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일 것 같지 않던 여름 무더위도 한풀 꺾인 듯하다. 폭염 속에서 가장 힘들었던 분들 중의 하나가 아마 아파트 등 공동주택 경비원들이었을 것이다. 평소 업무 중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이들에게 여름은 특히 큰 고역이다. 더울 때 에어컨을 틀면 되겠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지자체들도 이런 환경 개선에 적극적이지만 갈 길이 멀다.

대표적인 감시단속적 근로자인 이들 공동주택 경비원들을 둘러싼 근무환경이 법, 제도의 변화를 통해 하나씩 바뀌고 있다.

10월부터는 아파트 경비원의 겸직을 허용하는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관 집무규정 개정안’을 내놨다. 고용부는 아파트 경비원 등의 휴게시설과 근로조건 기준을 구체화한 ‘근로감독관 집무 규정 개정안’을 18일 행정예고 했다. 지난 2월 발표한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제도 개편방안’의 후속조치로, 휴게시설과 근로기준을 더 구체화했다.

이번 개정안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경비원들의 휴게권 강화’라고 할 수 있겠다. 그동안은 감시단속적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별도의 수면시설 또는 휴게시설을 마련하라고 규정만 할 뿐, 구체적인 기준은 없었다. 앞으로는 그 기준이 구체화된다.

휴게공간 규정은 특히 눈길을 끈다. 경비원의 휴게시설은 적정한 실내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냉·난방 시설을 갖추고, 유해물질이나 소음 등에 노출되지 않아야 한다. 또 각종 물품을 보관하는 수납공간으로 사용되지 않아야 하며, 식수 등 최소한의 비품을 비치해야 한다. 이밖에 야간에 수면 또는 휴게시간이 보장된 경우 누울 공간과 침구를 갖춰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동안 휴게공간 규정이 없어 경비원들은 비품창고 등에서 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렇게 시설이 갖춰져도 적정 수준으로 근무하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것도 구체화했다. 휴게시간에는 불을 끄고 ‘휴식 중’이라는 외부 알림판을 부착하도록 했고, 입주민이 휴식시간을 방해하지 않도록 안내 등 조치를 취할 것도 명시했다. 아무 때나 찾아와서 뭘 부탁한다거나, 간섭하지 않도록 함이다.

아울러 월평균 4회 이상의 휴무일을 보장하도록 했다. 또한 수면시간을 포함한 휴식시간은 노동시간보다 짧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사업장 특성상 불가피하거나 쉬는 시간에 사업장을 벗어나는 것은 허용하며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

다만, 기준을 충족하는 별도의 수면시설 또는 휴게시설을 마련하되 수면이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과 시설이 마련돼 있는 경우에는 별도의 장소에 마련하지 않아도 적합한 것으로 인정하도록 했다.

고용부 훈령인 근로감독관 집무 규정은 아파트에 직접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이를 충족하지 않으면 승인을 못 받을 수 있다. 승인을 못 받으면 경비원을 일반 근로자로 고용해야 한다. 이 경우 일반 근로자는 근로 및 휴게시간에 대한 근로기준법 규정을 준수해야 하는 만큼 고용주의 인건비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개정안에는 아파트 경비원의 감시단속적 근로자 해당 여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아파트마다 처한 사정이 다르다. 아무쪼록 실질적인 개선을 향해, 곧 나올 겸직 판단기준 가이드라인도 업계 각 주체들의 의견이 합리적으로 잘 반영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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