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조미정 기자] 서울중앙지방법원(판사 홍창우)은 입주자대표회의 회의록의 의결사항란에 허위로 내용을 기재해 문서손괴 혐의로 기소된 서울 동작구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B씨에게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에 따르면 2020년 4월 23일 개최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의 안건 중에는 이 아파트 경비용역업체인 C사와의 계약연장 요청 안건이 포함돼 있었다.

이에 대해 입주자대표회의는 찬성 8명, 반대 3명으로 찬성 의결을 했다.

이날 회의 직후 관리사무소 직원인 D씨는 회의록 작성을 마쳤고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 중 절반에 해당하는 5~6명은 회의 개최 당일 회의록 하단 확인란에 확인 서명을 했다.

그러나 대표회장 B씨는 같은 해 5월 4일경 C사와의 계약연장요청 안건에 대한 찬성 의결에 불만을 품고 입주자대표회의 회의록 중 ‘C사 계약연장요청 공문접수의 건’의 심의 및 의결사항 란에 ‘관리규약을 준수하지 않고 의결함’ ‘표결 의결안은 무효임’을 기재해 회의록의 효용을 해했다.

B씨 측은 “기재 행위로 문서가 손괴됐다고 보기 어렵고, 가사 문서손괴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형법 제20조가 규정한 정당행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2020년 4월 23일 있었던 입주자대표회의의 종료 시점에 참석한 동대표 중 절반 이상이 회의록에 서명했고, B씨의 범행 당시인 2020년 5월 4일경에는 대부분의 참석자가 서명을 마친 상태였던 점 ▲이러한 상태에서 B씨가 의결 내용에 반하는 문구를 무단으로 회의록에 기재하고 관리사무소 직원을 통해 입주자대표회의 결과 공고문에 반영한 점 등을 들어 B씨의 행위는 문서손괴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형법 제20조가 규정한 정당행위에 따른 위법성 조각이 성립되기 위해선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을 갖춰야 한다는 대법원 법리를 근거로 “피고 B씨가 주장하는 사유를 모두 고려하더라도 피고인의 행위가 본 정당행위의 요건을 모두 갖춘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다만 재판부는 선고유예 판결을 내리며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 동작구청의 행정지도에 따라 기존의 경비용역업체에 대한 계약을 종료하고 입찰을 통해 새로운 경비용역업체를 선정한 점, 고발인들이 피고인 B씨에 대한 고발을 취하한 점 등을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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