전과 연락이 돼 확인해 보니 한전 전기가 들어오는 부분인 케이블이 문제가 아니라면 전기대행업체에 연락해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주민 중에 전기회사에 근무도 했고 전기기사 자격증도 있고 전기에 나름 능통한 주민이 있다는 것이 문득 생각났다. “전기용역업체에서 오고 있는데 그 전이라도 전기실에 오셔서 좀 봐주시면 안 될까요”하고 요청하니 그러겠다고 해 이내 전기실로 왔다. 그리고 경리주임에게도 전화해서 혹시 방송할 일이 있을 수도 있으니 사무실로 나와 달라고 했다. 딱히 경리로서 할 일이 있을 까 하는 눈치였지만 오겠다고 했다. 방송을 몇 번 하면서 진가를 발휘하게 될 줄 그 때는 몰랐다.

전기실에 도착하자마자 비상발전기실에 가 봤다. 예상대로 비상발전기는 작동하고 있지 않았다. 오면서 보니까 한 개 동이 공용전기 ACB와 연동돼 있는데 그 동이 들어온다는 것은 공용전기는 잘 들어오고 있다는 증거였다. 업체 전기담당자와 화상통화를 하면서 전기 전문 주민과 스피커폰으로 같이 얘기했다.

전기담당자의 지시대로 하니 퍽하는 소리가 나면서 뭔가 작동된 것처럼 느껴졌다. 우선 반응이 있었다는 게 전기가 들어온 것 같았다. 근데 지하에서는 다시 바깥에 불이 들어왔는지 알 수 없었다.

사무실에 나와 대기하고 있던 경리주임에게 전화를 걸어 창문 바깥을 보라고 전기가 들어왔는지 봐 달라고 했다. 전기가 들어왔다고 했다. 그런데 다시 퍽 하더니 또 전기가 나간 것 같아 경리주임에게 다시 전화하니 전기가 다시 나갔다고 했다. 500A 변압기와 연계돼 있는 ACB 계기판에 4개의 계기 중 제일 오른쪽에 있는 전류 A 표시가 520을 넘으면서 다시 꺼진 것 같았다. 전기가 들어왔다고 안심하고 에어컨을 다시 다들 켜니 미터기가 금세 올라간 것이다. 경리주임에게 전화해 전기사용이 과해 전기가 나간 것이니 전기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방송을 하자고 했다.

다시 리셋하고 또 리셋하고 레버를 당기고 오른쪽으로 틀었다. 전기는 다시 들어왔다. 전기대행업체 직원이 와 손 봤고 그날은 그렇게 무사히 지나갔다.

3일 후 토요일 당장 과부하가 걸려 있는 500kVA 변압기 부하를 줄이기 위해 연동돼 있는 옆 동 부하를 다시 350kV 변압기로 옮겼다. 두개 동은 라인 수가 다른 3개동보다 1개가 적어 전기사용량이 그만큼 적기 때문에 적은 부하를 옮긴 것이다. 전기작업을 위해 전부 정전시킨다고 오전 11시에 방송하고 승강기 점검업체에 전화해서 기사를 와달라고 해서 승강기 전원을 껐다. 지난해 5월 3년마다 하는 전기정기점검 때와 같이 전부 정전시키고 할 때와 같았다. 승강기 뿐 아니라 관리실에 있는 CCTV, 공청안테나 장비, 지하기계전기실, 가로등 등 모든 전원을 끄고 케이블 연결작업을 했다. 전원을 전부 껐으니 전기실도 불이 나가 캄캄했고 랜턴 3개를 작업자를 비춰주며 숨죽이며 지켜봤다. 연결이 끝나고 비상발전기 작동시험도 해 보았다. 평소에는 비상발전기 자체에 있는 버튼만 눌러 실제 가동시켜보는 정도였는데 이번에는 ATS(Autonomous Transfer System: 자동절체장치)가 제대로 작동되는 것을 시험해 봤다. 그 날 이후 한동안 변압기 정격용량이 80%에 이르면 전기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긴급방송을 하겠다고 하고 실제 그렇게 방송을 두 차례나 하게 됐다.

