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는 정말 공포스럽다. 한 번 발생하면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지난 14일 대만 남부도시 가오슝의 13층 주상복합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최소 46명이 숨지고 40명 이상이 다친 참사가 일어났다.

화재가 일어난 청중청(城中城) 빌딩은 40년이 넘은 노후 건물로 알려졌다. 저층에 상점이 있고, 그 위가 아파트인 주상복합 건물로, 화재 당시 저층은 폐쇄됐고, 아파트 층엔 약 120가구가 거주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도됐다.

왜 이리 인명 피해가 컸을까. 전문가들은 화재가 새벽 시간에 발생했고, 빠른 대피가 어려운 노인과 장애인들이 많이 살았던 데다 해당 건물의 노후화가 심해 소방시설 또한 미흡했던 것이 대규모 사상자 발생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한 공용공간 곳곳에 잡동사니들이 많아 구조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소방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상가 인테리어 자재 등도 지적됐다.

대부분 대형사고의 원인이 그랬던 것처럼 이번 화재도 사소한 데서 시작됐다. 참사를 피하지 못한 이유도 비슷했다. 이번 화재는 1층에서 처음 시작되고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퍼져나가면서 큰 인명 피해를 냈다. CCTV에 녹화된 영상에는 1층 가게에서 시작된 불이 순식간에 1층 전체로 번져나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경찰은 화재사건 용의자와 남자친구가 건물 뒤편 방에서 함께 술을 마시다 모기를 쫓기 위해 피운 향불을 함부로 버려 불이 건물 전체로 번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4년 전 영국 런던에서도 고층아파트 대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24층 주거용 건물이 삽시간에 불기둥이 됐던 사진이 충격적이었다. 그 화재도 수십명이 사망, 실종된 대참사였다. 124가구가 사는 건물이었지만 초기 화재 진압과 대피에 필수적인 스프링클러 설비가 없었고, 경보설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꽤 충격을 줬었다. 화재 외벽이 불이 잘 붙는 재질로 돼 있어 외벽 전체가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우리나라에서도 화성 동탄상가건물에서 큰 불이 일어난 바 있다. 바로 얼마 전에는 천안 불당동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큰 사고가 일어나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입기도 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형화재는 꼼꼼히 복기할 필요가 있다. 유사 사고가 재발되지 않는 것이 중요한 만큼 정확한 원인과 분석이 있어야 한다. 이번에 또다시 확인한 것은 ‘큰 불도 작은 부주의에서 시작된다’는 교훈이다.

우리나라도 20~30층이 넘는 고층의 아파트, 집합건물들이 수두룩하다. 주상복합건물도 점점 늘면서 화재 취약대상이 많아지고 있다. 건물이 고층일수록 화재 대비가 어렵고 인명피해가 많이 발생한다. 화재 취약요소도 많고 점검할 부분도 늘어난다.

화재예방에는 특별한 방법이 있지 않다. 화재안전수칙 준수와 경계만이 있을 뿐이다. 매순간 꼼꼼하게 현장을 확인하고, 안전수칙을 원칙대로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화마로부터 우리의 일상을 구하는 것은 평소의 ‘관심’이다. 화재는 예방이 최선이지만, 발생했을 때의 대처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만약 불이 나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판단하고 움직여야 한다.

다시 쌀쌀한 계절이 오고 있다. 불을 더 찾게 되는 겨울철을 맞아 화재대비 매뉴얼을 한 번 더 살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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