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판결...입대의·비대위 갈등 중 해임된 동대표가 의혹 제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비상대책위원회 사이의 갈등이 있던 중 비대위 배우자가 소속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리규약상 해임절차를 지키지 않은 채 입주자대표회의 감사를 해임했다. 이에 해임된 감사가 인터넷 카페에 해임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비대위와 선관위를 비난했고,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

수원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전기철 부장판사)는 최근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감사에서 해임된 후 비상대책위원회 비난글을 올려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를 받은 B씨에 대해 1심의 무죄 판결을 인정,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A아파트 인근에서 건물 신축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공사 현장에서 규제기준을 초과하는 소음이 발생해 건물 사업주체와 A아파트 주민 간의 갈등이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됐다.

2018년 2월 건물 사업주체와 입주자대표회의, 비상대책위원회 사이에 소음문제 등에 관한 합의가 이뤄졌는데, 그 중에는 ‘A아파트 노후배관공사’를 통해 주민들의 피해를 보상해준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비대위는 일부 합의내용을 토대로 급수급탕배관교체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대표회의와 비대위 사이에 합의 내용이 최종적으로 결정된 경위, 도급계약의 내용 및 그 체결·이행 경위에 대해 갈등이 발생했고 대표회의에서 비대위 해체를 의결하는 등 갈등이 격화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부 입주민들이 대표회장과 감사 B씨의 해임과 관련한 회의를 했고 D동과 E동 입주민들로부터 불신임 서명을 받아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 선관위는 해임 공고문을 아파트에 부착했다. 그런데 서면동의서 중 B씨가 거주하는 호수에 C라는 이름이 기재돼 있었고 배우자가 비대위 임원이었던 선관위원장과 선관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한편, A아파트 관리규약에는 동대표 해임을 요청하고자 하는 경우 해당 선거구 입주자 등의 10분의 1 이상의 서면동의서를 선관위에 제출해야 하고 해임은 해당 선거구 입주자 등의 과반수가 투표하고 투표자 과반수찬성으로 결정하며 선관위는 해임대상자에게 최소 7일간의 소명기회를 부여한 후 소명자료를 선거구 입주자 등에게 7일간 공개해야 하고 투표는 해임요청한 날부터 30일 이내에 완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자 B씨는 아파트 인터넷 카페에 “C라는 사람을 선관위에서 우리 집에 강제 입주를 시켰던데 C가 누구인지요. 선관위에서 사문서위조해 회의를 했다는 겁니다. 이유는 하나입니다. B라는 사람이 비대위의 비리를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비대위 부회장이 자기 처인 선관위원장 그리고 비대위 회계책임자의 처를 사주해 선관위를 열어 회장과 B의 해임을 결의한 겁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동대표 해임절차를 주관하는 선관위원장은 그에 대한 관리규약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다른 선관위원이 관리규약상의 절차를 지키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하고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했음에도 그 내용을 찾아보지도 않았다”며 “게다가 선관위원장은 피고인에 대한 해임결의 한 달 이전에 서면동의서를 받았다고 하고 있어 그 기간 중에 그에 대한 처리를 비대위 임원인 자신의 남편과 어느 정도 이야기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밝혔다.

또한 “피고인에 대한 해임절차는 관리규약에서 정한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고 서면동의서에 거주하지 않은 자임이 명백한 자의 서명도 발견이 됐으므로, 피고인 입장으로서는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당시 피고인이 감사로 있던 대표회의와 비대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었던 상황에서 관리규약에 따른 절차가 전혀 준수되지 않은 채 급하게 해임절차가 진행됐고 절차에 문제가 있음에도 이를 그대로 진행한 선관위원들의 인적구성에 비춰 볼 때 피고인으로서는 비대위와의 갈등이 자신에 대한 해임절차의 원인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B씨가 게시한 글은 주로 자신에 대한 해임절차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고 비난의 주된 대상도 해임절차에 관여가 된 선관위와 서명동의서를 받은 ‘주민 일동’에 대한 것이며 부차적인 내용으로 부당한 절차진행의 원인이 비대위와의 갈등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함께 제기하고 있을 뿐이라는 점도 명시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인의 문제제기는 사실에 기반하고 있고 대표회의 구성원인 동대표에 대한 해임절차는 입주민들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련된 내용”이라면서 B씨에게 명예훼손죄가 없다고 판시했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