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저수조 관리·감독 철저히 해야

[2차 수질오염 방지 위해 관리주체의 다각적 노력 필요]

최근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등 8개 시민환경단체와 함께 아파트, 단독주택 등 관내 12만여개소의 수도꼭지에 대해 수질검사를 실시한 결과 4백10개소가 수질기준에 부적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결과 부적합 원인의 대부분이 물탱크 내에 수돗물이 오랫동안 남아 있으면서 잔류염소의 농도가 0.2ppm 이상 유지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나 저수조 관리부실이 수돗물 불신의 주범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이같은 2차 수질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평소 저수조의 상태를 파악해 조치하는 등 입주민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수돗물 공급을 위한 관리주체의 다각적인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실태 및 문제점

(사)한국저수조협회에 따르면 저수조에 관한 인식 부족과 관리 감독 소홀로 인해 아직도 상당수의 아파트에서 각종 사고가 잇따르는 등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서울 금천구 시흥동 M아파트 옥상 물탱크의 내부 도색작업을 하던 임모 씨와 이모 씨 등 인부 두명이 페인트에서 나온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사고는 임씨가 시너(희석제)를 섞은 페인트를 이용해 입구가 좁은 물탱크 내부에서 도색작업을 하던 중 페인트에서 나온 유독가스에 질식돼 쓰러지자 이씨가 임씨를 구조하려다 역시 의식을 잃으면서 발생했다.
한국산업안전공단 관계자는 이같은 사고는 비숙련 작업자에 의한 도장작업이 빚어낸 것으로 감시 감독을 소홀히 한 아파트 관리책임자의 과실도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한국저수조협회도 이와 관련해 많은 아파트에서 관리비 절감을 이유로 저가에 용역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숙련된 청소인력과 장비 등이 갖춰져 있지 않은 영세업자가 청소 및 도장 작업을 실시, 이같은 산업재해나 시설물 파손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수조협회 김진엽 회장은 “저수조 청소 주기가 연 2회에 국한되고 연간 작업일수가 1백80여일에 불과함에 따라 90%에 달하는 영세청소업자들이 건강상태도 확인되지 않은 무자격 일용직 근로자를 고용해 작업복 및 소독장비, 환기구, 작업등, 누전차단기 등 기본적인 장비도 없이 청소·소독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단수 시간을 줄여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해 물빼기 작업을 무리하게 하거나 부실한 약품 사용으로 제대로 청소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이로 인한 피해는 모두 입주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저수조 관리의 또 다른 문제점은 물탱크 도장공사 후 충분한 경화 시간을 둔 뒤 급수를 재개해야 함에도 이를 지키지 못해 입주민에게 피해를 입히는 경우가 발생되는 것이다.
지난 2001년 물탱크 도장공사 후 도장이 마르기 전에 수돗물을 공급받아 설사와 구토 등의 피해를 입었다며 수원시 D아파트 입주민들이 위탁관리업체와 도장공사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부적합한 식수를 공급한 이들 업체는 입주민들에게 1천50만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한국저수조협회 관계자는 “도장 후 충분히 건조되지 않은 상태에서 담수할 경우 물 속에 녹아 있는 염소 화합물과 도장재가 반응해 ‘페놀’이나 ‘스텔렌 모노머’ 등 인체에 유해한 물질을 생성할 수 있다.”며 “희석제가 섞인 도장재의 경우 한국화학검사소의 용출 시험에 합격된 제품을 사용하고 경화 후 맑은 물로 헹궈 낸 뒤 급수를 재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부 아파트에서는 물탱크 청소후 카메라의 날짜를 고쳐 여러 번 청소한 것처럼 거짓으로 신고하는 등의 폐해도 나타나고 있는데도 현행 청소·소독 결과보고 방식,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이를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개선 방향

