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서부지원 판결

자신에 대한 해임의결
무효확인 청구 ‘기각’

감사 아닌 동대표 해임 절차로
진행한 것 지적했으나 배척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새 관리업체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 관계자를 만나 선정 대가를 물어본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감사에 대해 실제로 금품을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입찰의 공정성을 훼손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제3민사부(재판장 김세현 판사)는 부산 북구 A아파트 동대표이자 입주자대표회의 감사인 B씨가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해임의결처분 무효확인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항소 제기 없이 최근 확정됐다.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2020년 4월 28일 임시 회의를 개최해 총원 5인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B씨가 입찰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행위를 했다는 사유로 동대표(감사)에서 해임하는 안건에 대해 4인의 찬성으로 의결했다.

앞서 B씨는 그해 3월 26일과 30일 관리업체 C사의 이사 D씨를 만나 ‘C사가 관리업체로 선정되면 그 대가로 B씨에게 50만원 정도를 줄 수 있다’는 취지의 대화를 나눴고, 3월 30일 관리업체 선정을 위한 사업설명회 및 입찰 절차 진행 중 대표회의 구성원들에게 D씨와 대화한 녹취파일을 공개했는데 이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B씨는 “A아파트는 500세대가 넘는 공동주택이므로 대표회의는 전체 입주자 등의 10분의 1 이상의 서면동의로 선거관리위원회에 해임절차의 진행을 요청해야 하며, 본인에게 소명기회를 부여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며 “이 사건 해임의결에는 절차를 위반한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A아파트 관리규약은 동대표 또는 대표회의 임원 해임절차에 관해 ▲동대표의 경우 해당 선거구 입주자 10분의 1 이상의 서면동의 또는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감사의 경우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 과반수의 찬성(다만, 500세대 이상인 공동주택에서 입주자 등의 선거를 통해 선출된 감사는 전체 입주자 등의 10분의 1 이상의 서면동의로 선거관리위원회에 해임절차의 진행을 요청할 수 있다)으로 의결해 선거관리위원회에 해임절차의 진행을 요청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A아파트 동대표 해임은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해 선거관리위원회에 해임절차의 진행을 요청할 수 있다”며 “피고 대표회의가 관리규약에 정한 절차를 위반했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B씨는 “대표회의가 이 사건 해임의결을 함에 있어 ‘동대표(감사)의 해임을 의결한다’고 표시했으므로 감사 해임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표회의가 2020년 4월 24일 임시 입주자대표회의 개최를 공고하면서 안건을 ‘동대표 거취 논의의 건’이라고만 기재한 점 ▲2020년 5월 4일 이 사건 해임의결을 공고하면서도 ‘동대표’가 입찰의 공정성을 심각히 훼손해 동대표(감사)의 해임을 의결했다고 기재한 점 ▲A아파트 관리규약 제20조 제4항에서 해임된 동대표는 임원의 지위까지도 모두 상실한다고 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 “피고 대표회의는 원고 B씨를 동대표에서 해임한 것이고, 관리규약 제20조 제4항에 의해 원고의 감사로서의 지위도 함께 상실되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 ‘동대표’에 감사의 지위를 표시한 것으로 보는게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재판부는 “관리규약에 따라 소명절차는 피고의 해임의결 이후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해임절차를 진행하면서 거쳐야 할 절차”라며 “이 사건 해임의결 당시 원고에게 소명기회를 부여하지 않아 위법하다는 원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고 일축했다.

B씨는 또한 “C사 이사 D씨로부터 대표회의 회장이 C사 사장과 사전 접촉이 있었다는 취지의 말을 듣게 돼 그 대화를 녹취해 공개했을 뿐, 본인이 D씨에게 금품을 요구한 사실이 없다”며 “해임사유가 부존재한다”고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 역시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D씨의 증언과 B씨가 2020년 5월경 대표회장에게 ‘감사로서 이번 일에 대해 자진사퇴를 하면 모든 걸 덮고 무마할 수 있다면 자진 사퇴하겠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던 점 등에 비춰, B씨가 D씨에게 통화로 본인이 관리업체 선정에 있어 관리비가 절감되는 부분에 중점을 둔다고 말하고 D씨를 직접 만난 자리에서는 ‘인사를 얼마나 할 수 있느냐’고 물은 뒤 D씨로부터 ‘관리업체 선정에 대한 대가로 50만원 정도를 줄 수 있다’는 취지의 대답을 들은 사실을 인정했다.

이에 재판부는 B씨의 행위가 관리규약에서 동대표 및 임원의 해임사유로 정하고 있는 ‘주택관리업자 선정과 관련해 특정업체에게 입찰정보를 제공하거나 금품을 수수 등 입찰의 공정성을 훼손한 때’에 해당한다고 봤다. 아울러 “원고가 C사로부터 실제로 금전을 수령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입찰의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사정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B씨가 “아파트의 가치 상승과 입주자의 관리비 부담 경감을 위해 D씨를 만난 것이고, D씨와의 사전접촉 사실을 투명하게 공개했으므로 이 사건 해임의결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에게는 사회통념상 동대표 및 감사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책임 있는 사유가 인정된다”며 배척했다.

그 근거로 재판부는 “원고는 피고의 감사로서 다른 동대표 및 임원들의 비위를 감시해야 할 지취에 있음에도, 피고의 주택관리업체 선정을 며칠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입찰에 참가하는 업체인 C사의 이사 D씨와 미리 만남을 갖고, 관리업체 선정 기준에 관한 원고의 선호를 밝혔으며, ‘인사를 얼마나 할 수 있느냐’고 물어봄으로써 입찰의 공정성을 심하게 훼손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사건 해임의결이 유지되더라도 원고는 후속절차인 선거관리위원회의 해임절차에서 소명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으므로 원고의 불이익이 크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이 사건 해임의결의 효력에 관한 원고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