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아파트 테니스장 용도변경 곳곳 갈등 심각

테니스장 이용하는 동호회
회원 대부분이 외부인
주차문제 등으로 주민과 갈등
주차장 등으로 용도변경 요구

D아파트 테니스장에 입주민들이 주민운동시설로의 용도변경을 원하는 현수막과 노마스크를 지적하는 글을 붙여 놓은 모습. <독자 제공>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주차공간 부족으로 이웃 간 주차갈등을 빚는 아파트들이 많은 가운데 단지 내 테니스장을 주차장으로 용도변경하려는 단지들이 늘고 있다.

특히 아파트 테니스장을 주로 이용하는 테니스 동호회가 대부분 외부인으로 구성돼 있고 테니스장이 동호회 이용시간 외에는 잠겨 있는 등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이에 불만을 품은 입주민들이 용도변경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가운데 테니스 동호회가 용도변경을 막기 위해 입주자대표회의 등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갈등을 빚는 단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안양시 A아파트는 최근 단지 내 테니스장을 철거하고 그 자리를 주차장으로 변경하는 공사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주차공간 14면(장애인 차량 전용 1면 포함)을 확보했으며 일부는 주민체육시설로서 배드민턴장을 조성했다.

최근 테니스장 용도변경 공사를 실시한 안양시 A아파트의 새 주차장 모습.<서지영 기자>

1992년 지어진 이 아파트는 오랜 세월 단지 한 편에 테니스장이 있었지만 많은 입주민들이 그곳을 테니스 동호회의 전용공간으로서 동호회에 들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고 인식해왔다. 실제로 테니스장은 동호회 주도로 관리돼 왔으며 때문에 동호회 사람들이 주로 이용을 하고, 굳게 닫혀 있는 문이 자유로운 출입을 금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굳이 회비를 내고 낯선 이들과 어울려가며 동호회 활동을 하고 싶지 않아 테니스를 치고 싶어도 테니스장에 가지 못하는 입주민도 적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테니스장이 본래 입주민 전체의 재산인데 일부 동호회 회원만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문제로 인식하는 입주민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더욱이 세대당 보유 차량수가 늘며 주차공간이 갈수록 부족해지고 있는 상황이라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테니스장에 대한 불만도 커져갔다.

이 아파트 테니스장을 이용하는 테니스 동호회 회원은 총 30여명으로, 이 중 이 아파트 입주민은 10명 정도에 불과해 입주민들은 더욱 분개했다.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주체는 많은 입주민들의 의견에 따라 주민 동의 절차를 거쳐 테니스장 용도변경을 추진하게 됐다.

그러나 테니스 동호회 측이 주민 동의 절차 등에 문제가 있어 투표가 무효라며 시에 민원을 넣고 법원에 입주자대표회의 결의 효력정지 등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 용도변경 찬성 입주민들과 테니스 동호회 측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게 됐다.

입주민들은 용도변경 갈등이 진행되고 있고 코로나 시국임에도 어린이놀이터 바로 옆인 테니스장에서 보란 듯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테니스를 치는 회원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일정기간 테니스장에 폐쇄 및 이용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또 안양시의 서류보완 지시에 따라 동의서를 보완해 최종적으로 용도변경 허가를 받았지만 테니스장을 철거하는 과정에서도 테니스 회원 측의 반발로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이 몇 번 출동하고 확인하는 과정 등을 거쳐 힘들게 철거가 완료됐고, 10월 말 주차장 공사가 완료됐다.

입주민들은 주차공간이 더 늘어나고 가족들과 함께 자유롭게 배드민턴을 칠 수 있는 공간도 생겨 만족도가 높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동호회 측은 끝까지 가처분 신청을 취소하지 않아 최근 기각 결정이 날 때까지 용도변경 찬성 입주민들과 갈등을 겪었다. 

