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아파트 놀이터 외부인 이용 금지’ 논란 쟁점과 관리책임

외부 어린이들 붙잡아둔
영종도 아파트 회장
‘도둑’이라며 주거침입죄 주장

전문가들, “개방된 놀이터 이용
사회상규상 허용된 행위”

사유지로 이용 제한은 가능
사고 시 책임은 피할 수 없어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어린이들이 놀고 있다. <서지영 기자>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최근 인천 영종도의 한 아파트에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해당 단지에 거주하지 않는 외부 어린이들을 붙잡아 놓고 기물 파손죄로 경찰에 신고한 일이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청원인 A씨는 자녀가 귀가 시간이 지나도 들어오지 않고 연락이 되지 않아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경찰로부터 연락이 와 인근 B아파트 관리실로 달려갔다고 전했다. 관리실에는 A씨의 자녀를 포함해 5명의 아이들이 있었고, 아이들은 부모들이 도착할 때마다 눈물을 흘렸다.

A씨에 따르면 B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인 C씨는 B아파트에 살지 않는 어린이들만 골라 관리실에 잡아 두고 경찰에 놀이터 기물 파손죄로 신고를 했다. 또 아이들을 잡아가며 “남의 놀이터에 오면 도둑인 거 몰라?”라고 말하고 욕설까지 섞어가며 “아주 나쁜 큰 도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C씨가 핸드폰을 놀이터에 두고 따라 오라고 해서 부모님에게 연락도 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C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외부 어린이들이 단지 내 놀이터에서 노는 것은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고도 주장했다.

A씨는 “타 단지 아파트 놀이터에서 재미있게 논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는지 아직까지 우리 아이에게 설명을 못 해주고 있다”며 “과연 놀이터의 주인은 누구일까”라고 물었다.

이후 아이들의 부모는 협박 및 감금 혐의로 C씨를 고소했으며, B아파트 입주민들은 위 일이 언론 등을 통해 널리 퍼지면서 C씨를 회장직에서 해임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또 B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임시회의에서 의결했던 단지 내 놀이터를 외부 어린이가 이용할 경우 경찰에 신고한다는 내용의 ‘어린이 놀이시설 외부인 통제’ 건은 입주민들의 반대로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내 헬스장이나 수영장, 골프연습장 등 실내 시설은 관리 문제 등에 따라 이용자를 제한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방이 뚫려 있는 어린이놀이시설은 오래 전부터 인근 주민과 어린이들도 자유롭게 이용하며 암묵적으로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고급아파트나 대단지아파트 등에서 외부 어린이들의 놀이터 이용을 금지한다는 소식이 이따금씩 들리면서 논란이 되고는 했다. 

몇 년 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신축아파트에서도 놀이터에 ‘우리 아파트 외 어린이는 출입을 금한다’며 ‘사고 시 책임지지 않는다’는 경고문이 부착돼 사회적 이슈가 됐었다.

이 아파트는 재개발 아파트와 다가구 주택이 많아 놀이시설이 부족한 동네에 들어서 외부 어린이들이 많이 놀러오는 곳이었다. 그런데 소음 등을 이유로 항의하는 입주민이 생겨 이와 같은 경고문을 부착하게 된 것이었다.

영종도 아파트 놀이터 관련 청원.

아파트 주민들은 보험에 가입돼 있지만 외부 어린이들의 경우 부모 없이 놀이시설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쳤을 때 복잡한 일이 발생할 수 있어 사고 시 책임지지 않는다는 문구도 붙이게 됐다는 것이 관리소장의 설명이었다.

“입주민 돈으로 운영돼 이해도…”

아파트 관리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인근 학교에서 단지 외 사람들이 너무 많이 와서 입주민 민원도 많아 제한하고 싶다”며 아파트 놀이터를 외부인이 사용하지 못하게 막을 수 있는지를 묻는 글이 올라왔고, 해당 글에는 펜스 설치와 입주민 카드 등을 통해 제한을 할 수는 있다면서도 현실적으로 힘들고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식의 댓글들이 달렸다.

한 회원은 “놀러오는 아이들이 대부분 아파트 자녀들의 친구들일 텐데 이것 또한 막을 것이냐”고 물었고, 또 다른 회원은 “너무 많은 인원이 모여 지나치게 소란한 것만 아니라면 제한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B아파트 소식에 많은 학부모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외부 어린이의 단지 놀이터 이용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한 이용자는 “만약 시설물 훼손이나 쓰레기 버리기, 위험한 행동, 밤늦게 소음 등을 한다면 싫겠지만 그것은 그 아파트에 사는 아이라도 싫고 예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이용자는 주상복합아파트의 좁은 시설에 외부 어린이들이 들어와 노니 험하게 논 것이 너무 표가 나 스크린도어로 막게 됐다고 전했다.

또 “아파트 놀이터나 커뮤니티 시설은 입주민 돈으로 운영되고 보수도 되는 것이니 어느 정도의 권리 요구는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제한에도 외부인 이용했다면 입대의 등 책임 대폭 줄어

아파트 내 공간은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의 사유지이기 때문에 어린이놀이터에 대한 외부인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외부인이 단지 내 놀이터에 들어왔다고 해서 곧바로 주거침입죄를 적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한 외부인 이용을 제한하는 규칙이 있다고 해도 외부인 사고 발생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힘들다는 지적이다.

법무법인 우리로의 주규환 변호사는 “인근 아파트의 개방된 놀이터 이용은 사회상규상 허용된 행위로 범죄 목적이 아니므로 주거침입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만약 펜스 등으로 막아 놓고 외부인 이용을 금지해 놓은 곳에 외부인이 들어간다면 주거침입에 해당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주 변호사는 “외부인이 단지 시설을 이용하다 시설 문제 등 관리소홀로 부상 등 사고를 당했을 때는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주체가 공작물의 점유자 또는 관리자로서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된다”며 “다만 외부인 이용 제한 표시 등을 했을 경우에는 책임이 대폭 줄어들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아파트 놀이터는 인근 주민 등 입주민이 아닌 사람들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험칙상 흔히 예상할 수 있다”며 외부 어린이들의 부상에 대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회사가 배상하라는 판례도 있었다.

아파트 측은 “외부인 사용을 금지하고 입주민 외 사용 중 사고에 대해서는 일절 책임지지 않는다는 안내판을 부착했으므로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맞섰으나 재판부는 “외부인 이용 제한과 같은 표기를 했더라도 아파트가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다만 해당 표기가 있었던 점 등을 참작해 손해배상책임을 30%로 제한했다.

한편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 제21조는 관리주체로 하여금 어린이놀이시설의 사고로 인해 어린이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상의 손해를 발생하게 하는 경우 그 손해에 대한 배상을 보장하기 위해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생활안전연합 이주영 팀장은 “보험 약관과 특약에 따라 보장 대상을 해당 단지 어린이로만 제한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아파트 놀이터에 입주민 친척이나 친구가 올 수도 있는 등 누가 올지 알 수가 없어 현실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고,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에서도 ‘어린이’, ‘이용자’라는 표현만 있을 뿐 특정 어린이로 대상을 제한해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팀장은 “어린이라면 누구나 어린이놀이시설에서의 사고에 대해 보장받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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