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위탁관리업체가 아파트와 체결한 위탁관리계약이 도급계약이라며 퇴직금 적립금 등을 포함한 도급비를 청구했으나 법원은 도급계약이 아닌 위임계약으로 봐 업체가 미지급 퇴직충당금 등을 아파트에 정산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판사 소병석)은 최근 공동주택 관리업체 A사가 세종시 B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용역비 청구소송(본소)과 B대표회의가 A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반소)에서 “A사는 대표회의에게 3207만여원을 지급하고 A사의 본소청구 및 대표회의의 나머지 반소청구를 각 기각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C사와 D사는 B아파트를 신축·분양한 후 2019년 9월 A사와 ‘위탁관리용역 도급계약 일반조건’이 포함된 위탁관리용역계약을 체결했다. 2020년 2월 구성된 B아파트 대표회의는 계약상의 지위를 승계해 그해 3월분까지 A사에게 도급비를 지급했다. 대표회의는 새 관리주체를 선정하고 A사에게 2020년 4월 계약 종료 통지를 했다.

A사는 당시 관리소장이 보관하던 관리비통장을 교부받지 못하자 은행에 관리비통장 사고신고를 접수해 통장을 재발급 받았고 예치돼 있던 관리비 중에서 연차수당 및 퇴직금 충당금 8870만여원을 인출했다.

대표회의는 A사에게 인출된 충당금의 반환을 요구했으나 A사는 이를 거부했다.

이후 A사는 대표회의와 사이에 체결한 위탁관리용역계약은 도급비 지급과 관련해 정산이 요구되지 않는 ‘확정적 총액계약’이라며 아파트 관리비통장에 적립된 연차수당 적립금, 퇴직금 적립금 등을 포함해 2020년 4월분 도급비로 6443만여원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 사건 계약은 민법상 위임계약으로서 도급비 즉 위임보수 산정을 위해 정산이 필요한 계약으로 해석된다”면서 A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이 사건 계약은 A사에게 아파트 관리업무를 위탁하는 것으로 A사가 공동주택관리법 등 관계법령의 각 규정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아파트를 관리하도록 약정하고 있고 관리사무소의 인력 배치와 인력의 증감, 관리비의 부과와 징수 등은 위탁자의 승인을 받아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동주택관리법은 주택관리업자의 지위에 관해 공동주택관리법에 규정이 있는 것 외에는 민법 중 위임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이 사건 계약은 일의 완성 및 그 일의 결과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기로 하는 도급계약이 아니라 사무의 처리를 위탁하는 위임계약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민법에 따르면 위임계약에서 수임인은 위임인에 대해 위임사무의 처리에 필요한 비용의 선급을 청구할 수 있고 선급비용이 남았을 때는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위임인에게 이를 반환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재판부는 “A사는 관리소장의 요구에 따라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지급해야 할 연차수당, 퇴직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입주민들로부터 징수한 관리비 중 일부를 매월 관리비통장에 충당금으로 적립해왔으나, 직원들에게 그 요건의 미비로 연차수당, 퇴직금을 아직 한 번도 지급하지 않았고 적립된 연차수당, 퇴직금 충당금을 A사에게 귀속시키기로 하는 합의는 없었다”며 “A사가 대표회의에게 연차수당, 퇴직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적립한 충당금은 2020년 4월분에 해당하는 돈을 포함해 A사에게 귀속될 성질의 것이 아니고 A사가 이를 청구할 권원 역시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A사가 대표회의에게 지급을 구할 수 있는 2020년 4월분 도급비는 연차수당, 퇴직금 충당금을 제외한 5663만여원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A사가 적립한 연차수당, 퇴직금 충당금은 A사에게 귀속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 대표회의에게 반환해야 함에도 대표회의 승인 없이 충당금을 인출한 후 반환을 거부하고 있어, A사는 대표회의에게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면서 A사는 대표회의에게 손해배상금 3207만여원(손해배상채권 8870만여원·도급비 채권 5663만 여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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