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법 판결

회장 직무대행자에 돌려줘야
돌려주지 않은 전 대표회장
업무방해혐의에 무죄 선고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전 입주자대표회장이 관리소장에게 인감도장을 돌려주지 않아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인감도장 반환요구 권리는 관리소장이 아닌 회장 직무대행자에게 있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방선옥 부장판사)는 최근 관리소장에게 입주자대표회장 인감도장을 돌려주지 않아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제주시 A아파트 전 대표회장 B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인정,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B씨의 공소사실은 ‘아파트 관리주체 소속 직원은 동대표가 될 수 없음에도 동대표가 돼 대표회장으로 선출된 다음 2019년 3월부터 회장직을 수행하다가 그해 5월 제주시장으로부터 무자격으로 인한 퇴임명령 통지를 받았음에도 이 사실을 알지 못하는 관리사무소 경리직원으로부터 회장 인감을 교부받은 후 관리소장으로부터 관리사무소 예산 집행 업무 처리를 위한 인감 반환을 요구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함으로써 직원 급여 지출, 상하수도 사용료 납부 등 예산 집행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반면 B씨는 “제주시장의 퇴임명령이 있다고 해 회장에서 당연 퇴임되는 것은 아니고 제주시장에게 이의를 제기하는 중이었으므로 회장 인감을 정당하게 소지할 권한이 있었고, 새 회장에게 인감을 인계했으므로 관리사무소 업무를 방해한 사실이 없다”고 변론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제주시장의 퇴임명령 사전통지에 불복하면서 회장 인감도장을 가져간 다음 관리소장의 반환 요구를 거절하면서 관리와 관련한 결재 서류를 가져오면 날인해 주겠다고 제의했고 소장은 피고인으로부터 인감도장을 반환받기 전까지는 관리 지출 등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피고인의 제의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특히 “회장이 관리사무소 내에 회장 인감도장을 보관하는 관행은 관리소장에게 아파트 관리업무 처리상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므로 제주시장의 퇴임명령이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관리규약에 정해진 회장 직무대행자가 피고인을 대신해 회장 직무를 수행했어야 한다”며 “직무대행자에게 회장 인감도장의 반환을 요구할 권리가 있었을 뿐 관리소장에게 그 반환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표회의는 관리업체에게 관리업무를 위탁했으므로 직원들은 회사 소속이라 할 것이어서 직원들에 대한 급여의 법률상 지급의무는 회사에 있다”며 “설령 관리소장이 회장 결재를 받아 관리비 입금계좌에서 금원을 인출해 소속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해 온 관행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원칙적으로는 관리비로 입금된 금원 중에서 관리용역의 대가에 해당하는 금원을 회사로 송금한 다음 회사가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B씨가 새 회장이 선출되자 회장 인감도장을 새 회장에게 교부했던 점에 비춰 재판부는 “피고인이 회장 인감도장 반환을 요구할 권리가 없는 관리소장의 반환 요구를 거부했다고 해 이를 위법한 행위라고 할 수 없다”면서 “피고인의 행위가 위법함을 전제로 하는 업무방해 범행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더해 2심 재판부는 “관리소장에게는 회장 인감도장을 소지하거나 날인할 수 있는 권한이 없을뿐더러 업무에도 포함되지 않으므로 설령 피고인이 관리소장에게 인감도장을 반환했다고 하더라도 관리소장은 이를 날인할 수 없다”며 “피고인은 제주시장의 퇴임 명령을 다투는 입장이었으므로 아파트로서는 관리규약 등에 따른 업무대행자를 정하든지 관할법원에 피고인을 상대로 회장 지위확인 및 업무대행자 선임을 구하는 가처분 등을 신청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면서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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