최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막대한 사업비를 들여 최적 원수를 취수하고 노후된 상수도 설비를 개량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수질저하의 원인이 되는 간접급수 방식(물탱크를 거쳐 공급)을 직결급수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2차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중이다.
아파트의 저수조는 수도법 시행령 제24조 및 수도시설의 청소 및 위생관리 등에 관한 규칙 제6조에 의해 6개월에 1회 이상 청소를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하고 그 위생상태를 별도의 기준에 따라 매월 1회 이상 점검해야 하지만, 사유재산에 속해 저수조 등으로부터 발생하는 2차 오염이 수돗물 불신의 원인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적극적인 관리 감독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아파트 관리소장은 시설물 관리책임자로서 입주민들에게 보다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정기적인 청소·소독뿐만 아니라 상수도사업본부에 의뢰해 수질검사를 실시하는 등 관리를 강화하고 특히 수온 상승으로 물탱크 내의 세균이 증식하기 쉬운 여름철에는 물탱크의 수위를 낮춰 2차 오염 방지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전에 저수조의 재질, 최초 설치연도, 침전물의 퇴적 정도를 비롯해 저수조의 유입수, 수조 내부, 유출수 등을 파악한 뒤 이에 따른 청소방법을 사전에 숙지하고 저수조의 재질과 버팀대 등의 노후화도 적기에 보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후된 저수조 청소시 부식된 버팀대가 파손되거나 오랜 시간 동안 저수조 내부가 손상돼 바닥이 함몰되어 청소 후 잔수의 배출이 어려운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고려대학교 환경공학과 최승일 교수는 “지하저수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콘크리트 저수조의 경우에는 지하 벽면이나 건축구조물과 일체로 성형된 것들이 있어 일상적인 유지관리와 점검이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누수로 인한 누출이나 방수 미흡으로 인한 지하수 유입 등을 막기 위해 점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도장시 수성에폭시 처리를 한 벽면은 시간이 지나면서 부풀어오르거나 벗겨져 탁도를 증가시키는 경우가 있으므로 유성에폭시로 처리할 것”을 강조했다.
또 저수조 재질에 따라 ▲스테인리스 스틸(SUS) 저수조의 경우 벽면 수압을 이기기 위해 설치된 보강부재 앵글 및 평철에 녹이 발생하기 쉬우므로 유지관리를 강화할 것 ▲가장 많이 설치되는 FRP 저수조의 경우도 수압을 이기기 위해 설치된 연결선 강판 부식을 평소에 점검해 보수할 것 등을 지적했다.
이와 함께 청소·소독 및 도장(보수)업체 선정시 장비 및 인력 보유 현황, 근로자의 정기위생검진 여부, 영업활동 내용 등을 확인한 뒤 계약을 체결하는 한편 청소시 및 청소 후 감시,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바른 저수조 위생관리를 위해서는 제도적인 뒷받침도 필수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사)한국저수조협회는 현행법상 청소감독원 1인, 종사자 3인, 16㎡의 창고만 있으면 청소업이 가능한 청소업 신고기준에 인력기준을 강화(건강진단 및 각종 세금·보험 납부 내용이 일치되는 종사자를 고용, 3개월에 1회 이상 건강진단 실시)하고 시설 및 장비기준을 신설(사무실, 운반차량, 살균소독 분무기)하는 등의 관련 법의 개정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1회에 국한된 저수조 관리자 및 종사자의 교육을 기술의 발달과 법령의 변화 추이에 맞춰 보수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공동주택은 자체청소 금지 ▲전담관리인을 지정해 관리 감독에 전문성과 책임 규정 ▲저수조 청소·소독 결과보고 방식을 필증으로 일원화 ▲청소감독원 자격증의 제도화 등을 개선 방안으로 내놓고 있다.
이밖에 학계에서도 저수조의 설계·건설·설치·관리·청소에 관한 법률을 종합해 저수조의 정기적 점검 및 확인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지하저수조와 옥상수조뿐만 아니라 수질 저하의 또 다른 원인이 되는 옥내급수관의 구조·재질·설치·청소·유지관리 등에 관한 종합적인 조례를 제정해 시행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이현주 기자> yirum@ap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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