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판결

[아파트관리신문=조미정 기자]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이 소속돼 있던 관리회사와 아파트 간의 관리계약이 해지돼 구조조정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관리회사와 아파트 간의 관리계약이 유지됐고, 관리사무소 직원은 지방노동위원회를 통해 부당해고를 인정받았다. 이에 대해 관리회사 측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 신청을 했으나 기각 판정됐고, 법원도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이상훈 부장판사)는 최근 아파트 관리회사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판결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해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아파트 관리업체 A사는 1998년 9월 20일부터 강원 원주시에 위치한 이 사건 아파트(이하 ‘B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아파트 위·수탁 관리계약을 맺었으며, 관리 직원 C씨는 2007년 10월 24일부터 A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B아파트에서 근무했다.

B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2019년 12월 31일 임시회의를 개최해 A사와 관리계약을 해지하는 안건을 찬성 의결하고, 같은 날 A사에 위 의결에 따라 2020년 1월 31일자로 이 사건 관리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A사는 2020년 1월 6일 B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위 해지통보에 대해 ‘해지 사유가 없으므로 해지를 강행할 경우 위약금을 청구할 것이며, 이 사건 관리계약 기간 만료까지 정상 이행을 요청한다’고 회신했다.

B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2020년 1월 14일 정기회의를 개최해 원주시에 직권감사를 요청하고 그 결과에 따라 A사와의 관리계약의 해지여부를 결정하기로 의결했는데, 이후 원주시가 직권감사를 실시하지는 않았다.

한편, B아파트 관리사무소장 D씨는 2020년 1월 16일 C씨를 비롯해 B아파트에 근무하는 A사 직원들에게 ‘아파트 인원 구조조정으로 인해 관리사무소장을 비롯한 관리실 직원 5명, 경비원 1명을 권고사직처리 합니다’라는 확인서를 제시하며 “관리계약이 해지될 것이니 사직서를 제출하라”는 취지로 말했고, C씨를 포함한 관리실 직원들은 관리소장 D씨에게 사직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C씨는 ‘상기 본인은 1월 31일을 끝으로 아파트 구조조정으로 인해 권고사직하게 됐습니다. 이에 사직서를 제출하오니 재가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기재된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C씨는 2020년 4월 22일 강원지방노동위원회에 2020년 1월 31일자 권고사직이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며, A사와 B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고, 강원지방노동위원회는 2020년 6월 17일 위 구제신청 중 ▲B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한 부분은 입주자대표회의가 참가인의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아 사용자 적격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하고 ▲A사에 대한 부분은 C씨의 사직서는 A사에 의해 유발된 착오로 인해 제출된 것이어서 효력이 없는데, A사가 무효인 사직서를 근거로 근로계약관계를 종료한 것은 해고에 해당하며 위 해고는 정당한 사유가 없고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아 부당해고라는 이유로 C씨의 구제신청을 인용했다.

A사는 이에 불복해 2020년 7월 22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0년 10월 8일 강원지방노동위원회의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로 A사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했다.

A사는 “C씨가 명절휴가비 감액 등을 이유로 B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다투던 중 먼저 퇴사 의사를 밝히면서 실업급여 수령을 위해 권고사직으로 처리해 줄 것으로 요구했다”면서 “A사가 이를 받아들여 B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구조조정에 따라 C씨가 권고사직한 형식을 취했을 뿐 A사가 C씨를 해고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며 재심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C씨가 제출한 사직서는 원고 A사와 B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간의 관리계약이 해지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그와 같은 내용이 위 사직서에 기재돼 상대방인 원고 A사에 표시됨으로써 그 내용으로 됐다고 봄이 상당하고 C씨는 이 사건 사직서 작성 및 제출의 전제와 달리 이 사건 관리계약이 유지되고 있는 이상 위 사직서에 담긴 사직의 의사표시를 착오로 취소할 수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면서 “원고 A사와 참가인 C씨 사이의 근로계약 관계 종료는 정당한 사유가 없고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C씨가 사직서를 2020년 1월 16일에 작성해 제출했고, ‘아파트 구조조정으로 인해 권고사직하게 됐다’고 기재돼 있는 점을 짚어 “사직서에 기재된 ‘아파트 구조조정’은 ‘이 사건 관리계약의 해지로 인해 원고 A사의 직원들이 더이상 이 사건 아파트 관리실에서 일할 수 없는 상황’을 가리킨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C씨의 사직 의사표시는 관리계약 해지됨을 전제로 한 것인데 관리소장 D씨가 여전히 B아파트에 근무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A사의 “명절 상여금 감액에 불만을 품고 스스로 그만두면서 형식적으로 권고사직의 외관을 갖췄을 뿐”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분명한 증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고 이를 수리하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해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 경우,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 제출하게 했다면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해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한 동기의 착오가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 부분의 착오에 해당함을 이유로 표의자가 법률행위를 취소하려면 그 동기를 당해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을 것을 상대방에게 표시하고 의사표시의 해석상 법률행위의 내용으로 돼 있다고 인정되면 충분하고 당사자들 사이에 별도로 그 동기를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기로 하는 합의까지 이뤄질 필요는 없지만, 그 법률행위의 내용의 착오는 보통 일반인이 표의자의 입장에 섰더라면 그와 같은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으리라고 여겨질 정도로 그 착오가 중요한 부분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는 관련 법리를 근거로 “이 사건 사직서는 착오에 기한 것으로서 취소됐으므로 2020년 1월 31일자 권고사직은 부당해고에 해당하고, 이 사건 재심판정은 이와 결론을 같이해 적법하다”면서 “원고 A사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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