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공정위 합의···실적기준 등 진입장벽 낮춰 신규 사업자 참여 기회 확대

소수 사업자 담합 방지
공사비·관리비 절감도 기대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아파트 등 공동주택 보수공사 시장의 입찰 담합을 막기 위해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안이 추진된다.

국토교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공동주택 유지·보수공사 및 용역 입찰에서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가로막아 소수의 기존 사업자에게 담합 유인을 제공했던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이하 ‘선정지침’)을 개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신규 사업자의 입찰 참여 확대를 위해 의견수렴을 거쳐 실적기준 완화 등 선정지침의 연내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과거 공사·용역 실적 인정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며, 적격심사 시 업무실적평가 만점 상한을 10건에서 5건으로 완화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번 제도개선은 아파트 유지·보수공사 시장에서 그간 만성적 입찰담합을 유발하던 제도적 원인을 근본적으로 개선한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공동주택 보수공사·용역 시장에 좀 더 많은 중소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게 되고, 공사비·아파트 관리비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국토부 등은 기대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수년간 아파트 보수공사·용역 관련 입찰담합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현행 입찰제도하에 경쟁을 제한하는 구조적 원인이 있음을 확인하고 국토부와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2018년 이후 공정위가 제재한 아파트 보수공사·용역 입찰담합 사건은 총 52건이다.

특히 입찰 과정에서 과도하게 높은 실적기준을 요구해 이를 충족하는 소수의 사업자들만 입찰에 참여하고, 상호간 들러리 품앗이 행위가 가능한 점이 담합 요인으로 분석됐다.

2018년 1월에는 서울·경기지역 아파트 단지에서 발주한 18건의 재도장·방수 공사 입찰에서 총 17개 사업자가 사전에 낙찰예정자와 들러리를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사업자는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한 사전 영업활동으로 소요예산 등을 자문해주면서 입찰참가자격이 높게 설정되도록 유도하고, 이를 충족하는 소수의 사업자만 입찰에 참여해 시장을 독차지했다.

또 입찰참가자들은 가격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 위해 사전 영업자를 낙찰예정자로 정하고 나머지 사업자들은 들러리를 서주는 담합 관행을 형성했다.

아파트 등의 보수공사·용역 입찰에서 ‘실적’은 입찰 참여 및 낙찰 여부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제한경쟁입찰의 경우 입찰참가자격으로 높은 실적기준을 요구하면 그 실적에 미달된 사업자는 애초에 참여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

또 적격심사제는 입찰에 참가하더라도 평가 항목으로 높은 실적기준을 요구하면 기술자·장비 등 관리능력이 충분해도 평가점수 미달로 낙찰받기 어렵게 된다.

<표> 용역 등 사업자 선정을 위한 적격심사제 표준평가표.

그간 선정지침상 이러한 입찰참가자격과 적격심사기준에 있는 실적요건이 지나치게 높아 신규 사업자에게 상당한 진입장벽으로 작용해왔다. 기술면허, 자본금 등은 단기간에 충족할 수 있으나 실적은 단기간 내 충족이 어려운 요건이기 때문이다.

이에 공정위와 국토부는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확대해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실적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2022년 시행을 목표로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 개정을 통해 제한경쟁입찰에서 입찰참가자격으로 실적을 요구하는 경우 실적 인정기간을 최근 3년에서 최근 5년으로 확대한다. 이에 따라 가까운 과거에 공사·용역 실적이 없더라도 참여가 가능해진다.

적격심사시 업무실적 평가 점수가 만점이 될 수 있는 실적 상한은 10건에서 5건으로 축소한다. 아파트 보수공사·용역은 업무 난이도가 높지 않고 유사한 성격의 작업이므로 많은 공사·용역 경험을 보유하지 않더라도 업무 수행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한편 지난해 공동주택 보수공사·용역 입찰에서 실적기준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한 공사·용역 등의 규모는 총 3조3219억원이다.

이번 제도개선은 사건처리 과정에서 발굴된 반복적 법 위반 요인 차단을 위해 적극행정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보수공사·용역 시장은 다수의 소규모 공사 등이 빈번하게 발주되는 시장으로 지역업체 간 유착 가능성이 높고 담합 감시가 쉽지 않은 특성이 있다.

이번 제도개선을 통해 참여 사업자의 범위를 넓힘으로써 소규모 지역시장에서의 담합 가능성을 축소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국토부와 공정위는 앞으로도 일회성 제재에 그치지 않고 반복적 법 위반을 초래하는 제도적 요인을 지속 발굴·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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