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승강기 공사 시 휠체어 장애인 배상' 인권위 권고에 아파트 관리 현장 반응

 인권위, 대체시설· 외부생활비용 지원 의무 강조
“장애인 이동권 침해 시  아파트서 배상해야”

관리 현장선 "관련 법 마련 전 인권위 권고 적용되기 어려울 것"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국가인권위원회는 2일 아파트 승강기 개선 공사 시 대체 이동수단 등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아파트 관리소장 및 입주자대표는 장애인 입주민에게 배상을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본지 제1364호 게재> 그런데 그동안 아파트 승강기 공사 시 장애인 이동권 보장 문제에 대해 논의조차 이뤄진 바 없어 아파트 관리현장에서의 대책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파트관리신문DB>

장애인 인권 보호단체 활동가인 진정인은 아파트에서 2021년 1월 14일부터 2월 10일까지 승강기 교체 공사를 하면서 장애인 입주민에게 대체 이동수단 등 편의를 제공하지 않아 입주민의 직장생활 및 사회생활에 막대한 피해를 줬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이 입주민은 공사 기간 동안 장애인단체에서 운영하는 ‘자립 홈’에 입주해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관리소장 등은 “승강기 공사로 인한 출·퇴근 및 기타 생활 어려움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약자 등 모든 주민이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사안이고 승강기안전관리법에 따른 승강기 공사는 전체 입주자의 안전을 위한 것인 만큼 불편은 불가피하다”고 다퉜다. 또 “피해자(장애인 입주민)가 금전적 지원을 원하나 아파트 재원은 전 입주민이 납부한 관리비로 운영되므로 공동주택관리법이나 회계지침, 관리규약에 맞게 사용해야 하고 아파트에서 이러한 건으로 재원지원을 한 사례도 없어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아파트 재원은 적법한 지출이라 하더라도 일상 지출(소액) 외에는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아파트의 시설관리 및 운영 책임자이자 자치기구의 대표인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에게 아파트에 입주해 생활하고 있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하게 출입을 할 수 있도록 대체 이동수단 등 편의를 제공할 의무가 있고, 피해자에게 대체 이동수단을 제공하지 못할 경우 공사 기간 동안 다른 장소 등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인적·물적 제반 수단과 조치 등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합리적인 사유 없이 장애인의 이동할 권리를 배제한 것은 헌법상 이동권과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고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에 의하면 공동주택의 경우 시설물의 소유·관리자는 장애인등이 건축물의 1개 층에서 다른 층으로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이용에 편리한 구조로 계단을 설치하거나 장애인용 승강기, 장애인용 에스컬레이터, 휠체어리프트 또는 경사로를 1대 또는 1곳 이상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은 공동주택의 경우 시설주 등은 대상시설을 설치하거나 주요부분을 변경할 때 장애인등이 대상시설을 항상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적합하게 설치하고 유지관리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인권위는 “해당 아파트의 경우 승강기 공사 기간 동안 옥상을 통해 옆 라인 승강기를 이용하라고 안내했는데, 장애인 입주민의 경우 16층에서 25층 옥상까지 계단으로 이동해야 하고 인접 라인 간에도 계단이 있어 옥상 이동통로를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꼬집었다. 인권위 권고에 해당 아파트의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 측은 장애인 입주민이 승강기 공사 기간 동안 지출했던 생활비 등 40만원을 배상했다.

숙소비 등 관리비 사용 제도 필요
‘입주민 공감대 형성’ 우려도

그러나 아파트 관리 현장에서는 대체수단이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하고 비용 지원 등에 관한 제도도 없어 아파트에서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위 사건 관리소장의 말처럼 승강기 공사 시 아파트 재원을 사용해 편의를 제공한 전례가 없다는 점도 현장을 당황케 했다.

아파트 관계자에 따르면 승강기 공사는 빠르면 2주에서 한 달 이상 소요되는데, 그동안 이 기간에 장애인 세대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는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공사 기간 중 입주민의 편의를 위해서는 동 승강기가 두 대인 경우 시기를 나눠 공사를 진행하거나 한 대인 경우는 공사를 최대한 빠르게 완료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경기 안양시의 한 아파트 관리소장은 “대체시설을 마련하거나 장애인 세대에 비용을 지원한 사례는 듣도 보도 못했다”며 “결국 관리비로 비용부담을 해야 할 텐데 다른 입주민들이 이를 받아들일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임한수 정책국장은 “입주민 사이의 갈등이 발생하겠지만 장애인 권리를 위한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해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아파트에서 관련 비용 지출, 대체시설 설치 등을 할 수 있도록 관련법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인권위 권고가 실제 현장에서 적용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본지는 한국지체장애인협회에 아파트에서 취할 수 있는 방안을 물었으나 협회는 전례가 없어 내부 논의가 필요하다는 답변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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