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주민투표 거쳐 사용···손해로 보기 어려워” 판결

공사로 인해 추후 발생될
보수 비용 발생 막은 것
손해액과 이득 동일하므로
손배 성립 안돼

[아파트관리신문=조미정 기자] 비의무관리대상 아파트 자치관리위원회가 자치회장과 감사가 장기수선계획 수립 없이 장기수선충당금으로 불필요한 공사에 비용을 지출하고, 경비원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아 손해를 입었다며 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광주지방법원(판사 윤명화)은 광주 북구 A아파트자치위원회가 회장 B씨와 감사 C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을 내렸다.

B씨는 2014년 6월 1일부터 2018년 5월 30일까지 A아파트 자치위원회장으로 재직했고, C씨는 위 기간 동안 감사로 재직했다.

A아파트자치위원회는 2018년 6월 8일 B씨가 회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실시한 옥상 방수공사, 정화조 공사, 출입문 공사 등에 대해 관할관청인 광주광역시 북구청에 감사를 요청했고, 북구청으로부터 “A아파트는 150세대 미만 단지로 공동주택관리법에서 정한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이 아니나, 입주민들의 알 권리와 투명성을 위해 계약 내용, 사업자 선정결과를 공개하도록 하고 사업자 선정 시에는 적어도 업체별 2인 이상의 견적서를 받은 후 입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공사 관련 지출은 별도 통장을 개설해 계좌이체를 통해 지출하도록 하라”는 내용의 개선권고 및 행정지도를 받았다.

이에 대해 A아파트자치위원회는 “구 주택법 제43조의 4, 제47조, 51조 및 이 사건 아파트의 자치관리규약 제42조 내지 44조에 의하면, 장기수선충당금은 장기수선계획을 수립한 후 이에 따라 공용부분의 유지 및 보수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는데, B씨는 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장기수선계획 수립 없이 A아파트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출입구 교체공사에 1064만8000원, 정화조 매립공사에 1480만9100원, 옥상PVC시트 방수공사에 7380만원을 각 지출했다”면서 “위 각 공사는 필요하지도 않았고 위 지출액만큼 시행된 것으로 보이지도 않으므로 B씨는 회장으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해 직무를 수행했고 C씨는 감사로서 B씨의 행위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해 A아파트자치위원회는 위 공사비 합계 9925만7100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B씨는 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입주민들이 지급하라고 했음에도 경비원 D씨가 청구하는 최저임금에 미달한 임금 및 퇴직금 합계 2572만1520원을 지급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D씨가 제기한 민사소송에 따라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에 지연이자까지 더한 3700만원을 지급하게 됐고, 노무사 및 변호사 비용으로 460만원을 지출했다”면서 “C씨와 D씨는 연대해 위 손해 합계액 1억1513만5580원 중 일부인 4000만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소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우선 B씨가 구 주택법에서 정하고 있는 장기수선계획 수립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 장기수선충당금을 지출했는지 살폈다. 구 주택법 제47조 제1항은 ‘3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 승강기가 설치된 공동주택, 중앙집중식 난방방식 또는 지역난방방식의 공동주택, 건축법 제11조에 따른 건축허가를 받아 주택 외의 시설과 주택을 동일 건축물로 건축한 건축물에 해당하는 공동주택을 건설·공급하는 사업주체 또는 리모델링을 하는 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그 공동주택의 공용부분에 대한 장기수선계획을 수립해 사용검사 신청시 사용검사권자에게 제출하고, 사용검사권자는 이를 그 공동주택의 관리주체에게 인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A아파트가 150세대 미만의 개별 난방방식의 공동주택으로 승강기가 없는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피고 B씨가 구 주택법에 따른 장기수선계획 수립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A아파트 자치관리규약 제44조 ‘관리주체가 특별수선충당금을 사용하고자 할 때에는 사용계획서를 작성해 입주자대표회의 동의를 받아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하며 “피고 B씨는 자치관리규약의 규정에 따라 장기수선계획을 수립하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 피고 B씨가 장기수선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채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용했다면 그 사무처리에 과실이 없다고 볼 수 없으므로 A아파트자치관리위원회의 손해에 관해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B씨와 C씨는 “A아파트자치위원회가 손해라고 주장하는 보수공사비는 A아파트 보수공사에 모두 사용됐으므로 공사비 전부가 손해액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피고 B씨는 주민투표, 동대표 회의 등을 거쳐 이 사건 아파트의 보수공사에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용한 점 ▲원고는 실제 그와 같은 공사가 필요하지 않았고 지출 비용만큼의 공사가 이뤄지지도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는 점 ▲위 공사 과정에서 피고들이 개인적인 이득을 취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는 점 등에 비춰보면 “원고가 손해액이라고 주장한 공사비와 B씨의 장기수선충당금 지출행위로 인해 아파트 보수공사비 및 수반 비용 등 지출을 면해 얻은 이득액은 동일하므로 피고들이 원고에게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액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경비원 D씨에 대한 임금 미지급으로 인해 발생된 손해배상청구 부분은 “A아파트 입주민들이 B씨에게 D씨가 요구하는 미지급 임금을 전부 지급하라고 했음에도 B씨가 따르지 않았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오히려 B씨는 D씨가 제기한 노동청 진정사건 및 민사소송에 A아파트자치위원회 대표자로 참석하면서 주민회의 등을 거쳐 입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대응했다”면서 A아파트자치위원회가 주장하는 변호사 선임비용에 대해서도 “입주민 과반 이상의 찬성을 얻은 후 변호사를 선임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 B씨와 C씨가 분쟁 과정에서 원고의 대표자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했음을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면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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