이 아파트에 사는 입주민 B씨는 “많은 입주민들이 원해서 정당한 동의 절차를 거치고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거쳐서 용도변경을 하게 된 것인데 테니스 회원들은 관리소장이 주도해 독단으로 테니스장을 없애려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소수 인원만 그 큰 땅에서 혜택을 누려왔으면서 입주민 다수가 원하는 주차장을 못 만들게 하는 것은 너무 이기적인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입주민 C씨는 “테니스 동호회 측은 주민공동시설을 외부에 개방할 수 있으므로 다수 외부인의 이용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나, 관리규약에서 주민공동시설을 인근 공동주택단지 입주자등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 위해 입주자대표회의 의결과 전체 입주자등의 과반수 이상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는데 테니스장은 이러한 근거도 명확히 있지 않다”며 “현재 사는 입주민들은 주차공간이 부족한 상황에 입주민 대다수가 이용하지 않고 이용자 대다수가 외부인인 테니스장을 반대하는 것이므로 테니스 동호회는 이를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당 테니스장 갈등 단지 20곳

A아파트와 마찬가지로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도 테니스장 용도변경 문제로 갈등을 빚는 아파트가 적지 않다. A아파트가 위치한 안양 평촌 1기신도시처럼 분당 또한 약 30년 전 아파트들을 만들 때 유행처럼 테니스장을 만든 단지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분당 D아파트에 거주하는 E씨는 “각 단지의 테니스장 면적도 200~500평 등으로 상당히 크다”며 “주차난이 심각한 구축아파트에서는 주차공간 1칸도 소중한데 테니스장을 주차장으로 활용하면 최소 30대 이상 더 주차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E씨는 “요즘 시대에는 주민들이 테니스를 거의 치지 않아 필요가 없는데도 테니스장 땅이 주민 본인들의 재산인줄 몰라 재산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테니스장을 땅주인인 입주민이 아닌 사설 동호회들이 점령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D아파트 엘리베이터에 테니스 동호회에 대한 불만을 호소하는 입주민의 글이 게시돼 있다. <독자 제공>

테니스 동호회 명부를 확인해보니 각 단지마다 외부인들이 80% 이상이었다는 것이 E씨의 주장이다.

또 이 지역 아파트 입주민들에 따르면 한때 분당에 살았던 사람들이 동호회 카르텔을 형성해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갔어도 원정을 오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이 차를 끌고 와 아파트 단지에 주차도 마구 해대는 바람에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했다고. 동호회 회원들이 테니스장 안에 불법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요리를 해먹으며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며 마음대로 사용하는 것도 주민들의 화를 돋웠다.

게다가 주민들이 테니스를 치고 싶어도 테니스 동호회가 자물쇠로 문을 잠궈 놓고 사실상 동호회 허락을 받아야 들어갈 수 있어서 테니스장 땅이 동호회 사유지로 변해버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E씨는 분당구청에 확인해본 결과 분당 내 아파트 20곳이 ‘테니스장 부지 주민 재산 권리 찾기 운동’을 벌이며 입주민과 테니스 동호회 간 분쟁이 발생했다며 “땅 주인인 아파트 주민과 외지인들인 테니스 동호회가 주민 땅을 갖고 벌이는 황당한 분쟁”이라고 꼬집었다.

D아파트는 지난해 말 주민 투표를 통해 테니스장을 주민 모두가 여러 운동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용도변경키로 하고 불법 컨테이너를 철거했다. 그 과정에서 테니스 동호회와의 갈등도 심각했다. 동호회 측은 법원에 테니스장 사용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낸 데 이어, 입주자대표회의가 일방적으로 테니스장을 폐쇄 및 단전, 단수 조치해 사용계약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가처분 신청사건의 경우,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민사5부는 ▲테니스 동호회 회원들이 야간에 테니스장에서 고기를 구워먹으며 떠들고 술을 마신 일이 발생한 점 ▲입주민들이 주차공간 부족으로 주차난을 겪게 된 점 ▲총 100여명의 동호회원 중 입주자들은 10여명에 불과한 점 등을 종합해 동호회 회원들의 테니스장 출입을 막은 입주자대표회의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 아파트와 비슷한 사건들에서 법원은 ▲테니스회는 대표회의 구성원 내지 아파트 입주민이 아니어서 결의 효력이 테니스회에 미친다고 할 수 없고 이 사건 결의가 무효로 되거나 효력이 정지된다 하더라도 테니스회가 이 아파트 테니스장을 사용할 권한이 있음이 종국적으로 확정되는 것도 아니다 ▲테니스장의 관리권한을 사실상 위임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테니스회가 이 아파트 테니스장을 점유·사용할 법률상 권한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 아파트 테니스장 부지와 건축 당시부터 설치된 시설물은 아파트 공용부분에 해당해 아파트 동호회가 테니스장 사용에 따른 관리비(전기요금)를 납부해 왔다는 사실만으로는 동호회가 테니스장 부지와 시설물에 대한 독점적인 점유권을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판단을 내리고 있어, 현재 테니스 동호회와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는 아파트들에 대해서는 어떤 판결과 결정이 내려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