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판결

보험회사 구상금 소송
항소·확장 청구 모두 기각

제시된 자료만으로는
발화지점 추정만 가능

[아파트관리신문=조혜정 기자] 아파트 세대 내 화재로 이웃집이 피해 입은 상황에서 이웃집과 계약한 보험회사가 아파트 보험회사에 구상금을 청구했으나 항소심 법원도 “화재 원인이 전기기구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해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원고의 항소와 이 법원에서 확장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1-3민사부(재판장 김우현 부장판사)는 서울 강남구 A아파트 B호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피해를 입은 C호 소유자와 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회사 D사가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계약을 체결한 보험회사 E사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동일한 기각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에 따르면 2020년 1월 25일 A아파트 B호 거주자들이 설 연휴로 집을 비운 사이 화재가 발생해 내부가 전소되고 C, F, G, H호 등의 건물 및 가재도구가 훼손되고 오염되는 피해를 입었다.

C호 소유자는 2019년 10월 23일부터 2034년 10월 23일까지 건물, 집기, 시설 등의 손해를 보상해주는 내용의 보험계약을 D사와 체결했고, 이에 D사는 2020년 3월 20일 803만2351원(건물 672만5000원+가재도구 130만7351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했다.

보험회사 D사는 “B호에 있던 에어컨 등 전기기구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화재가 발생했으므로 B호 점유자는 민법 제758조 제1항에 따라 C호 소유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면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보험을 체결한 E사는 피보험자가 화재로 인해 타인에 대해 부담하는 손해배상책임을 담보하는 내용의 특약이 포함돼 있으므로 B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과 E사에 대한 직접청구권을 취득한 D사에 보험금 800여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민법 제758조 제1항에서 ‘공작물 설치·보존상 하자란 공작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말한다’고 말하며 “안전성 구비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해당 공작물의 설치·보존자가 그 공작물의 위험성에 비례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의무를 다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하자에 관한 증명책임은 피해자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사건 화재 원인을 조사한 관할 소방서는 “발화 지점은 B호 거실 에어컨 실내기인 것으로 추정하며, 내부 전원선 등에 연결된 수축 절연테이프 등 연결부위가 헐거워져 접촉 불량이 발생했거나 절연성이 저하된 피복이 손상돼 기기에 쌓여있던 먼지 등에 의한 트레킹 단락, 규격 이하의 전선 사용으로 인한 합선 등의 원인에 의해 발생한 단락에 의해 주변가연물에 착화 발화될 개연성이 있다”고 밝히며 “어떤 요인에 의해 전기 단락이 형성됐는지 알 수 없어 미확인 단락 추정의 원인에 의해 발생한 화재로 추정된다”고 제시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역시 “제시된 사진 자료의 검토만으로 에어컨 설치 부분을 발화지점으로 한정하기는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외에도 ▲화재 당시 B호 거주자들이 에어컨 전기선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거나 전열기 등 다른 전기기구를 과도하게 사용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또는 B호 거주자들이 쉽게 연소될 수 있는 물건을 집안에 적치해 둬 화재가 확산됐다고 볼만한 자료도 없는 점 등을 비춰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A아파트 B호에 있던 에어컨 등 전기기구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해 이 사건 화재가 발생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E사가 체결한 보험계약에 포함돼 있는 ‘피보험자가 화재로 인해 타인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담보한다’는 내용의 특약과 관련해 D사는 “E사가 이 화재로 인해 C호의 소유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사무관리에 따른 비용상환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앞서 본 바와 같이 B호에 있던 에어컨 등 전기기구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해 이 사건 화재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E사가 특약에 의해 C호의 소유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원고가 C호의 소유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것은 ‘원고의 사무’에 해당할 뿐 ‘피고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재판부는 1심 판결과 결론을 같이해 D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D사 부담으로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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