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

손해배상채권 양수 후
시공자 상대 손배 청구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해산된 재건축조합을 대위해 시공자에게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부가세도 함께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충북 청주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시공사 B사와 C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의 원고 패소 부분 중 국민주택규모 세대를 제외한 나머지 세대에 관한 사용검사 후 하자 손해배상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는 판결을 12일 내렸다.

아파트재건축주택조합은 2010년 5월 A아파트 준공인가를 받았고 이후 자치관리기구로서 입주자대표회의가 구성됐으며 조합은 조합원총회 해산 결의를 거쳐 2012년 3월 해산됐다.

A아파트에 대한 하자가 발견돼 대표회의는 구분소유자들로부터 조합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을 양수받은 후 조합을 대위해 시공자인 B, C사를 상대로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2심은 “해산 등기를 마친 재건축조합은 무자력인 데다가 피고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있으므로 원고는 조합을 대위해 조합이 피고 회사들에 대해 가지는 손해배상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2심은 조합이 부가가치세법상 납세의무자인 사업자로서 자신의 명의로 하자보수공사를 시행할 경우 그 하자보수비용 중 부가세 부분을 환급받을 수 있음을 전제로 “A아파트 중 부가세가 면제되는 사업에 관련된 국민주택규모 세대 부분에 관해서는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액에서 부가세 상당액을 공제해서는 안 될 것이나, 국민주택규모 세대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조합이 이미 해산했다고 하더라도 청산의 목적범위 내에서 권리의무가 있는 이상 하자보수를 실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이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액에서 부가세 상당액을 공제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타인의 불법행위로 인해 피해자 소유의 물건이 손괴돼 수리를 요하는 경우 피해자가 수리에 소요되는 부가세까지 부담해야 한다면 가해자에 대해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있음이 원칙이다. 그러나 피해자가 부가세법상의 납세의무자인 사업자로서 그 수리가 자기의 사업을 위해 사용했거나 사용할 목적으로 공급받은 용역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이 부가세는 부가세법 제38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매입세액에 해당해 피해자가 자기의 매출세액에서 공제하거나 환급받을 수 있어 부가세가 실질적으로는 피해자 부담으로 돌아가지 않게 되고 이러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해당 부가세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도급도 도급인이 부가가치세 사업자로서 하자보수에 소요되는 부가세를 자기의 매출세액에서 공제하거나 환급받을 수 있는 때에는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부가세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단, 도급인이 부가세 면세사업자로서 하자보수에 소요되는 부가세가 부가세법에서 규정한 ‘면세사업과 관련된 매입세액’ 등에 해당해 이를 매출세액에서 공제하거나 환급받을 수 없는 때에는 수급인에게 부가세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사건의 쟁점은 국민주택규모 세대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관해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액에서 부가세 상당액을 공제해야 하는지 여부다.

2심과 달리 대법원은 “조합에 책임지울 수 없는 사유로 하자보수에 소요되는 부가세의 공제나 환급이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A아파트 중 국민주택규모 세대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관해서도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액에서 부가세 상당액을 공제할 수 없고 따라서 원고는 도급인인 조합을 대위해 수급인인 피고들에게 하자보수공사에 소요되는 부가세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 “조합이 부가세법상 납세의무자인 사업자이기는 하나 해산 등기를 마친 후 원심 변론종결시까지 약 9년간 무자력 상태에 있었고 피고들을 상대로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청구 등을 행사하지 않았다”며 “조합이 그 명의로 하자보수공사를 위한 도급계약을 체결해 공사를 시행할 것을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비사업조합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해당 정비사업에 관한 공사를 마친 후 그 관리처분계획에 따라 조합원에게 종전의 토지를 대신해 공급하는 토지 및 건축물은 부가세법에 따른 재화의 공급으로 보지 않으므로 A아파트 중 국민주택규모 세대를 제외한 나머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조합원 분양분에 관한 하자보수비용에 대해서는 그 부가세를 매입세액으로 공제 또는 환급받을 수 없는 점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의 대표회의가 하자보수보증금을 사용해 보수하는 공사나 사업주체로부터 지급받은 공동주택 공용부분의 하자보수비용을 사용해 보수하는 공사에 대해 공동주택관리법령의 규제가 가해지는 점 등의 사정까지 고려한다면 조합의 명의로 하자보수 용역계약이 체결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을 들어 국민주택규모 세대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관한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액에서 부가세 상당을 공제했으니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면서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다만, A아파트의 사용검사 전에 발생한 하자에 관한 손해배상 청구는 청구권이 시효완성으로 인해 소멸됐다며 대표회의의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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