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현화성원아파트 권성균 관리소장

권성균 관리소장

민원이란 그 어원 자체로서도 아파트 관리의 처음과 끝을 의미한다. 주민이 원하는 것. 바라는 것. 주민이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잘 살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그것은 작은 것일 수도 있고 큰 것일 수도 있다.

가장 듣기 거북한 얘기는 “벌써 (민원 넣은지) 몇 달이 됐는데 관리사무소에서 가타부타 말이 없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전용부분과 공용부분의 구별이 모호해서 생긴 오해다. 전용부분은 세대 내에서 해결할 일이지 관리직원이 해결해 줄 의무는 없어 요구가 있을 때 거절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은 것이다. 그리고 민원해결이라는 입장에서 보면 법에 규정돼 있다고 해 공용부분 관리만이 관리사무소의 고유 업무라고 생각하는 게 옳은 것 같지는 않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해결책을 모색해 본다. 첫째, 요청사항은 해결하고 나서 무조건 피드백 해야 한다. 주민들의 불만은 관리사무소가 반응이 없다는 것이다. 민원을 제기받았는데 왜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가를 찾아봤다. 경리직원은 민원전화를 받고 기전실 직원에게 알려준다. 바빠서 못하면 일지에 기록은 해두는데 맞교대를 하다 보니 인수인계를 철저히 하기가 어렵고 한다 해도 매일 새롭게 일어나는 일들에 쫓기다보면 어제 일을 기억할 수가 없다. 그래서 해결되지 못한 몇몇 민원들은 주민들한테서 불만전화가 오고서야 알게 된다.

바쁜 직원들을 탓만 할 수가 없다. 대신 제기된 민원을 잊어버리지 않고 잘 기억하는 방법은 없는지 고민해 봤다. 분리수거장에 주민 누군가 이사를 가면서 버리고 간 화이트보드가 있어 관리사무실에 갖다 두고 전화가 올 때마다 혹은 민원이 접수될 때마다 날짜대로 순서대로 적기 시작했다. 해결됐으면 완전히 지우지는 않고 사선을 치고, 사선이 없는 며칠 된 것은 아침 회의시간에 물어보고 하다보면 그날그날 해결할 수 있었다.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핸드폰 번호를 적어뒀다가 메신저로 처리됐음을 알리고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관리사무실로 연락을 해달라고 문자를 보냈다. 그러다 보니 지난 몇 달 동안 그 이전에 자주 듣던 “왜 해준다고 하고선 소식이 없냐”는 불만전화가 오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둘째, 어차피 발생할 민원이라면 오는 민원만 받지 말고 미리 처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오는 민원 처리하는 것도 시간도 없고 힘든데 굳이 오지 않는 민원까지 미리 받아둘 필요가 있냐고 할 수 있다. 잘못 되면 욕먹을 일만 더 생긴다고 걱정되는 것이다.

지난해 봄 전정 후 누군가 퇴근 무렵 찾아와서 “왜 나무를 싹둑 잘랐느냐. 남의 재산을 저렇게 마음대로 잘라도 되냐”고 큰소리치는 주민이 있었다. 이에 “다른 아파트들은 돈 들여서 전정하는데 우리는 관리비 아껴 보려고 직접 했더니 욕만 먹고 좋을 게 없다. 다음부터는 전정업체에 돈을 주고 전문적으로 자르도록 하겠다”고 하니 그 주민은 더 별말 없이 돌아간 기억이 있다. 가만 생각하니 전정하기 전에 연구해서 방침을 정하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자를 것인가를 알리고 요구사항이 있으면 언제까지 요청하라고 하면 될 일 같이 보였다.

또 지난 여름에는 누수라인이라고 불리는 옥상층부터 특정라인이 층층이 물이 샌다고 해서 직접 가보기도 하고 해당 세대가 5개층이라 5세대만 단체 채팅방을 만들었다. ‘장마철이 지나고 그 다음 언제 비가 조금 왔을 때 비가 샌다고 말할 텐데’라고 생각하니 그럴 바엔 먼저 메시지를 보내자고 마음먹었다. 입주민에게 이번 비에 새는 데가 없는지 물어보니 “있다”는 답변과 함께 “먼저 관심 가져줘서 고맙다”는 메시지가 왔다. 해결은 못했지만 찾아가는 서비스는 그런 류를 말하는 것 같았다. 

