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 아파트 경리 횡령사건’ 보험금 청구소송 판결

주택관리사협회에
“보험금 지급하라” 판시

횡령 직접 가담 안 했어도
지휘·감독 못한 과실 있어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지난해 1월 알려졌던 수억원 규모의 서울 노원구 A아파트 경리 횡령사건과 관련해 입주자대표회의가 대한주택관리사협회(이하 ‘주관협’)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판사 유진현)은 A아파트 경리 횡령사고에 관리소장의 책임도 있다고 보고 주택관리사공제사업자인 주관협으로 하여금 A아파트 대표회의에 보험금 5000만원을 지급토록 했고, 이 판결은 최근 확정됐다.

A아파트 관리소장이었던 B씨는 주관협과 주택관리사 공제계약을 체결했는데 계약은 피공제자 A아파트 대표회의, 공제가입금액 5000만원, 공제기간 2019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공제내용 공동주택관리법에 의한 손해배상책임, 본인 부담금 10만원(공제계약자의 과실로 공제금을 지급하는 경우에 한함)으로 정하고 있었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A아파트 경리일을 했던 C씨는 2011년 1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관리비 수납 계좌 등에서 수억원 이상의 금원을 개인적인 용도로 소비해 횡령했다. 2017년 1월부터 2019년 11월 사이의 기간만 한정해 보면, C씨의 계좌 또는 타인 계좌로 이체된 금액은 3억4090만여원이고, 그중 2019년도분은 8596만5000원이다.

또 관리소장 B씨는 2012년 4월 30일부터 2019년 11월 26일 사이에 104회에 걸쳐 C씨로부터 1억6098만1000원을 송금받아 이를 차용하고 2012년 3월 23일부터 2015년 11월 10일까지 10회에 걸쳐 2565만9000원을 송금하는 등으로 갚은 사실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횡령 사실이 드러나려 하자 경리직원 C씨와 관리소장 B씨는 2019년 12월 26일과 30일 각각 자택과 아파트 지하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B씨는 사망 3일 전인 2019년 12월 27일 입주자대표회장에게 ‘내가 모르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이제 변명하고 싶지도 않고 내가 100% 잘못 했다. 이제 면피할 생각 없다. 법으로 어떻게 하라고 하면 내가 그걸 따르겠다. 직원을 못 다스리고 감독을 못한 책임은 내가 100% 다 지겠다’라는 등으로 전화 통화를 했다.

B씨와 C씨의 사망 후 해당 업무상횡령 등 사건을 수사한 서울북부지방검찰청 검사는 지난해 10월 20일 피의자들 사망으로 공소권 없음의 불기소결정을 하면서도, 그 불기소 결정이유에 대해 B씨와 관련해 ‘다년간 함께 근무한 경리 C씨에게 다액의 채무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매월 적립돼야 할 장기수선충당금이 피의자 근무 기간 동안 대부분 적립되지 않은 사실, 매월 결산보고서를 작성했던 사실 등을 볼 때 관리소장으로 근무한 피의자가 경리의 횡령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단정할 수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공동주택관리법은 제64조 제2항 제1호 나목에서 ‘관리비, 장기수선충당금이나 그 밖의 경비의 청구, 수령, 지출 및 그 금액을 관리하는 업무’를 관리사무소장의 업무로 정하고 있고, 제66조 제1항에서 ‘주택관리사등은 관리사무소장의 업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입주자등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러한 규정에 앞서 본 바와 같이 관리사무소 경리로 근무한 C씨의 업무상 횡령의 범죄기간이 10년 가까이 이르고 그 규모가 방대했던 사정을 더해, “C씨를 지휘·감독하며 위 경비의 청구, 수령, 지출 및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B씨로서는 설령 C씨의 업무상 횡령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최소한 이를 제대로 지휘·감독하지 못한 과실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재판부는 “B씨는 공동주택관리법 제66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B씨의 위 책임을 공제내용으로 정해 공제증권을 발행한 피고 주관협으로서는 피공제자인 원고 대표회의에 공제기간 중 발생한 원고의 손해 8696만5000원(2019년도분)의 범위 내로서 공제가입금액에 해당하는 5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입대의 사용자 책임” 주장에
“경비관리 소장 업무” 반박

주관협은 “주택관리사 공제약관 제11조 제1호는 ‘보상하지 않는 손해’로서 ‘피공제자의 책임있는 사유로 인해 생긴 손해’를 정하고 있다”고 전한 뒤, “대표회의는 B씨와 C씨의 사용자로서 피용자인 그들에 대한 선임·감독을 게을리해 앞서 본 바와 같은 불법행위가 발생하도록 했다”며 “결국 대표회의가 주장하는 손해는 피공제자인 대표회의 스스로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해 생긴 손해에 해당하므로 공제금 지급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동주택관리법상 경비의 청구, 수령, 지출, 관리의 업무가 관리소장의 업무로 정해져 있고, 주택관리사 공제약관 제10조가 ‘보상하는 손해’로서 ‘계약자가 공동주택 내에서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계약기간 중에 횡령 등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해 피공제자에게 입힌 재산상의 손해 중 직접손해를 보상한다’고 정하고 있는 점, 대표회의의 이 사건 손해가 공제계약자로서 관리소장인 B씨의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것인 점에 비춰 주관협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울러 재판부는 “만약 피고 주관협의 주장처럼 관리소장 과실로 발생하는 모든 손해를 피공제자인 원고 대표회의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한 손해라고 본다면 피고는 공동주택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도 공제보험금을 수령하게 되는 점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고, 따라서 위 약관 제11조는 공제계약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공동주택 입주자대표회의의 손해에 대해 면책된다는 취지로 이해함이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주관협은 또 “본 협회에 공제금 지급의무가 있다 하더라도 대표회의에도 사용자로서의 책임이 있는 점, 관리비 등 계좌의 경우 대표회장의 인감이 복수로 등록돼 있었으며 지출결의서의 결재도 대표회장이 해온 점, 감사를 통해서도 C씨의 불법행위를 찾아내지 못했던 점 등을 종합해 보면, B씨의 책임 비율은 제한해야 한다”고도 주장했으나 이 역시 배척됐다.

재판부는 “불법행위를 저지를 피용자가 바로 그 사용자의 부주의를 이유로 자신의 책임의 감액을 주장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의문일 뿐만 아니라, 설령 그와 같은 감액이 허용되더라도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 주장의 사유만으로는 B씨의 책임을 60% 이하로까지 제한할 수는 없다고 판단된다”면서 “B씨의 책임을 원고의 손해 8596만5000원의 60%로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그 수액이 피고의 공제가입금액 5000만원을 상회하는 이상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피고의 지급의무의 범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와 함께 주관협은 공제약관 제20조에서 ‘계약자의 과실로 인한 공제사고 발생으로 피공제자에게 배상해야 할 금액 중 1사고당 부담해야 할 증권에 기재된 금액은 계약자가 부담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음을 제시하며 “주관협이 대표회의에 지급해야 할 금액에서 계약자 본인 부담금 10만원은 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서는 “위 공제약관 내용은 공제계약자인 B씨와 피고 주관협 사이에 공제가입금액 중 10만원의 부담 주체를 B씨 본인으로 정한 내부적인 약정에 불과한 것으로 해석될 뿐, 이를 들어 피고가 피공제자에게 그 부분의 공제를 주장하며 대항할 수는 없다고 판단되므로, 피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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