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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전지작업 대가 일부 돌려 받은 회장 ‘업무상배임’ 무죄···‘부정 재물 취득’ 기소라면 달라졌을까대구지법 판결
승인 2021.09.14 08:15|(1356호)
서지영 기자 sjy27@aptn.co.kr

장충금 미집행금액 인한
잡수입 장충금 미적립 혐의
법원, “해당 안 돼”

대구지방법원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아파트 화단 전지작업에 대한 대가 지급 후 일부 금액을 대표회의 회식 명목으로 돌려받은 입주자대표회장이 잡수입의 장기수선충당금 미적립에 따른 죄가 있다며 기소됐으나 법원은 무죄 판결을 내렸다.

대구지방법원 제4형사부(재판장 이영화 부장판사)는 최근 업무상배임 혐의로 기소된 경북 김천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B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인정,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 사건 공소사실에 따르면 공동주택관리법 및 같은 법 시행령, 또 A아파트 관리규약에 따르면 입주자대표회장은 아파트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용한 다음 미집행금액으로 인해 잡수입이 생길 경우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는데, B씨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혐의를 받았다.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2018년 3월 27일 장기수선충당금 200만원을 사용해 외부 인력을 통한 화단 전지작업을 하기로 의결했고, 이에 따라 C씨는 5일간, D씨는 4일간 일당 20만원을 받기로 하고 전지작업을 했다.

이에 C씨에게는 100만원, D씨에게는 80만원만 지급한 다음 나머지 20만원을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했음에도 B씨는 C씨에게 100만원을 지급한 것 외에 나머지 100만원에 관해 C씨에게 “E씨 명의 농협 계좌로 100만원을 지급할테니 E씨에게 100만원을 받아 80만원을 D씨에게 주고, 나에게 20만원을 달라”고 말해 20만원을 돌려받았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검사는 “피고인 B씨는 입주자대표회장으로서 업무상 임무를 위배해 20만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인 입주자들에게 같은 액수에 해당하는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대표회의가 전지작업 완성에 대한 대가로 200만원을 지급하기로 의결해 이를 집행한 것이므로, 피고인이 돌려받은 20만원은 입주자대표회의나 입주자들에게 귀속돼야 하는 돈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입주자들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거나,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에 관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검사는 이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하며 “위 20만원은 아파트 장기수선충당금 집행금액 중 미집행금액이 생긴 것, 즉 집행금액과 지출금액의 차이로 인해 잡수입이 생긴 경우에 해당하고, 공동주택관리법의 취지 및 장기수선충당금의 성격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위 미집행금액을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적립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 “피고인은 이와 같은 임무에 반해 위 20만원을 취득해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며,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A아파트 관리규약에 따르면 입주자가 적립에 기여한 사항은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적립하는데, ▲중계기 설치에서 발생한 잡수입 ▲공동주택 어린이집 운영에 따른 임대료 등 잡수입 ▲그 밖에 입주자가 적립에 기여한 잡수입이 이에 해당한다.

한편 이 사건 아파트 화단 나무 전지작업은 평소 관리사무소에서 해오던 것이었으나 이 사건 무렵 작업 과정에서 관리소장 등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에 외부에 맡기기로 결정된 것이었으며, 대표회의는 작업에 대해 지급할 비용을 당시 관리소장에게 일의 양과 난이도 등을 고려한 금액을 물어 “200만원은 줘야 할 것 같다”는 말을 듣고 200만원의 지출 결의를 한 것이었다.

대표회장 B씨는 전지작업을 할 사람으로 C씨를 소개했는데, C씨는 첫날 반나절 가량 일을 하다 관리소장에게 “한 명 더 데리고 오겠다”고 했고, 관리소장은 “한 사람이 하든 두 사람이 하든 일만 마쳐달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 사건 전지작업 관련일지에는 2018년 3월 26일부터 같은 달 30일까지에 걸쳐 4일은 2명이, 나머지 하루는 C씨 1명만 일한 것으로 기록돼 있으나 이는 외부 감사를 위해 관리과장이 사후에 작성한 것이고, 실제로는 C씨 혼자 와서 하거나 주간에는 C씨와 D씨가 따로 하는 농사일을 위해 오지 않고 밤에 와서 작업하거나 편의상 평일이 아닌 주말에 나와 일을 하기도 했고, 총 기간은 8일 내지 10일간에 걸쳐 이뤄졌다.

관리사무소에 대표회의 측에서는 화단 전지작업이 완료됐는지만을 검토하고 200만원을 입금해줬을 뿐, 전지작업 진행과정 및 내용에 대해서는 감독하지 않았다.

위와 같은 작업이 끝난 후 관리사무소 측은 C씨에게 200만원을 송금하려다가 회장 B씨의 제안으로 C씨와 E씨에게 각 100만원씩을 송금했다.

B씨는 C씨에게 “일을 소개해 준 대표회의 임원들과 회식이라도 해야 하므로 보내주는 돈 중 20만원을 지급해달라”고 말해 20만원을 돌려받았다.

이미 집행된 돈…
‘미집행금액’ 아니다

2심 재판부는 “아파트 관리규약 등에 따르면 장기수선충당금 집행금액과 지출금액에 차이가 있는 경우, 해당 부분 미집행금액은 ‘그 밖에 입주자가 적립에 기여한 잡수입’으로 보아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적립할 의무가 있다고 볼 여지는 있다”면서도 위 20만원에 대해서는 해당이 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전지작업에 대한 대가로 결의된 200만원은 작업자의 수나 작업일수와 무관하게 작업 전체에 대한 대가로 결정된 금액이며, 관리사무소에서 C씨 및 E씨에게 각 100만원씩 송금해줌으로써 전액 집행됐고, 피고인이 C씨에게 작업 일수 등의 이유를 대며 일부 금원을 돌려받았다 하더라도 이것이 미집행금액 즉, ‘그 밖에 입주자가 적립에 기여한 잡수입’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에 “피고인이 C씨로부터 위 20만원을 받은 행위는 업무상배임죄에 있어 임무를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해당하지 않으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며, 원심에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고 항소 기각 이유를 전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법무법인 로고스 권형필 변호사는 “형사 범죄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죄의 성립요건이 갖춰져야 비로소 처벌할 수 있는 바, 배임죄의 성립요건 중 하나는 ‘임무에 위배’한 것인데 이 사건에서 지적된 임무는 미집행된 금원을 잡수입으로 적립하는 것”이라며 “법원은 이미 집행이 완료된 금원이기 때문에 미집행된 금원이 아니고, 이와 같은 이유로 적립의 의무가 있는 잡수입이 아니라고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권 변호사는 “형법상 배임죄가 아닌 공동주택관리법상 제98조 제3호, 제90조 제2항의 ‘부정하게 재물을 취득한 자’로 공소를 제기했다면 처벌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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