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고용노동부 사례 발표에 관리현장 ‘현실성’ 지적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지난달 고용노동부가 ‘공동주택 경비원 근무방식 개편 사례’를 배포한 이후 경비원 근무방식에 대한 공동주택 관리 현장의 관심이 뜨겁다. 고용부에 이어 서울시도 근무방식 개편 컨설팅에 나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실에 맞지 않는 ‘탁상 행정’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현재 공동주택 경비원의 근무형태는 대부분 ‘24시간 맞교대제’ 방식이다. 경비원 전체를 2개 조(A조, B조)로 나눠 A조가 오늘 24시간 근무(B조 휴무), 내일은 휴무(B조 24시간 근무)하는 방식으로 교대 근무한다.

이러한 24시간 맞교대제는 상시적인 야간근로로 경비원 삶의 질을 저해하고 생체리듬을 교란하는 등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대응으로 경비원의 심야 휴게시간을 늘려 임금 인상을 억제하는 ‘꼼수’ 사례가 적지 않아 경비원 근무방식 변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퇴근형 격일제·
경비관리원 구분제·기타
단지별 상황 맞춰 적용 가능

고용노동부가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용역을 통해 제시한 개편 사례는 퇴근형 격일제, 경비원·관리원 구분제, 기타 교대제 등 3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퇴근형 격일제’는 경비원 전체를 2개조로 나눠 하루씩 번갈아 근무하는 방식은 기존 방식과 동일하다. 하지만 근무하는 날에 근무조 모두가 24시간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만 당번을 정해서 24시간 근무하고 나머지는 저녁에 퇴근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경비원 12명을 A조 6명, B조 6명으로 편성해 오늘은 A조, 내일은 B조가 근무하되 각 조의 근무일에 2명씩 당번을 정해 당번은 24시간, 그외 4명은 저녁에 퇴근한다.

퇴근형 격일제는 기존의 근무 형태를 크게 변경하지 않으면서 근무 장소에 상주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으로 매일 출근에 대한 부담 등으로 기존 방식을 유지하고자 할 때 적용할 수 있다. 전체 근무시간은 출퇴근 시간의 설정, 야간 당번의 주기, 휴게시간 설정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보통 전체 근로시간이 감소하게 된다. 이 형태를 적용할 경우 경비원의 야간근로 또는 총근로시간이 감소해 임금이 감소될 수 있어 노사 간 협의가 필요하다.

<표 1> 24시간 맞교대제 근무표 예시
<표 2> 퇴근형 격일제 근무표 예시

또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근로시간, 휴게, 휴일에 관한 규정 적용이 제외되는데, 경비원이 경비업무가 아닌 관리업무를 많이 수행할 경우 감단 승인이 불가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감단 승인을 받지 못한 경우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도록 퇴근시간, 야간근로 순번을 조정해야 한다.

야간경비를 위한 당번은 단지 특성을 고려해 인원을 배치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야간 경비인력은 축소되지만 통상 야간에 휴게시간을 길게 운영해 당번 근무자의 휴게시간 조정 등으로 경비인력 감소 효과는 일부 상쇄될 수 있다는 것이 고용부의 설명이다.

‘경비원·관리원 구분제’는 경비업무를 전담하는 경비원과 경비 외 관리업무를 전담하는 관리원으로 구분해 경비원은 종전처럼 24시간 맞교대제를 유지하면서 경비업무를 전담하고 관리원은 1일 8시간 근무 등 주간 근무로 전환해 근로시간·휴게·휴일 규정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관리업무가 많은 단지에서 전체 경비원이 경비와 관리업무를 동시 수행해 감단 승인을 받기 어려운 경우에 적합하고 기존 경비원의 선호에 따라 경비원 또는 관리원으로 근무하게 할 수 있다.

경비원의 근로시간에는 큰 변화가 없을 수 있으나 관리원으로 전환한 경우에는 근로시간이 감소할 수 있다. 이에 임금과 관리비 등의 변동요인이 발생할 수 있어 이해관계자 간 협의가 필요하다.

