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지자체의 과태료 부과 처분과 용역 위약금 지급에 대해 각각 당시 입주자대표회장을 맡았던 이에게 책임을 물었지만 법원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광주지방법원 제4-1민사부(재판장 김평호 부장판사)는 전남 순천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전 대표회장 B씨와 C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대표회의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1심 판결을 인정, 대표회의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대표회의는 2심에도 불복해 상고를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최근 대표회의의 상고이유가 소액사건심판법에서 정한 상고 제기 가능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적법하지 않다며 모두 기각했다.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에서는 소액사건에 대한 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의 제2심 판결이나 결정·명령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 또는 재항고를 할 수 있는 사유로 ▲법률·명령·규칙 또는 처분의 헌법위반여부와 명령·규칙 또는 처분의 법률위반여부에 대한 판단이 부당한 때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때로 규정하고 있다.

A아파트 대표회의는 B씨에 대한 청구와 관련해 “B씨가 대표회의 회장으로 재직하던 중 아파트 승강기의 유지, 관리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구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에 따라 대표회의의 의결을 거친 후 입찰공고를 해야 함에도, 대표회의 의결 없이 아파트 관리소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전기과장에게 지시해 입찰공고를 하게 했고, 이후 관리소장을 채용해 입찰절차 진행 및 승강기 관리계약을 체결하게 했으나, 입찰절차에 참가한 2개의 업체가 동일한 견적서를 내고 보수실적도 허위로 제출하는 등 하자 있는 입찰을 해 위 입찰절차는 무효였으며, 위 계약체결 금액도 부당하게 과다했다”며 “그 후 대표회의는 위와 같은 입찰 절차상 하자를 보완하기 위해 승강기 관리계약 해지 및 재입찰을 실시해 새로운 회사를 승강기 유지보수업체로 선정했고, 그 과정에서 (법원 판결에 따라) D사에 602만6139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상당의 계약해지 위약금을 지급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표회의는 “위 위약금은 B씨가 대표회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해 발생한 손해이므로 B씨는 대표회의에 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 B씨가 원고의 회장으로서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해 입찰절차 진행 및 이 사건 승강기 관리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원고에 손해를 입게 했음을 인정할 수 없다”며 대표회의의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동주택관리법 및 동법 시행령에 의하면 공동주택의 관리사무소장 등을 ‘관리주체’로 규정하고 관리주체가 ‘승강기유지’를 위한 용역 및 공사 등 사업자를 선정하고 집행하도록 정하고 있다. 또 사업자 선정지침 제22조 이하에서도 관리주체가 사업자를 선정하는 경우 입찰공고부터 계약체결까지 이를 수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제29조는 관리주체가 낙찰자로 선정된 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입주자대표회의의 감사가 이를 참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재판부는 “이 사건 아파트의 승강기 유지관리계약은 당시 A아파트 신임 관리소장 E씨가 입찰 및 개찰 절차를 거쳐 계약을 체결했던 것이지 당시 대표회장이던 B씨가 승강기 관리계약의 입찰 및 계약체결 절차를 주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대표회의는 “이 사건 승강기 관리계약 체결을 위한 입찰공고 당시 사업자 선정지침 제7조 제2항에서 ‘낙찰의 방법은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을 거쳐 적격심사제 또는 최저(최고)낙찰제로 정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음에도 B씨가 대표회의 의결 없이 입찰공고를 하도록 한 것이 중대한 절차적 하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승강기 관리계약을 해지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 역시 타당하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에 따르면 위 사업자 선정지침 제7조 제2항은 2016년 12월 30일 개정, 추가돼 부칙 제1조에 따라 2017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것으로, 이 사건 입찰공고 당시 시행 중이던 아파트 관리규약 제52조의2에는 위 개정내용이 반영돼 있지 않았고, 입찰공고 당시 위 관리규약에서는 ‘공사·용역 등의 사업자는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 제7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최저낙찰제의 방법으로 선정한다. 다만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이 있는 경우에는 적격심사제의 방법으로 사업자를 선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었을 뿐이므로, 이 사건 입찰공고 당시 대표회의 의결 없이 최저낙찰제의 방법으로 낙찰의 방법을 정해 공고한 것은 위 관리규약 내용에는 부합하는 것이었다.

이에 재판부는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춰 보면, 피고 B씨가 대표회의 의결 없이 전기과장 F씨가 기안한 입찰공고안을 결재해 입찰공고가 이뤄지게 했다는 점만으로 대표회장으로서의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이 사건 승강기 관리계약에서 정한 유지관리비(1대당 월 6만9990원, 41대 합계 월 286만9590원)가 아파트 관리주체가 직전 업체와 체결했던 승강기 관리계약의 유지관리비(1대당 월 7만원) 내지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이사장이 공표한 2018년 승강기 표준유지관리비(1대당 월 16만6000원)에 비춰 볼 때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보이지 않고, 원고 대표회의는 피고 B씨의 임기종료 이후 이 사건 승강기 관리계약을 추인할 수도 있었음에도 계약 해지 및 재입찰의 방법을 선택함에 따라 D사에 대한 위약금 지급의무를 부담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장기수선계획 미조정, 회장 개인 책임 아니다”

이와 함께 대표회의는 C씨와 관련해 “C씨가 대표회장으로 재직하던 중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용해 생활폐기물 보관시설을 설치함에 있어 장기수선계획에는 10개소를 설치하는 것으로 돼 있음에도 장기수선계획의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12개소를 설치함으로써 대표회의로 하여금 500만원의 과태료 결정을 받게 했고, 생활폐기물 보관시설 설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도 입찰절차, 계약체결 절차가 법령에 위배됨에도 G사와 계약을 체결했다”며 “위와 같이 C씨가 대표회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해 대표회의에 과태료 500만원 상당의 손해를 발생시켰으므로, 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먼저 대표회의가 생활폐기물 보관시설 12개소를 설치하는 내용을 반영한 장기수선계획조정안이 아닌 그 설치내용 자체를 안건으로 해 대표회의 의결을 거쳤던 것이고, 생활폐기물 보관시설 12개소를 설치하는 내용 및 이를 위해 기존 조경면적 약 10㎡를 위 시설 설치장소로 용도변경한다는 내용으로 전체 입주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았으며, 그 후 관할 순천시청에 이에 관한 행위신고 절차까지 마치고서 해당 공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 전체적인 사업 추진과정에 비춰 보면, 입주민들 내지 대표회의 구성원들 모두가 법령에서 정해진 구체적인 절차(장기수선계획의 조정)를 인지하지 못한 채 사업이 추진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또한 생활폐기물 보관시설이 12개소에 설치되는 의결 및 공사 과정에서 전체 입주민의 3분의 2 이상 동의가 있었던 점에 비춰 볼 때, 위 시설 12개소의 설치는 입주자들의 의사와 이익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이에 더해 ▲입주자대표회의는 회장 및 각 동의 대표자들로 구성되는 단체인데, 생활폐기물 보관시설 설치 사업추진 및 의결 당시 장기수선계획 조정절차에 대해 누구도 이를 지적하거나 이의를 제기한 바 없음에도 추후에 세부적인 절차위반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이를 회장 개인의 책임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이 사건 과태료 결정의 사유는 법령에서 규정된 장기수선계획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일 뿐이고 대표회의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생활폐기물 보관시설 설치공사의 입찰절차 내지 계약절차에서의 하자문제와 관련된 것이 아니므로, 대표회의 주장의 위 하자와 이 사건 과태료 상당의 손해 사이에는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는 점 등 제반사정들을 종합해 대표회의의 주장이 이유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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