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판결: 서울행정법원, 근로계약 판단 눈길

‘분쟁 가담’ 이유로 한
해고는 부당 인정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기간제근로자가 2년 이상 근무했더라도 위탁관리업체들과 체결한 근로계약서에 ‘관리계약 기간이 만료되거나 중도 해지되면 근로계약도 자동 해지된다’고 정해져 있으면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다만, 법원은 입주자대표회의 등의 갈등에서 회장과 관리소장의 지시로 부착물을 떼어 내 분쟁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근로계약을 종료한 것은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이상훈 부장판사)는 최근 위탁관리업체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재심판정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B씨는 2011년 11월 인천 중구 C아파트의 위탁관리업체인 D사에 입사해 기전업무를 담당했는데 2016년 6월 C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D사 사이의 위·수탁관리계약이 종료됐다.

이후 2016년 7월부터 2018년 6월까지는 E사, 2018년 7월부터는 A사가 대표회의와 관리계약을 체결하고 위탁관리 업무를 수행했다.

2018년 11월 C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및 동대표 선거를 둘러싸고 회장 측과 선거관리위원회 측 사이에 대립이 발생했다. 선거관리위원장은 3일 동안 아파트에 선거관리위원회 소집 공고문 및 항의문을 부착했으나 공고문 등이 훼손되는 일이 발생했고 경찰 수사결과 관리직원 B씨가 회장과 관리소장의 지시를 받아 아파트 경비원 등에게 부착물을 제거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2019년 3월 새 회장이 선출됐는데, 전 회장은 새 회장 및 선관위에 대항해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했고 아파트 내 여러 곳에 ‘선관위 전원 해촉’ 등 문구가 기재된 현수막을 설치했는데, B씨도 현수막 설치를 도왔다.

A사는 2019년 5월 B씨에게 근로계약기간이 2019년 6월 만료돼 근로계약이 종료됐음을 통보하는 ‘근로계약 만료통보서’를 송부하고 수령증에 서명을 요구했으나 B씨는 이를 거부했다.

B씨는 A사의 근로계약 만료통보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고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기간제법에 해당하는 기간제근로자로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기는 하나, 업무와 관련이 없는 입주민들 간의 분쟁에 가담해 대표회의 간 신뢰관계를 훼손했으므로 A사가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를 뒤집고 “B씨가 입사 후 2년이 초과한 시점에 이미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고 이후 E사를 거쳐 A사에게 고용이 포괄적으로 승계됐으므로 B씨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라면서 B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에 A사는 “B씨는 기간제근로자임에도 재심판정은 B씨와 D사 사이의 근로계약 및 근로형태 등 실질적으로 어떠한 근로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아무런 근거 없이 단지 근로기간만을 토대로 B씨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판단했고 나아가 별개 법인인 D사, E사, A사 사이에 영업양수 등 아무런 법률행위가 없는 상황에서 순차 고용승계를 인정했으므로 이는 위법하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는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으나,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2년을 초과해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선 재판부는 B씨가 기간제근로자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B씨와 D사, E사, 원고 사이에 각 체결된 근로계약은 모두 기간제법에서 정한 ‘객관적으로 일정 기간 후 종료될 것이 명백한 사업에 관해 사업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까지로 계약기간을 정한 경우’에 해당한다”면서 법에서 정한 ‘2년을 초과해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근로계약서에 ‘계약기간 내에도 불구하고 갑의 원청계약과 용역계약기간이 만료된 경우나 원청계약이 중도 해지돼 그 사업장에서 계속사업이 불가할 때에는 본 계약은 자동으로 해지돼 계약이 종료된 것으로 동의한다’고 정한 점을 들었다.

재판부는 “입주자대표회의와 체결한 각 위수탁관리계약상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으므로 D사, E사, 원고의 C아파트를 사업장으로 하는 위탁관리사업은 일정 기간 후 종료될 것임이 명백하다”며 “근로계약서에 따르면 기존의 위탁관리업체가 지속적으로 동일한 공동주택의 위탁관리업체로 선정된다는 아무런 보장이 없어 B씨와 D사, E사, 원고 사이에 체결된 각 근로계약의 내용 중 ‘C아파트에 관한 관리계약의 계약기간이 만료되거나 중도 해지되면 근로계약도 자동 해지된다’는 내용은 사업기간이 정해져 있는 공동주택 위탁관리사업의 특성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각 업체들이 기간제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형식적으로만 위탁관리와 관련해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반복 갱신해 체결했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면서 B씨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전환됐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B씨에게 갱신기대권이 있는지 여부에는 “위탁관리업체가 변경됐음에도 B씨가 여러 차례 근로계약을 갱신하면서 7년 7개월 동안 관리사무소에서 동일한 기전 업무를 담당해왔고 E사와 대표회의 사이에 체결된 관리계약 및 원고와 대표회의 사이에 체결된 관리계약에는 모두 ‘관리주체가 변경된 경우 관리사무소에 근무하는 E사의 직원은 관리업무의 계속성 등을 위해 대표회의 동의를 거쳐 고용을 승계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입찰공고에도 기존 근무인원은 고용승계를 원칙으로 하도록 명시돼 있는 점 등을 보태 보면 B씨에게는 원고와 대표회의 사이에 체결된 관리계약의 계약기간 만료일인 2021년 6월 30일까지는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봤다.

아울러 재판부는 갱신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도 “대표회장 및 동대표 선거를 둘러싸고 회장 측과 선관위 측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B씨는 당시 회장과 소장의 지시를 받아 부착물을 제거토록 한 것이고 현실적으로 회장과 관리소장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는 직원에게 책임을 물어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입주민 사이의 대립으로 인한 혼란의 책임을 근로자인 B씨에게 전가하는 것으로서 부당하다”고 일축했다.

또 ‘선관위 해촉’ 등 현수막 설치를 도운 것은 A사의 근로계약 갱신거절 이후에 있었던 일로 이 행태가 갱신거절을 정당화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B씨가 기간제법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전환됐다고 본 재심판정의 판단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으나, 원고가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데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어 결과적으로 B씨의 구제신청을 받아들인 재심판정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이 판결은 원고 측이 항소를 제기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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