아파트 단지의 업무특성에 따라 경비원과 관리원 수를 조정할 수 있는데, 경비원은 야간근로 및 총근로시간 감소를 위해 24시간 맞교대제를 퇴근형 격일제와 3교대제 등으로 운영할 수 있다. 관리원은 아파트 사정에 따라 1일 근무시간, 휴무일 등을 적절히 조정해 주5일제 또는 주6일제 등 선택이 가능하고 오전·오후 근무조로 나눠 운영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기타 교대제’는 단지 상황에 맞게 3조 교대제(주주야야비비, 주당비 등), 주·야간 전담제 등 경비원의 상주 시간 또는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는 교대제 방식으로 개편할 수 있다.

경비원이 24시간 상주 또는 야간근로 등을 이유로 24시간 맞교대제를 선호하지 않는 경우 적용할 수 있으며 이 경우 기존에 비해 근무일은 증가하면서 상주 시간 및 전체 근로시간은 감소한다.

또 단지별 특성과 상황이 모두 상이하므로 몇 가지 유형의 교대제 근무형태 중 특성에 맞는 방식을 결정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3조2교대제는 3개조가 번갈아 12시간 상주하는 방식의 교대제로 A조가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근무하면 B조는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C조는 휴무하는 방식을 돌아가면서 6일 주기(주주야야비비)나 3일 주기(주야비)로 할 수 있다.

주당비는 3개조가 주간근무, 당번·24시간 근무, 휴무를 번갈아 시행한다.

주간·야간 전담제는 12명을 주간 6명, 야간 6명으로 구분한 후 주간업무는 각자 5일이나 6일 근무 후 1일이나 2일 휴무하고 야간업무는 다시 두개조로 나눠 격일 야간교대근무 방식으로 운영한다. 주야 근무조는 일정 주기별로 교체할 수 있다.

다만, 기타 교대제 방식들은 경비원은 매일 근무 등 근무일이 늘어나는 것에 부담이 있을 수 있고 입주민은 근무하는 경비인력이 종전보다 감소하는 것에 불편을 느낄 수 있어 이해·조정이 필요하다.

“입주민 공감대 형성 안 돼”

지난 2019년 최저임금 인상에도 경비원을 감축하지 않도록 경비원 근무방식을 퇴근형 격일제로 운영하던 경기도 A아파트는 현재 24시간 격일제로 되돌아갔다.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당시 근무방식 변경을 추진한 입주자대표회장의 임기가 종료되고 새 회장이 취임하면서 경비원 근무방식이 재논의에 들어갔다.

전 회장은 최저임금이 인상될 때마다 경비원을 감축시키거나 휴게시간을 늘리는 것이 아닌 지속가능한 근무방식이 필요하다며 퇴근형 격일제를 도입했으나, 입주민들의 이해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았다.

일부 입주민은 경비원의 근로시간이 줄었으나 임금이 보전된 것에 반감을 표하기도 했다. 또 경비원 근무시간이 주간, 야간, 24시간 등 자주 바뀌다보니 오히려 고령인 경비원들의 생체리듬을 방해하고 경비원들이 체력적으로 힘들어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새 회장은 경비원 근무방식을 원래대로 운영키로 했다.

A아파트 관리소장은 “경비원 근무방식을 변경한다고 해도 새로 대표회의가 구성될 때마다 다시 논의를 해야 한다”면서 2~4년마다 근무방식을 변경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했다.

경비원·관리원 구분제에 대해 한 관리소장은 “그럴바엔 관리원만 두고 경비원을 고용하지 않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야간 순찰·경비는 통합보안시스템으로 대체할 수 있고 결국 아파트에서는 관리업무를 맡길 수 있는 관리원만 고용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관리소장은 고용부의 근무방식 개편 사례를 두고 ‘탁상 행정’이라고 꼬집으며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공동주택 경비원의 업무범위 확대와 감시단속직 근로자 승인제도 강화로 경비원 근무방식 변경 움직임이 커진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의 컨설팅을 통해 현실성 있는 대안이 마련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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