그 다음주 수요일 다시 350V 변압기가 나갔다. 이번이 3번째 정전이었는데 당황하지는 않고 차분할 수가 있었다. 원인은 퇴근시간에 집에 도착해서 샤워 등 하느라 물을 일시에 많이 쓰게 되니 5개 급수펌프가 동시에 부하가 걸려 전기가 나간 것이다. 급수펌프 제어기를 전부 자동에서 수동으로 돌리고 물 부족 램프가 켜지는 아파트 동만 그것도 5개 중에 1개만 물을 채워 넣어 부하를 최대한 줄이고 물 사용도 가급적 출퇴근 시간에는 자제해 달라는 방송도 했다.

여름이 지나고 나니 내년이 문제였다. 한 개 7kW짜리 전기차 충전기도 예정된 대로 정전사태 후 최근 설치했는데 전부 5기를 설치했으니 다 가동된다고 가정하면 35kW로 급수펌프 한 개를 더 돌리는 셈이 된다. 날씨가 더 안 더워져도 주방의 인덕션과 에어프라이어가 늘어가는 추세이고 기타 다른 전기기기도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 내년 여름 최소한 5월까지는 변압기 용량증설을 완료해야 한다.

증설논의를 위해서 첫번째로 문제되는 것이 용량을 얼마를 늘릴 것이냐이다. 현재 세대당 변압기 용량이 1.7kW인데 기본인 3kW에 턱없이 모자라고 요즘 신규 아파트는 세대 평균평수에 따라 다르겠지만 5kW에 이르는 곳도 있다. 1000kW가 넘으면 비용발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ACB외에 VCB가 한 대 더 있어야 하고 전기산업기사 이상의 자격증을 가진 전기과장이 채용돼야 하는데 급여가 월 50만원 이상은 늘어난다. 기존 변압기는 유입식인데 요즘 대세인 몰드변압기는 절연유가 없는 대신에 값이 배가 된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둘째는 새 변압기를 어떻게 지하에 들이느냐는 문제다. 분해해서 부품으로 가져와서 조립하는 방식이면 가능하나 그대로 통째로 가지고 들어와야 한다는데 그런 구조가 안 돼 있다. 기계실의 소방펌프 옆을 지나서 오려면 통로가 좁아서 엄두가 안 난다. 아파트 귀퉁이 지상 바깥에 가로 5m 세로 3m 높이 2m짜리 변전실을 새로 짓는다고 가정해 봤는데 공장이면 가능하겠지만 남녀노소 주민이 그런 고압 위험물에 노출된다는 것은 또 말이 안 됐다. 한 업체에서 ‘기전실은 지하주차장 면보다 4m는 아래에 있어 전기실과 접하는 지하주차장 벽을 뚫어 큰 구멍을 내고 거기로 구형 변압기를 들어내고 새 변압기를 들이고 벽을 다시 바르면 된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경험이 있으니까 주장하는 바이겠지만 안전한지 여부는 더 확신이 서야 할 부분이다. 셋째, 정부지원을 기대하는 것이다. 기존에도 한전에서는 15년 이상 된 노후 변압기에 대해 교체 시 1kVA당 2만5600원을 지원해 주고 있었으나 올해는 많은 공동주택에서 변압기 용량부족으로 정전사태가 발생돼 아예 정부에서도 기존 지원보다 범위나 금액을 높여 지원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변압기 교체공사는 시설비용이 많이 들지 정작 변압기 자체는 전체비용의 10~20%에 지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지원금액이 적을 수밖에 없다.

평소에 예방하는 습관이 중요하다는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 불이 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감지기 오작동으로 화재비상벨이 울리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하저수조 물탱크에서 물넘침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의문투성이다. 각종 사건 사고에 대처하려면 우선 경험이 필요하나 경험하기 전에 예방교육과 예방대처법을 철저히 구비해 놓아야 한다. 현장에 예방대처법을 자세히 적어 붙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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