셋째, 전용부분 공용부분 가리지 않고 아파트의 모든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생활문화지원으로 넘어가야 한다. 전용부분이라는 이유로 관리사무소에서 해줄 수 없다고 답변하는 것은 업무를 소홀히 하는 것처럼 들린다. 집을 관리하려면 공용부분뿐만 아니라 전용부분도 관리해야 하고 같은 건물에 사는 공동주택 주민이라면 그들의 정서까지도 관리해야 하지 않는가.

바람직한 주거문화의 척도는 공동체 활성화 여부에서 판가름 난다. 시설이 최첨단화 돼있어도 층간소음에 시달리는 세대는 이웃이 싫어서 이사를 하고 싶어지고, 결국 살기 싫은 아파트가 되고 마는 것이다. 공동체 활성화는 자체자금과 관리비로 충당하기에는 부담이 있으니 지자체 지원프로그램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좋다. 지역마다 지원규모와 금액이 다르지만 이제 보편화돼 지자체마다 연초에 모집을 안 하는 데가 없는 것 같다. 물리적인 공용, 전용을 넘어서서 공동체 정서를 아우르는 것이 ‘찾아가는 민원관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넷째,  전기, 소방, 승강기 등 기술적인 분야에서 전문가 수준으로 끌어올려 지원해야 한다. 경험 많고 숙련된 기전실 직원이 필요한 이유다. 공동주택에서의 기술전문가란 특정분야마다 전문가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특정분야의 업체전문가를 제때 부를 수 있고 경험이 많은 것으로 족하다.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경험의 숙련화를 위해 경험한 것을 체계 있게 정리하고 관련 내용에 깊이를 더하면 더욱 바람직하다. 전문가가 되고 싶으면 제일 좋은 것이 반복 숙련이다. 무엇이든 경험해 보는 것이다. 정전이 됐는데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서 복전할 수 있는가, 작동기능점검과 종합정밀 소방점검을 직접할 수 있는가, 저수조 물 넘침 사고를 처리할 수 있는가, 급수펌프와 가압펌프를 교체할 수 있는가. 그게 되면 전문가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민원은 철저한 관리를 통해서 해결된다. 찾아가는 민원관리 서비스는 단지 주민 민원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동대표가 있는 입주자대표회의도 마찬가지다.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이 바라는 것을 미리 캐치해 그걸 안건으로 올리고 해결책도 미리 제시하는 것이다. 동대표가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현직에 있을 때 내가 아파트를 위해 무엇을 기여하고 업적을 이룰 것인가다. 관리비 한 푼이라도 아끼고 절약하는 건 기본이고 공명심이든 쇼맨십이든 재임 중에 업적을 이뤄야 하는 것이다. 아파트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것이다.

역지사지라는 말과 같이 필자는 아파트 소장이지만 가족들과 같이 사는 집도 아파트이니 그곳도 관리하는 소장과 직원이 있다. 주민들이 만든 단체 채팅방에 주민으로서 들어가 내용을 보니 하나도 다른 것이 없었다. 민원 전화를 몇 번이나 했는데 소식이 없고, 전화하면 전용부분이니 알아서 하시라는 답변이 왔다는 등 주민불만이 엄청 쏟아지는 걸 볼 수 있었다.

여기 아파트도 민원해결을 받는 주민은 다른 아파트 사정과 사는 곳이 다르니 관리소가 잘 하고 있는지 비교하기 어렵다. 더 할 수 없어도 열심히 한다는 인상을 주고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최선을 다해 해결하는 것이 민원관리의 최선이다. 작은 민원이 큰 민원 되기 전에 오늘도 열심히 오는 전화내용 요약해서 보드판에 빼곡히 적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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