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천안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관리분야 영향]

세차차량 폭발로 차 600여대 불 타
인근 아파트들 “신규·연장계약 중단” 당부
세차업계 “세차방식 다양…오해 말아달라”

출장세차 폭발로 불 탄 A아파트 지하주차장 <사진제공=천안서북소방서>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최근 세차장에 가지 않아도 아파트 등 거주지에서 월 4회 10만원 내외 가격으로 세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출장세차의 이용이 늘고 있다. 출장세차를 이용하는 아파트 입주민이 많아지면서 일부 아파트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 의결로 출장세차 단체계약을 체결하기도 한다. 그런데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영업을 하던 출장세차 차량에서 불이 나 입주민 차량 600여대를 태운 사건이 발생하자 아파트 내 출장세차 차량 출입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 충남 천안시 불당동 A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출장스팀세차 차량이 폭발해 화재가 발생, 불은 3시간이 지나서야 진압됐다. 이 사고로 차량 666대가 불에 타는 등 손해보험업계 추산 100억원이 넘는 재산피해를 입었으며 차량 소유주 B씨가 중상을 입고 연기를 흡입한 입주민 14명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소방당국은 스팀세차를 위해 차에 실려 있던 LP가스통에서 가스가 누출된 상태에서 B씨가 라이터를 켜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경찰은 B씨가 중상을 입어 조사를 하지 못해 구체적인 원인을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천안시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출장세차 출입금지 공고문이 게시돼 있다. <천안=고경희 기자>

이번 사고로 출장스팀세차업자뿐만 아니라 모든 출장세차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사고 아파트 인근은 물론 전국 아파트에서 출장세차 출입을 금지한 것이다. A아파트 관리 관계자도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에 의해 결론이 나겠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출장세차 차량의 출입을 금지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근의 B아파트는 A아파트 사고원인 조사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 세대에서 출장세차 신규계약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으며, 기존 출장세차 계약자의 경우 중도해지를 권고했다. 만약 중도해지를 할 수 없는 경우 해당 업체로부터 화재배상보험 가입서류 제출을 받고 계약 연장을 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했다.

B아파트 관리소장은 “우리 단지는 출장세차 이용자가 많지 않아 입주민들이 개별적으로 계약을 맺고 있는데 입주민들에게 세차차량 출입 시 경비실에서 명부를 작성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잘 이뤄지진 않는 것 같다”며 “출장세차 출입을 아예 금지할 경우 몰래 출입하는 사례가 우려돼 향후 명부를 작성하고 안전관리자가 지켜보도록 하는 것이 적합할 것”이라고 전했다.

천안시 내에서 고압세척 출장세차를 하고 있는 한 업자는 “모든 세차가 스팀세차로 인식돼 피해가 크다. 계약을 맺은 아파트 단지와 최대한 조율하고 출입이 어렵게 되면 실외주차 세차 등의 방법으로 차량관리를 하겠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고객들에게 발송했다.

출장세차는 주로 고압수를 이용하는 고압세척 방식, 물 대신 약품을 사용하는 워터리스 방식(심한 오염의 경우 고압세척 후 약품 사용)과 고온의 스팀을 분사하는 스팀방식으로 이뤄진다. 고압세척, 워터리스 방식의 경우 폐수처리, 먼지, 바닥오염, 타 차량 피해 등의 이유로 최근 스팀방식 세차가 주목을 받고 있었다.

스팀세차는 크게 등유식, 전기식, 가스식으로 구분되는데 등유식과 가스식은 이동식 세차가 가능하지만, 출장세차 장비에 대한 규정이 없다보니 가스식 스팀세차의 이동 가능 여부는 의견이 분분하다.                  

또 전문교육 없이 사업에 뛰어드는 출장세차 업자들이 늘어나면서 안전교육 부재에 관한 지적이 이어졌다.

한국출장세차협회 최경석 회장은 “협회에서는 출장세차 자격증 교육 시 소방교육을 함께 진행하고 있지만 그 외 많은 업자들이 화재 시 대처방법을 알지 못해 안타깝다”며 “출장세차업계의 피해를 줄이고 아파트 입주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안전한 스팀세차 방식에 대한 자료를 만들어 배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아파트 지하주차장 입구에 탄 냄새 제거를 위한 선풍기가 가동되고 있다. <천안=고경희 기자>

스프링클러 미작동 의혹도…
법원 “안전관리 여부로 책임 갈려”

일각에서는 A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사건에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직후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진압까지 3시간이나 걸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스프링클러 미작동 여론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A아파트 관계자는 “최종 감식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어떤 답변도 하지 않겠다”며 즉답을 피해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는 감식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 알 수 없게 됐다.

다만 스프링클러 잠금, 안전점검 미흡 등 아파트 관리소홀로 인한 화재 확산으로 인정된다면 관리주체와 입주자대표회의는 손해배상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된다.

2017년 서울중앙지법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의 전기적 결함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피해가 번진 것에 대해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 소화수가 분사되지 않은 것은 스프링클러의 작동 여부를 미리 점검하지 못한 입주자대표회의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아파트 스프링클러에 화재 시 유수검지장치 클래퍼가 개방돼 있지 않아 소화수가 분사되지 않은 하자가 있었는데, 법원은 대표회의에서 스프링클러의 작동 여부를 미리 점검하지 못한 것을 문제 삼았다. <본지 제1144호 2017년 4월 3일자 게재>

반면, 아파트의 방호조치 노력을 인정해 관리주체와 대표회의의 책임을 축소하거나 잘못이 없다는 판례도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입주자대표회의가 지하주차장 화재사고 이전까지 정기점검과 그에 따른 시정조치를 잘 해왔다면 손해배상 책임 범위는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매년 정기적으로 소방점검을 해오는 등 화재예방 조치를 취해온 점 ▲화재사고로 인한 피해 확대에 스프링클러의 미작동이 기여한 비율이 높지 않은 점 ▲화재사고는 온전히 입주민 차량 하자로 인해 발생한 점 등을 참작해 대표회의의 책임을 15%로 제한했다. <본지 제1164호 2017년 9월 4일자 게재>

또 대전지법은 아파트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 소화수가 방수되지 않은 사실만으로 곧바로 관리주체의 스프링클러 유지관리상 고의·과실이 인정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관리소장에 대한 과태료 처분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본지 제1165호 2017년 9월 11일자 게재>

A아파트 화재 사건에 대해 서울 구로중앙하이츠아파트 강봉석 관리소장은 “충분히 예방하거나 아니면 피해규모를 최소화 할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미숙한 대응으로 피해를 키웠다”며 ▲외부 작업자 구내 출입 시 반드시 안전작업 준수서약서 접수하기 ▲지하주차장내 소화기구 및 설비(소화기, 옥내소화전, 스프링클러) 점검 및 유지보수 ▲지하주차장내 금연표지(안내문) 곳곳에 부착하고 경비(보안)근무자의 주기적인 순찰 ▲상황실 근무자 근무기강 확립 ▲화재보험 가입 시 한국감정원 2020년 신축단가 기준 80% 이상으로 할 것 ▲비상연락망 가동을 철저히 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경찰과 소방당국은 합동 감식에 나서 정확한 사고 경위와 원인 등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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