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아파트 경로회가 입주자대표회의와 독립된 단체임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공용시설인 경로당을 사용할 권한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5민사부(재판장 이관용 부장판사)는 서울 강남구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이 아파트 경로회와 경로회장 B씨에 대해 “경로회에 지원했던 660만4940원을 대표회의에 반환하고, A아파트 경로당에서 퇴거하라”며 제기한 회장 지위 부존재 확인 등 청구를 기각했다. 이 판결은 A아파트 대표회의의 항소 제기 없이 최근 확정됐다.

재판부에 따르면 A아파트 경로회는 2017년 11월경 경로당 개관식을 개최해 그 무렵부터 경로당을 이용해 오고 있으며, 대표회의는 2017년 11월경부터 2019년 4월경까지 경로회에 운영비 등으로 합계 660만4940원을 지원했다.

대표회의는 “경로회가 경로당의 광열비에 대해 구청의 지원이 없거나 부족할 경우 보충적으로 대표회의로부터 지원받기로 약속했음에도 경로회의 대표인 B씨는 대표회의를 기망하고 지원금을 받았으므로 이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원금 반환 청구 이유를 밝혔다.

이에 “선택적으로 ▲B씨는 민법 제750조에 기해, 경로회는 민법 제35조가 유추 적용되는바, B씨와 경로회는 연대해 대표회의에 손해배상금으로 지원금 상당액 및 그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대표회의는 민법 제110조에 기해 이 사건 2020년 7월 3일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를 통해 이 사건 지원금에 대한 지원의사를 취소했으므로, 경로회는 부당이득의 반환으로서 대표회의에 이 사건 지원금 및 그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먼저 “피고 B씨가 2017년 10월 10일경 아파트 관리소장과 사이에 경로당의 ‘광열비’는 구청에서 지급되는 광열비 지원으로 충당하고 초과분에 대해 대표회의가 이를 지원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가 있었던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며 “구청 외에 다른 단체 등으로부터 받은 지원금을 ‘경로당 광열비’에 우선 사용한다는 취지의 합의 사실을 인정할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서 “피고 경로회가 관할구청인 강남구청으로부터 경로당의 광열비에 대해 별도 직접적인 지원금을 받은 사실을 인정할 증거는 없고, 오히려 강남구청에서 제공되는 경로당 운영보조금에 A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경로당’의 경우 냉·난방비는 제외되는 사실이 분명하게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2017년 9월경부터 2019년 4월경까지 강남구청에서 A아파트 경로당에 지급된 지원금 내역은 운영비, 주·부식비, 케이블TV수신료, 모범경로당 지원금 및 그 외 냉장고 등 물품을 지원받은 내역이 확인될 뿐이며, 위 구청에서 지급받은 지원금으로 경로당의 광열비가 모두 충당됐음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재판부는 “원고 스스로 피고 경로회가 ‘광열비에 대한 구청 지원금이 없다’며 그 지원을 요청한 시기는 2018년 1월 29일경이라고 하면서도 원고의 이 사건 지원금 교부는 그보다 이전인 2017년 11월경부터 이뤄져왔고, 여기에 경로당에 대한 구청의 지원 내역은 이미 공개돼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원고가 지원금 교부 이전에 경로당에 관한 지원 내역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시도나 노력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의 지원금 교부와 광열비 보충적 지급에 관한 합의사항 사이에 실질적인 인과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심히 의문이 든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 경로회가 구청으로부터 광열비를 별도 지급받았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부분 각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일축했다.

대표회의는 이 사건 청구에서 “경로회는 대표회의와 독립된 단체로 주장하면서 경로당에 관한 대표회의의 관리감독을 거부하고 있으므로 이는 경로회에 의해 경로당의 점유를 침탈당한 것이고, 이에 원상회복으로서 경로회와 B씨는 경로당에서 퇴거할 의무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B씨와 경로회는 “경로당은 아파트 단지 내 노인들을 위한 시설에 해당하는 바, 본인과 노인회는 정당한 사용권한이 있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원고가 대표회의로서 아파트 내 공용시설에 대한 관리권한이 있는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그러나 마찬가지로 관리규약 제5조 제2항 제2호에 의하면 경로당은 아파트의 기타 공용부분으로서 전체 입주자 등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시설에 해당하고, B씨를 비롯한 경로회의 구성원들이 A아파트 입주민에 해당하므로, 이에 따르면 피고들이 아파트 입주민으로서 공용시설인 경로당을 사용할 권한이 있음을 지적하는 피고들의 주장은 이유 있다”며 B씨와 경로회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고 경로회가 원고와 독립된 단체임을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피고들의 경로당에 대한 사용권한 내지는 점유권한이 소멸된다고 볼 수 없고, 그 밖에 이 사건에서 피고들의 경로당에 대한 사용권 등이 영구 박탈됐다고 볼 만한 사정에 관한 구체적인 주장이나 증거가 제출된 바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재판부는 “원고의 주장 및 그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들이 이 사건 경로당을 강탈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는 바, 이 부분 원고의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며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각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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