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법 손배청구기각 “사회적 가치·평가 침해 가능성 구체적 적시해야”

“표현 내용 입증 가능해야…
허위사실 명예훼손 상정 안돼”

[아파트관리신문=조미정 기자] 인천지방법원 제14민사부(재판장 김지후 부장판사)는 최근 인천 미추홀구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감사직을 수행했던 회장 후보자 B씨가 선거관리위원회의 위원장 및 위원들이 허위사실이 포함된 공고문을 세 차례 게시해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제기한 42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B씨는 A아파트 제4기 감사직을 수행했던 사람으로서 2020년 3월경 입주자대표회의 제5기 임원선거에서 회장 후보자로 등록한 상태였다.

A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는 2020년 3월 20일에 위 아파트 관리규약 제37조 제4항에 의거해 3월 25일에 제5기 선거관리위원회 5차 회의를 개최하기로 공고했다.

한편, 미추홀구청은 같은 해 3월 24일 A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 및 관리주체에게 “코로나19 감염 확산 염려로 인한 선거방법의 변경을 요청하는 민원이 다수 접수됐다”는 사실을 통보하고 “공동주택 내 다수 인원이 참여하는 선거방법에 대해서는 신중히 검토하며, 다만 선거가 시급한 경우에는 선거 장소의 위생 안전 확보를 위해 예방조치를 시행하라”는 취지의 권고사항을 알리는 공문을 발송했다.

A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는 예정대로 3월 25일에 5차 회의를 개최했고, 임원선거를 현장투표로 실시하되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방역을 철저히 준비해 시행하기로 의결했다.

한편, A아파트 제4기 입주자대표회의는 3월 27일에 선거관리위원회가 임원선거를 현장투표 방법으로 실시하기로 의결한 것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시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선거관리위원회는 같은 날 “선관위에서 회의를 거쳐 공고한 부분이므로, 이는 선관위 고유의 업무를 방해하는 것입니다. (중략) 지금 선관위에서는 B씨의 발언에 대해 논의 중에 있습니다. 지난 3월 25일 선관위 회의에 참석 요청도 없었는데 참석해 돈을 걷어서 줄테니 전자투표를 하라고 발언을 했는데, 이는 후보자 당사자로서 발언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돼 선관위에서 논의 중에 있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내용의 공고문을 게시했다.

B씨는 대리인을 통해 2020년 4월 8일 A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에게 ‘명예훼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및 정정공고문 게시 요청’ 이라는 제목의 내용증명을 발송했고, 선거관리위원회는 4월 9일 긴급 임시회의를 개최한 후 “A아파트 관리규약 제37조 제6항에 의거해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해 선택하기로 했다”면서 “첫째, B후보와 같이 동등한 법적수준에 맞는 법률사무소를 통한 고소장을 작성한다. 둘째, 현 5기 선거관리위원들이 B후보를 관리소장의 중개로 대면해 의사소통해 서로 간의 합의점을 찾아보기로 한다”는 내용의 공고문을 게시했다.

반면, A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는 2020년 4월 23일 제5기 선거관리위원회 6차 회의 결과를 공고하며, 같은 날 선거관리위원 1명의 사퇴서를 함께 공고했다.

공고문은 “(중략) 동대표 회장 후보자가 선관위 6명을 상대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며 내용증명을 보내왔습니다. 저는 가정과 직장에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일상생활이 되지 않아서 더이상 위원직을 계속할 수 없어 사퇴하고자 합니다”는 내용이었다.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후보 B씨 측은 “선거관리위원회가 총 세 차례 공고문을 게시하는 방법으로 B씨의 명예를 훼손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고, 이로 인해 정신상 고통을 겪게 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민법상 불법행위가 되는 명예훼손이란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의 객관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행위를 말한다”면서 “명예훼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는 구체적 사실을 적시해야 하며, 명예훼손죄에서 사실의 적시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 내지 진술로서, 그 표현내용이 증거에 의한 입증이 가능한 것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 성립되기 위해선 ▲적시된 사실이 특정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으로서 허위여야 하며 ▲적시된 사실의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부에 있어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허위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원고 B씨에게 있음을 부연했다.

더불어 ▲적시된 사실은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띠어야 하고 ▲허위 사실을 적시했더라도 그 허위의 사실이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면 특정인에 대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법리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먼저 이 사건 제1공고문 중 ‘참석 요청도 없었는데 참석해’, ‘돈을 걷어서 줄테니 전자투표를 하라고 발언했는데’ 등의 표현에 대해 “원고 B씨의 주장 자체로 보더라도 A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가 B씨에게 제5기 선거관리위원회 5차 회의에 참석하도록 요청한 사실은 없음에도 후보자 기호 추첨 등의 안건과 관련해 스스로 참석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참관인의 자격으로 위 회의에 참석했다는 것이고, 나아가 전자투표에 필요한 비용을 공동주택 입주민들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모금하는 경우에는 직접투표가 아니라 전자투표의 방법으로 임원선거를 실시할 수도 있는지 여부를 질의한 것은 사실인바, 그 적시된 사실의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것으로 보이므로,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또한 ‘회장 권한대행은 거부한 걸로 알고 있는데 권한대행의 지시도 무시하고 공고를 붙인다는 것은 위법이라고 생각합니다’라는 부분에 대해서도 “그 표현의 내용과 취지, 표현 목적 등 제반사정을 고려할 때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나 진술이라기보다는 입주자대표회의의 입장표명이 절차적으로 적법했는지 여부에 대한 선거관리위원회 측의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나타내는 의견표명을 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사정만으로 위 표현 자체가 원고 B씨를 포함해 입주자대표회의의 임원인 개인들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침해한다거나 혹은 입주자대표회의의 단체로서 업무수행을 방해할 만한 내용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 이를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두 번째 공고문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원고 B씨의 대리인이 A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에게 발송한 내용증명에 위자료 명목의 손해배상금 지급을 요청하는 한편,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민·형사상 조치를 할 수 밖에 없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회장후보 B씨의 명예훼손 고소 건’이라는 부분은 원고 B씨가 이미 형사상 고소를 했다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설령 이미 형사상 고소를 했다는 내용으로 이해하더라도 범죄행위의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처벌 등을 위해 수사기관에 고소했다는 사실 자체가 그 고소한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할 수도 없으므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세 번째 공고문 역시 “기재 내용 중 해촉 통지를 받은 선거관리위원회 위원과 사퇴서를 작성, 제출한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이 서로 동일사람이라거나 혹은 피고 및 선정자들이 사퇴를 종용하고도 이를 감춘 채 마치 원고 B씨가 발송한 내용증명 탓에 사퇴하는 것처럼 적시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제3공고문을 게시한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재판부는 “원고 B씨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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