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법 판결

법원 “사고영상 필요했다면
경찰 확보 자료 활용 가능했어”

[아파트관리신문=조혜정 기자]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상해를 입은 입주민이 관리회사를 상대로 “아파트 통합관제실에서 사고 장면이 촬영된 CCTV 영상 제공을 하지 않았다”면서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도 1심과 같이 기각 판결을 내렸다.

인천지방법원 제3민사부(재판장 송각엽 부장판사)는 인천 남동구 A아파트 입주민 B씨가 관리회사 C사를 상대로 제기한 항소심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고 판결했다.

B씨는 2018년 7월 20일 저녁 8시 30분경 A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도로를 주행하던 오토바이의 앞부분에 부딪혔다. 이로 인해 3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다리 부분의 상처 및 발목 타박상을 입었다.

B씨는 사고를 당한 다음 C사가 관리하는 아파트 통합관제실에서 사고 장면이 촬영된 CCTV 영상을 열람했고, 그 후 같은해 8월경 교통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소송을 준비하기 위해 C사의 직원에게 사고영상 복사를 요청했으나 C사 직원은 이미 경찰이 사고영상 원본을 가져갔다고 하면서 영상을 보여주거나 복사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B씨는 경찰에 직접 확인해 본 결과 경찰은 사고영상의 사본을 가져갔을 뿐이고 원본은 가져가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고, 그 후에도 수차례 C사 직원에게 사고영상 복사를 요청했으나 C사 직원은 “CCTV 영상 보관기간인 30일이 경과해 이미 삭제됐다”면서 사고영상 제공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B씨 측은 “교통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소송에 사고영상을 증거자료로 제출하지 못했고 소송에서 패소하게 됐다”면서 “위와 같이 사고영상을 분실한 행위 등은 개인정보 보호법 및 아파트 통합관제실의 ‘CCTV 등의 운용 및 관제업무지침’ 등을 위반한 것으로 재산상 손해배상 또는 위자료 300만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항소 취지를 밝혔다. 

재판부는 B씨의 “2018년 8월경 C사 직원에게 사고영상 복사를 요청했으나 사고영상을 보여주거나 복사해주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면서 “오히려 2018년 8월 28일 아파트 통합관제실에서 피고의 직원에게 사고영상 열람만을 요청해 영상을 확인한 것으로 보이고 별도로 사고영상의 복사나 보관 등을 요청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일축했다.

또한 재판부는 “CCTV 영상 보관기간 30일이 경과하면서 이 사건 사고 영상이 자동으로 삭제됐고, 이 때문에 B씨가 영상 복사를 요청했을 때 이를 제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보관기간이 경과해 자동으로 삭제된 것일 뿐 피고가 사고영상을 분실하거나 유출한 것은 아니므로 이러한 행위가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 아파트 통합관제실 ‘CCTV 등의 운용 및 관제업무지침’ 제3조 제2항에서 ‘단지 내에 자동차 간의 접촉사고, 폭력, 절도, 기물 파괴 기타 다툼의 소지가 있는 장면이 포착된 녹화물 또는 사진 파일은 이를 따로 보관해 자동으로 삭제되지 않도록 한 후 관리소장에게 통보해야 하고, 이 경우 소장의 허락 없이 이를 삭제해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하며 “피고가 원고의 사고영상을 별도로 보관하지 않은 행위는 위 지침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통사고를 조사한 경찰이 이미 2018년 8월경 피고로부터 사고영상을 복사해 가져갔고, 원고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며 ▲원고가 교통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소송을 위해 사고영상이 필요했다면 경찰이 위와 같이 확보한 자료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며 ▲원고의 주장과 같이 실제로 교통사고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됐는지, 원고가 손해배상소송에서 패소했는지, 원고가 교통사고 가해자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게 됐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도 전혀 제출되지 않은 점 등을 비춰볼 때 “원고가 피고의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해 어떠한 실질적인 손해를 입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고가 사고영상 삭제로 인해 어떠한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거나 금전적으로 위자할 만한 정신적 고통을 당했다는 점에 관한 입증이 없는 이상 피고의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할 여지는 없으므로 원고의 주장은 나머지 점에 관해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B씨의 항소에 대한 기각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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